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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타그램
이갑수
시월이일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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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헤겔 #자객 #가훈 #무술 #삼촌 #제니 #교육 #농담
#유인_물질 #마더 #진정성 #미네르바 #완전범죄 #리틀_보이
#다우저 #W-launcher #청혼 #달리기 #합기도_입문 #Debut
#변증법 #수술 #별의_계승자들 #고양이_키우는_게_꿈입니다
#시인과 농부 #구해줘 #키스 #성수태고지 #세계정신
#끝이야_다시_시작

(작가의 말을 대신하여) 소설 적성 검사

저자 소개 1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편협의 완성』, 『첨벙』 등이 있다. 앤솔러지 『식스센스』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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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48g | 128*188*14mm
ISBN13
9791191560053

책 속으로

우리는 신라 시대 때부터 대대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한다. 누군가 그게 어떤 일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참 곤란한 질문이다.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분명 알고 있는데, 질문을 받는 순간 대답할 수가 없게 된다. 질문의 속성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아직 정확히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킬러 조직에는 반드시 맨손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무기를 휴대하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표적이 요인일 경우 특히 보안이 철저하다. 삼촌은 공항, 병원, 대사관, 경찰서, 피라미드 안에서도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주로 후두부나 척추의 급소에 짧은 순간에 정권을 찔러 넣는 방식을 사용한다.

단독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콜사인을 정할 수 있다. 어떤 통신수단도 보안이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에 킬러가 임무 중에 교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연락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누나의 콜사인은 제니다.

나는 매일 밤 같은 꿈을 꾼다. 내 앞에 상자와 뚜껑이 있다. 나는 상자의 뚜껑을 닫아서 맞은편에 앉은 누군가에게 건넨다. 맞은편에 앉은 누군가는 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내게 건넨다. 그러면 나는 다시 상자의 뚜껑을 닫아서 돌려준다. 맞은편의 누군가는 다시 상자를 열어서 돌려준다. 우리는 밤새도록 상자를 주고받는다. 나는 이 꿈에 「현대인의 삶 - 나의 삶」이라는 제목과 부제를 붙였다.
할아버지는 독제사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할아버지의 독을 먹고 죽었다. 독을 만들 때, 할아버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이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의 효과나 은밀함 같은 것은 언제나 그다음이다.
“독도 음식이야.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맛없는 거라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이잖아.”

나는 세상 슬픔을 다 안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 우리 아빠다. 아빠는 자살 전문가였다. 어떤 죽음은 자살이라는 형태를 취해야만 남아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원래 자살 전문가의 임무는 표적을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는 것이다. 아빠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자살 전문가였다. 자살로 위장하는 것이 아니라, 표적이 진짜로 자살하게 만들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하는데, 한 사람의 킬러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협력해야 한다. 살인은 매우 극단적인 행위라서 억지로 시킬 수는 없다. 스스로 납득하지 않으면 절대로 킬러가 될 수 없다. 나는 별로 킬러가 되고 싶지 않고, 특히 근접 살인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너무 힘들지만, 이 세상에 킬러가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

학생들이 합기도를 배우는 이유는, 그들의 부모가 잘못 번역된 문장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원래 원문은 로마의 풍자 시인 유베날리스가 한 말인데, 정확히 번역하면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까지 깃들면 바람직할 것이다’가 된다. 풍자니까 당연히,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힘이 강한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이 썩었다. 그것은 인류 역사의 곳곳에서 확인되는 사실이다.

형은 미래가 암울한 이 나라의 검사다. 예로부터 킬러들은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었다. 의뢰를 받는 경우도 많았고, 직접 관직에 나가서 이용하기도 했다. 국가에 대한 정의는 관점마다 다르겠지만, 킬러 입장에서 보자면 국가란 사람을 죽이는 데 필요한 각종 정보와 권한을 집대성해놓은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는 사람, 잔혹한 복수를 했더니 오히려 공허하더라고 고백하는 사람, 그들은 신화 속의 존재이거나 비범한 영웅이다.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원수를 용서하지 않고, 복수를 하고 나면 그제야 단잠을 잔다. 킬러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

그의 죽음으로 아직 살아 있는 채무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의 처우는 조금 더 나아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겠지만, 잠깐의 휴식 정도는 주어졌다. 누군가 죽어야만 쉴 수 있는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킬러가 필요하다.
그를 죽인 것은 누구일까? 어쩌면 프랜차이즈 카페의 대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카드회사의 대주주들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미 훌륭한 킬러다. 정말 아무도 모를 정도로 은밀하게, 한 명씩 사람을 죽인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킬러 가족이 온다!


소설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킬러 가족’이 등장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듣고 보면 묘하게 설득이 된다. 이들의 조상은 대대로 나라를 세우는 것을 돕고, 종교를 전파하고, 교육기관을 만들고, 강력한 법률을 제정하고, 은광을 채굴하고, 농사 기술을 발전시키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천 년의 실패 끝에 이러한 결론을 내린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
그리하여 대를 이어 사람을 죽이게 된 이 가족은 철저한 역할 분담과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살인'한다. 할아버지는 독제사, 할머니는 폭파 전문가, 아빠는 자살 전문가, 엄마는 암기술 전문가, 삼촌은 근접 살인 전문가, 형은 사고사 전문가, 누나는 저격수…….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세상에 악당은 없어.
그냥 각자 입장이 다른 거지.”
-본문 중에서-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들의 목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지, 정의의 실현이 아니다. 킬러는 판단하지 않는다. 고로, 이념이나 대의를 위해 직접 제거 대상을 결정하지 않는다. 그저 의뢰를 받고, 나름의 기준으로 선별하여, 죽일 뿐이다. 그들의 활동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죽음을 막기도 하고 정의를 실현하기도 하지만, 배다른 동생이 30명쯤 생기기 전에 아버지를 죽여 달라거나, 30년 전에 곗돈을 들고 도망간 계주를 죽여 달라는 사사로운 의뢰를 수행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것이 각자의 인생에서는 정의 구현만큼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킬러’와 ‘살인’이라는 무시무시한 소재와는 별개로, 이 소설은 ‘통째로 바뀌지 않는다면 당장 가려운 부분이라도 긁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바람을 유쾌하게 실현해주고 있다.
"그렇게 문제가 많은 사회를 왜 지속해야 하는데? 나는 고양이 키우는 게 꿈이야."(167p)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고양이를 키우는 것’ 같은 아주 소소한 행복일 테니 말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과
이갑수 작가표 유머가 녹아 있는 작품


이 책은 헤겔의 『합기도 입문』이라는 가상의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 다양한 사회적, 철학적 문제들을 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독특한 소재와 이갑수 작가표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킬러 가족에게 도착한 다양한 의뢰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관한 여러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를 테면, 제니가 총을 쏠 때마다 부르는 포켓몬스터 이름과 국회의사당을 폭파하자 등장한 로보트 태권 브이 같은.
또한 헤겔의 첫 저작이었다는 『합기도 입문』,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헤겔의 무술 선생 ‘홍’, 종로구에 위치한 ‘아리투헤나 대사관’ 등 너무 진지하고 디테일한 묘사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 역시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 작가의 말
“사람들은 더 이상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고,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낫고, 10년 뒤에는 훨씬 좋아질 거라는 전망을 하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는 발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은 내가 이 고장 난 세계에서 버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세상이 즐겁지 않다면, 내가 즐거운 이야기를 쓰면 된다. 즐겁게 읽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당신의 삶을 버티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추천평

첫 줄부터 모순으로 시작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일단 기가 찰 것이다. 잽으로 간을 보며 날아드는 모순에 좀 맞다 보면 그것을 파쇄해 주리라 기를 모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모순은 부수거나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발견되는 것이고, 이갑수는 예로부터 있는 그대로를 돌려보내 공격하는 합기 고수였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세상에 킬러들을 보낼 수밖에. 다름 아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평화. - 우다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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