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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와 그녀의 이야기 |
마법소녀, 투쟁! · 김청귤 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같이 · 서이제 청춘 미수 · 이서수 망한 연애담: 세상을 망하게 한 사랑 · 황모과 | 그와 그녀의 이야기 | 인어의 독백 · 신종원 스토커 · 윤치규 아직은 무제(無題) · 이상욱 여명의 코믹스 · 임국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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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두 살, 조금 있으면 마법소녀에서 은퇴해야 하는 스물세 살이었다. 마법소녀가 아니라 빵집 사장님이 되고 싶었다. 따뜻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고, 내가 만든 빵을 먹고 감탄하는 사람들을 보며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러나 이건 정말 헛된 꿈이었다. 은퇴한 마법소녀는 원하지 않더라도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아이와 가정에 헌신해야만 했다.
---「김청귤_마법소녀, 투쟁!」중에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술 냄새가 많이 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는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너 또한 내게 그렇게 말해 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너에게 그 세 음절을 정확히 듣고 싶었다. 그러나 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서이제_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같이」중에서 배키와 나는 십 대 시절부터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돈 버는 일에 인생의 대부분을 낭비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살자고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그렇게 살 수 있는지 도통 몰랐다. (중략)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술과 기능성 콘돔을 살 수 있다는 걸 제외하면 바뀐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이서수_청춘 미수」중에서 너랑 있을 때만 시간 압축 마법이 일어나. 고독해도 좋다고 생각했어. 근데 너랑 같이 있으면 좋은 것들이 자꾸자꾸 달라져. 너를 거치면 내 안에서 자생하지 않는 일들이 마구마구 발생해. 엉망진창, 구제 불능, 수습 불가, 망한 인생이지만 너랑 같이 망할 수 있어 다행이야. 우리가 입을 맞춘 일로 세상을 망하게 할 수 있다니, 너무 좋잖아. ---「황모과_망한 연애담: 세상을 망하게 한 사랑」중에서 외출하기 전에, 한나는 거울 앞에 서서 두 손을 내려다본다. 살며시 소매 바깥으로 빠져나온, 우아하고 가느다란 부속지. 이 손은 아직 유령의 뺨을 어루만지지 않았고, 이 손은 아직 어떤 목숨도 빼앗지 않았고, 이 손은 아직 불경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이 손은 아직 칼을 뽑지 않았다. ---「신종원_인어의 독백」중에서 최민혁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어떤 순간에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고민 끝에 최민혁은 염민지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마음이 정확히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친구로 지낸다면 염민지를 영원히 잃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윤치규_스토커」중에서 미연이 지남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딱밤을 맞은 지남이 눈을 감고 싱긋 웃었다. 달은 작고, 중력도 약해. 대기가 없어서 누군가 발자국을 남기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아. 너는 방금 달에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을 남긴 거야. ---「이상욱_아직은 무제(無題)」중에서 만화학과의 졸업 전시회란 신과 귀신을 한데 모은 자리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실력이 뛰어난 예비 졸업생은 이미 작품 계약을 마치고 작가가 되었거나 스튜디오에 취업했다는 이야기다. 반면 간택되지 못한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아무런 대비 없이 졸업을 맞이한다. ---「임국영_여명의 코믹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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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혼자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것 같아”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향해 첫발을 떼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각박한 현실에 치여 꿈을 포기하기도 하는 나이. 이제 마냥 어리다는 핑계를 댈 수 없는, 그래서 어느 방향이든 한곳을 향해 달리고 싶지만 금세 또 ‘될 대로 되라’ 덜 자란 척 때려 치고 싶어지기도 하는, 변덕스럽고 혼란스러운 시기. 바로 스물셋이다. 그녀와 그녀의 이야기 김청귤의 「마법소녀, 투쟁」은 은퇴를 앞둔 스물두 살 마법소녀의 투쟁기를 그리고 있다. 세상을 파괴하는 괴물로부터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마법소녀조차 결혼과 출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야기는 씁쓸할 만큼 현실과 닮아 있다. 서이제의 「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같이」는 스물세 살에 다시 교복을 입어 보게 된 고등학교 친구, 세연과 수민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묘한 감정이 얼굴을 드는 찰나의 순간이, 소설 속 장치와 함께 극대화된다. 이서수의 「청춘 미수」의 주인공 ‘미수’는 “하나도 힘들지 않은 일을 하면서, 나답게 살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한 달에 300만 원만 벌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을 안 해본 청춘이 있을까? 황모과의 「망한 연애담: 세상을 망하게 한 사랑」은 “누군가의 절규에 선택적으로 미지근했”던 그때를 반성하며, 이번에야말로 숨이 막혀 죽을 때까지 사랑하자고 외치고 있다. 그와 그녀의 이야기 신종원은 「인어의 독백」을 통해 ‘젊음’이 “공동체가 기대하는 역할과 화면에서 벗어나 미궁 같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린” 세상 모든 젊은이를 포용할 수 없다면 우리는 기꺼이 젊음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치규의 「스토커」는 태어나 처음 사귄 친구로 시작한 최민혁과 염민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을 내릴 수 없는 마음 때문에 엇갈려 버린 스물셋이지만, 작게 들리는 혼잣말에 결말이 아쉽지만은 않다. 이상욱은 「아직은 무제(無題)」에서 “힘들고 외로운, 그래서 어제의 선택이 후회스러운 날들이 계속 이어”지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이 모든 순간이 지나가면, 너는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걷게 될 거”라고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임국영의 「여명의 코믹스」는 만화학과 졸업생의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 과정에서 주고받는 상처에 대한 위축과 미완성의 불안에 대해 진지하게 짚어낸다. 당신이 맞이한 스물셋이 ‘코딱지’ 맛 젤리일지라도…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에는 ‘온갖 맛이 나는 젤리’가 등장한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장 덤블도어는 어린 시절 ‘구토’ 맛을 먹고 난 후 젤리를 끊었다가 해리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그 젤리를 먹게 되는데, 그때 먹은 젤리는 ‘귀지’ 맛이었다. 물론 온갖 맛이 나는 젤리 안에는 레몬이나 수박, 솜사탕, 블루베리 등 맛있는 맛의 젤리도 많이 들어 있다. 다만, 이번에 집어 든 젤리가 ‘코딱지’ 맛이었을 뿐이다. 나만 혼자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것 같이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춘들에게 “이 또한 지나갈 거야.”라고 ‘1’도 도움이 안 되는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99’는 그게 정답이기 때문이다. 스물셋,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 속에서 헤매고 있는 당신에게, 다음에 집어 든 젤리는 조금 더 괜찮은 맛이기를… 그리고 결국엔 당신이 원하는 맛으로 끝날 수 있기를…. 달달한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