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외증조모와 증손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빠져들고 말았다. 방심한 사이에 마주친 잔인한 장면이 나오면 그저 문장으로 읽고 흘려버리고 싶어도 머리는 저절로 소설에서 나온 것보다 더 자세하고 선명하게 영상으로 만들어버린다. 붉은 소파와 방바닥에 펼쳐진 물고기의 배와 날카로운 상처들이 뒤죽박죽되어 눈을 감게 된다. 그럼에도 눈을 떠서 보고 싶다. 계속 읽고 싶다. 일제강점기 시절 적산가옥에서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지금의 적산가옥에서 벌어지는 일은 무엇인지 궁금해서 눈을 뜨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