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사랑 이야기다.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이 아닐지라도.
인간들의 발길이 끊어진 건물을 초록 식물이 뒤덮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황폐하고 스산하면서도 생명력이 가득했다. 사람이 없어야 자연이 되살아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간은 모든 문명이 스러지고 사라진 세계가 아포칼립스처럼 느껴지겠지만, 식물의 입장으로 보면 천국일 것이다. 이 책의 화자인 식물은 그러한 천국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해할 수 없고, 두렵고, 무섭고, 섬뜩하더라도, 식물에게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방식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자신의 몸을 차지한다는 공포와 그 누구도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언가가 자신만을 애정하고 있다는 특별함의 괴리 속에서 우리는 이 화자가 인간을 사랑하기를, 아니 사랑하지 않기를, 그동안 함께한 시간 속에서 인간다움을 배워 그를 놔주기를, 혹은 하나가 되어 만족함을 느끼고 고요히 사라지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사랑 이야기다. 당신이 생각하지 못한 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