문진영의 소설은 여름밤의 산책을 떠올리게 한다. 얼음물을 들고 수풀이 우거진 공원을 걷다 우연히 만난 친구에게 목이 마르지는 않은지 묻는 밤. 거기에는 이런 마음들이 있다. 반가움을 드러내고 싶은 속마음, 필요한 걸 먼저 헤아려보는 배려, 행여 대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물은 것을 후회하지 않을 용기. 그리고 문진영의 소설엔 그런 마음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외줄타기 하는 친구가 떨어질까봐 아래서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과 위에서 그걸 바라보는 이의 시선이 겹치는 순간, 추락은 더이상 추락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포옹으로 변한다.
『미래의 자리』에는 상처를 극복하고 얻어낸 성장을 소망하기보다 흉터를 안고 유연하게 휘어지는 편을 택하겠다는 의지와 삶의 유일한 구심력인 사랑이 담겨 있다. 내게 있는 줄도 몰랐던 사랑이 줄줄 흘러나오게 하는 이 소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대신 가장 깊은 것을 보여주는 작가 문진영은 “우주가 팽창하고 제멋대로 멀어지는 동안”에도 언제나 우리를 “애써, 힘껏”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