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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말 006

1장 - 씨앗 011
2장 - 새싹 147
3장 - 꽃 229
4장 - 열매 281
5장 - 꽃꽂이 343

옮긴이의 말 353

저자 소개 2

세라 마리아 그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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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 Maria Griffin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아일랜드의 독보적인 젊은 작가. 소설가, 시인, 팟캐스트 운영자, 잡지 프로듀서. 1988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2011년 시집 『어리석은 짓들(Follies)』과 희곡 『잠이 내 심장을 스친다(Sleep skips my heart)』로 데뷔한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집필 활동을 보이며 2017년 유럽SF협회어워드(ESFS Awards)에서 '주목받는 신예 작가'에게 수여하는 크리설리스상(Chrysalis Award)을 받았다. 첫 소설 『여분용 부품과 수리용 부품(Spare and Found Parts)』(2016)은 “눈을 뗄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아일랜드의 독보적인 젊은 작가.
소설가, 시인, 팟캐스트 운영자, 잡지 프로듀서. 1988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2011년 시집 『어리석은 짓들(Follies)』과 희곡 『잠이 내 심장을 스친다(Sleep skips my heart)』로 데뷔한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집필 활동을 보이며 2017년 유럽SF협회어워드(ESFS Awards)에서 '주목받는 신예 작가'에게 수여하는 크리설리스상(Chrysalis Award)을 받았다. 첫 소설 『여분용 부품과 수리용 부품(Spare and Found Parts)』(2016)은 “눈을 뗄 수 없는 완벽한 서사”라는 평과 함께 2018년 아일랜드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두 번째 소설 『연기를 부르는 다른 이름들(Other Words for Smoke)』(2019)은 그해 아일랜드도서상 청소년 부문을 수상했고 2020년에는 미성년 성소수자를 위해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선정하는 무지개리스트(Rainbow List)에 포함되며 문학성 및 공익적 기여도를 인정받았다. 2025년에 출간된 『네 사랑을 먹어라』는 청소년 소설을 집필해 오던 작가의 첫 일반소설이다. 인간관계 속 다양한 형태의 '독성'을 탐구했다는 극찬과 함께 아마존 편집자의 선택에 올랐으며, 잡지 《리액터(Reactor)》의 '올해의 SFF(Science Fiction and Fantasy) 기대작 30선'에 선정되었다.

세라 마리아 그리핀은 창작활동을 넘어 적극적으로 시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6년 《더 아이리시 타임스(The Irish Times)》에 시를 기고하여 아일랜드 낙태권 찬반 투표를 독려하는 등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메이누스 대학교와 아일랜드의 지역 상주 작가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과 지역 사회의 문학적 토대를 다졌다. 그는 2021년에는 영미권 시인을 후원하는 단체, 포에트리아일랜드(Poetry Ireland)에서 임명하는 '에드나 오브라이언 영 라이터스(Edna O'Brien Young Writers)'의 첫 번째 펠로로 선정되며 아일랜드 문학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부터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2025년 출간작 『네 사랑을 먹어라』로 아일랜드도서상 올해의 작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김지현 (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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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

소설가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하고, ‘김지현’이라는 본명으로 영미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창작과 번역 사이, 현실과 환상 사이,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문학적인 담화를 만들고 확장하는 작가이고자 한다. 소설집 《로드킬》 《멜론은 어쩌다》, 장편소설 《너라는 이름의 숲》, 산문집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사랑, 편지》등을 썼다. 《로드킬》은 2025년 영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그날 저녁의 불편함》 《흉가》 《캐서린 앤 포터》 《조반니의 방》 《사생아》 《이별할 땐 문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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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88g | 145*212*15mm
ISBN13
9791193078921

책 속으로

이제 사람들은 셸의 구직 활동이 어떻게 되어가느냐조차 묻지도 않게 되었다.
--- p.17

“그 꽃집은 정말 을씨년스러워. 그런데 네 솜씨는 정말 뛰어나고. 폭스앤문에 다니던 네가 이렇게 망가진 걸 보는 게 내겐 너무 충격이었어. 친구가 이렇게 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들이 네가 망상에 빠졌다고 말하고 있어.' 싱크대에 놓인 나는 머릿속 어두운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충격받고 쪼그라든 셸을 찾아내서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네가 아프다고 생각해.'
--- p.257

그래서 셸은 친구들에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 하루 어땠어?'라는 질문에는 파티 모자를 쓴 도마뱀 사진을 보냈다. '얘들아, 주말 계획은 뭐야?'라는 질문에는 선글라스를 쓴 아기 염소 사진을 보냈다. 아예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점점 더 정신 나간 밈을 올리는 편이 쉬웠으니까.
--- p.35

그들이 상처에 대해 뭘 아나?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을? 가장 소중한 안식처였던 연인과의 관계가 끝났음을 깨닫는 순간의 한기, 약혼반지가 손가락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감각, 상실감, 패배를 인정하기, 항복, 어른의 삶으로 나아가야 할 나이에 어린 시절 지냈던 방에서 잠들어야 하는 심정에 대해 그들이 뭘 안단 말인가? 최저 임금이 뭔지 그들이 알기는 하나?
--- p.262

내게 선한 구석이라곤 없다. 세포 하나조차도. 하지만 네브는 내가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게 한다. 황금빛을 띠고 선해질 수 있도록.

네브가 내게 심장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pp.83-84

네브는 셸에게 자신의 세계를 열어주고 있었고, 네브의 세계 중심에는 내가 있다. 푸르고 거대한 덩굴을 휘감고 있는 내가. 좋든 싫든 나는 네브의 자아 중심에 있는 씨앗이다. 네브가 나를 셸에게 보여줄 날은 조만간 올 것이기에 나는 인내심을 다잡았다. 갈망은 나를 강하게 했고, 내 덩굴들은 오로지 기대감의 힘으로 자라났다.
--- p.96

“셸은 네브에게는 온통 '좋아'라고 말하고 싶었다. 자신과 네브를 '좋아'로 감싸고 싶었다. (…)

중요한 건 네브가 자신을 그의 삶으로, 비밀 클럽으로 초대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조그마한 조직에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이 우드바인 크라운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 p.94

“사실 당분간 남자를 만날 생각은 없어.” 셸은 차분하게 말했다. 최대한 담담하면서도 단호하게, '남자'를 강조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대학 시절 이후 처음이었는데, 내면의 도드라진 어떤 부분을 인정하는 듯한 감각이었다. (…)

네브는 셸의 의도를 알아듣고 “그렇구나”라고 했다.
--- p.155

셸은 앞으로 아주 많은 것을 배워나갈 것이다. 비록 지금은 그저 본능적인, 누군가에게 보이고 지각되고 있다는 단편적인 감각뿐이라 해도, 나는 셸이 짐작할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넘어 그를 느끼고 있다. 안녕, 셸. 안녕. 나는 유리를 두드려 보았다. 셸에게는 들리지 않게. 단지 나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해. 셸의 눈은 크고 파랬다. 차가운 액체 같은 빛깔이었다. 비범한 눈빛은 분명 아니었다.
--- p.58

“샌드라 말로는 일주일 안으로 문 닫는다더라. 그러니까 거기가 또 다른 전자 담배 매장이 되거나 아예 공실이 되어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탈의실에서 추억 셀카라도 찍어둬.” 그 말과 함께 벡은 블레이저 주머니에서 가느다란 흰색 전자 담배를 꺼내 한 모금 빨았다. 그의 숨결이 닿자 전자 담배가 밝은 파란색으로 빛났다.

“이 구질구질한 데 너무 오래 박혀 있다 보면 누구든 전자 담배 매장으로 변하겠어.”
--- p.119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나는 걸 축하하며.” 그의 말투는 장난스러운 한편 슬픔이 가득 묻어났다. 좌중에 터져 나온 “건배” 소리에도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분명 그들은 잘 지낼 테지만,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건물이 속까지 썩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썩어가는 그 자리에서 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까지는 모르더라도. 그럼에도 그들은 크라운 쇼핑몰을 사랑했다. 이곳에서 성장했고 서로를 만났으니까.
--- p.220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이 완전히 미친 소리처럼 들릴지도 몰라. 정신 나간 소리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내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해줘서 고마워. 맙소사, 왜냐하면 지금 너한테 하는 이야기가 그 여자한테 정말 중요하거든. 네브가 걔를 그린홀에 들인 적 있어? 그린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거나 했어? 벡, 네브가 그 안에서 뭔가 끔찍한 걸 키우고 있어. 진짜 끔찍한 거. 네브는 그것 때문에 괴상한 행동을 하고, 의례적인 자해를 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자기 몸의 일부나 아니면 또 다른 것을 거기 있는 무언가에게 먹인다고 해야 할까? 내 말이 어떻게 들릴지 알아. 안다고. 네브가 망상에 빠져 있거나 아니면 그보다 심각한 상태에 처했을지도 모르지. 네브가 나를 그곳에 끌어들이려고 했을 때 번개처럼 도망친 나는 겁쟁이였을지도 몰라.

--- p.171

출판사 리뷰

2025년 아일랜드도서상 최종 후보작
2025년 최고의 SFF(SF and Fantasy) 리스트 선정

현대 아이리시 장르 문학의 정점
고딕 호러의 천재, 세라 마리아 그리핀의 첫 국내 출간작

“세라 마리아 그리핀, 샐리 루니…
아직 당신이 읽어보지 못했을지 모르는,
현대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소설가.” _ 《아이리시포스트》

현지 최고의 화제작, 미친 여자들의 고품격 이야기
현대 아이리시 문학의 '장르'를 이끄는 세라 마리아 그리핀 첫 국내 출간작


클레어 키건, 샐리 루니와 함께 현대 아이리시 문학 대표 작가로 꼽히는 세라 마리아 그리핀의 『네 사랑을 먹어라』가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시집과 희곡으로 데뷔한 세라 마리아 그리핀은 청소년과 퀴어니스, SF‧판타지 요소들을 접목시킨 두 소설 『여분용 부품과 수리용 부품(Spare and Found Parts)』(2016), 『연기를 부르는 다른 이름들(Other Words for Smoke)』(2019)로 에드나 오브라이언과 샐리 루니가 수상했던 아일랜드 내 최고 문학상인 아일랜드도서상 청소년부문 최종 후보 및 수상의 자리에 올랐다. 이를 통해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장르 문학 소설가로 자리 잡은 작가는 2025년, 처음으로 성인 독자를 위한 소설 『네 사랑을 먹어라』를 선보였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작품은 독립에 실패하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온 청년 셸이 우연히 사랑에 빠지며 지역 공동체에 소속됨과 동시에 기이한 착취의 올가미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정교하고 독특하며, 지금까지 읽어본 그 어떤 책과도 다르다”(소설가, 올리비 블레이크)라는 찬사와 함께 출간 직후 순식간에 현지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으며, 미국 대표 서평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와 《라이브러리 저널》이 동시에 주목하는 등 영미 장르 평단과 독자를 사로잡았다. 『네 사랑을 먹어라』는 2025년 아일랜드도서상 '올해의 작가'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25 최고의 SF‧판타지' 리스트에 선정되는 등 지금까지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화제작이다.

“네브는 셸을 고용한 것에 대해 말한다.
셸이 마음에 든다고. 친절한 사람인 것 같다고.
나는 네브에게 꽃잎 입술을 달싹여 말한다.
나는 이미 셸을 사랑해. 우리에겐 셸이 필요해.
왜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_ 85p

「네 사랑을 먹어라」는 독립에 실패하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온 서른세 살 셸이 꽂집 주인 네브와 그가 기르는 식인 식물 '아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네브와 셸은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이끌리고, 굶주린 '아가'는 그 뒤에서 자신만의 계획을 조용히 실현해 나간다.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지점은 식인 식물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아니라, 이 식물이 인간의 몸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인간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마치 그루밍 범죄와 흡사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평범한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지금 시대에, 작가는 자신이 사랑한다고 정의 내린 사람을 통째로 먹어 삼키려는 식인 식물에게 화자의 자리를 내주었다. 식인 호러라는 자극적인 외피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한 여성의 위축된 내면을 정직하게 그리며 동시대 청춘 소설로서의 결까지 함께 완성했다. 감각적인 문장과 잔혹하리만치 정확한 장르 문법 속에서 독자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끌려간다. 그리고 그 끝에서, 한국 사회의 풍경과 기이할 만큼 맞물리는 아일랜드의 정서를 마주하며 낯선 공감의 자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면의 솔직한 고백이란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인가. 얼마나 무서운 읊조림인가.
그것이 사랑이기에,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기에
더더욱 무시무시하게 느껴진다.” _ 강화길(소설가)

두 여성이 사랑에 빠지는 사이, 허기진 식인 식물 하나가 덫을 놓기 시작한다
사랑과 식욕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 천재적인 심리호러


파혼하고 직장을 잃은 채 고향에 돌아온 30대 여성 셸. 그를 기다리는 것은 가족의 따뜻한 환영이 아니라 미세한 불편함이었다. 부모님은 셸이 언제 다시 독립할지 은근히 눈치를 주고, 친구들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셸의 연락에 짧은 격려 한마디만 건네면서 정작 자기들끼리의 브라이덜 샤워에 셸이 빠진 것을 두고 서운함을 표한다. 셸은 결혼과 일로 '아무튼 바쁜' 친구들 옆에서 패배감을 느끼고, 필라테스 회원권과 팟캐스트 구독을 하나씩 취소하며 SNS 피드에 올릴 것들이 점점 사라지는 일상 앞에서 위축된다.

이 끊임없는 자기혐오의 한가운데에서 셸은 우연히 만난 쇼핑몰 꽃집 주인 네브와 첫눈에 반한다. 아르바이트생을 찾고 있다는 네브의 말에 셸은 충동적으로 이력서를 보내고, 쇼핑몰의 일원이 된다. 철거를 앞둔 낡은 쇼핑몰에서 일하는 셸의 소식을 접한 친구들은 그를 멍청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쇼핑몰 상가 사람들은 과거를 묻지 않고 서로를 평가하지 않으며, 일과를 끝내고 술 한잔 기울일 동료로 셸을 대한다. 그 곁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으며 셸은 처음으로 “여기에 속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지켜보는 쇼핑몰의 심장이자 화자인 식인 식물 '아가'는 자신의 허기를 채우고자 셸의 민감하고 깨지기 쉬운 마음을 교묘히 이용한다.

“내게 선한 구석이라곤 없다. 세포 하나조차도. 하지만 네브는 내가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게 한다. 황금빛을 띠고 선해질 수 있도록.
네브가 내게 심장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_ 83~84p

이 소설의 결정적인 특징은, 셸과 네브 그리고 전 연인 젠의 관계가 세 사람의 시점이 아닌 셋 사이에 자리 잡은 식인 식물 '아가'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다는 점에 있다. 쇼핑몰 중앙 테라리엄에서 자라난 아가는 자아를 갖게 된 순간부터 육식을 시작했고, 어른 둘과 아이 하나를 삼켰음에도 만족하지 않는다. 연달아 일어난 실종 사건으로 쇼핑몰은 폐장 위기에 처하지만 아가의 욕망은 멈추지 않는다. 아가를 평생 돌봐주고 살인을 막기 위해 자신의 피까지 내어준 네브의 몸에는 이미 아가가 기생 중이며, 아가는 완벽한 한 끼를 준비하는 요리사처럼 네브가 심장을 자신에게 허락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가의 목표는 단순한 포식이 아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머리카락 한 톨, 영혼 한 점 남기지 않고 자신의 안에 들여 '하나가 되는' 일이다.

이 목표는 아가가 셸을 발견한 순간 비로소 실행할 수 있는 계획으로 구체화된다. 셸을 이용해 네브의 심장을 차지할 것. 그리고 곧, 셸의 몸에도 아가의 새싹이 돋기 시작한다. 여기에 네브의 연인이었던 식물 연구가인 '젠'까지 쇼핑몰의 비밀을 풀기 위해 돌아오면서 '아가의 사랑'은 더는 두 여성만의 일이 되지 못한다. 작가는 가장 다정한 속삭임과 가장 잔혹한 포식이 얼마나 밀접할 수 있는지를 '착한 식물'을 연기하는 아가의 천연덕스러운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 적나라하고 낭만적인 식물의 욕망을 중심으로 세 여성의 운명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다.

“알 수 없는 것이 자신의 몸을 차지한다는 공포와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무언가가 자신만을 애정한다는 특별함의 괴리.” _ 김청귤(소설가)

누군가의 안식처가 됨으로써 그곳에 자신을 의탁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중적인 욕망을 서늘하게 꼬집는 통찰력


“그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비극이란 이런 것이다.” _ 191p

『네 사랑을 먹어라』에서 독자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정서는 바로 '외로움'이다. 정확히는 아직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동시대 청년의 굶주린 외로움이다. 더블린 변두리, 폐장을 앞둔 쇼핑몰의 인공 조명, 어릴 적 쓰던 자신의 방에 몸만 커진 채 돌아와 마주하는 갑갑함, 가족이 보내는 친절하지만 불편한 시선, 친구들의 안부 문자 사이로 비치는 미세한 우열의 감각…. 지금 시대의 가장 현실적인 감각들이 문장 곳곳에 단단히 박혀 있는 이 작품은 식인 식물이라는 도발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끌어당긴다.

셸은 자신의 일상을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으로 채점한다. 게으른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단체 대화방에 쌓여만 가는 알림을 외면하고, SNS에 글을 올릴 때면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몰라 이모지 하나까지 고심한다.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 사람을 고요히 비난하는 사회 속 미세한 평가의 그물 한가운데서 셸은 처음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공동체를 만난다. 식인 식물이 셸의 몸에 싹을 틔우는 동안, 셸은 사회에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며 성장한다. 그래서 어느 아침 셸이 자신의 몸에 돋은 하얀 새싹을 발견하는 장면은 단순한 바디 호러가 아니다. 번지르르한 관계 안에 머무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못난 지점을 홀로 쳐내며 살아가는 동시대 청년이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재구성했다는 위대한 변화에 대한 생생한 자각의 순간이다.

“강요된 의무감, 갇힌 듯한 느낌.
직장은 공포를 탐구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다.
바로 이런 곳에서 괴물은 나타난다.” _ 작가 인터뷰 중에서

작가는 꽃집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람은 치유받고 싶어 식물을 들이고 이름을 짓고 돌본다. 마음을 표현할 때는 생화로 만든 꽃다발을 상대에게 선물한다. 그러나 치유와 정화를 전하는 직업인 플로리스트는 작중에서 '부패와 춤을 추는 직업'으로 표현된다. 식물은 수확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인간은 그런 꽃과 잎사귀 들을 아름답다 칭찬하며 소비한다. 이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생기와 뜨거운 피를 욕망하는 식물을 통해 우리가 식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뒤튼다. “저들은 진실로 내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들의 것일까”라는 강화길 소설가의 말처럼, 우리는 타인을 향한 돌봄을 이용해 거꾸로 자신의 있을 자리를 만드는 인간의 음습한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가장 평범한 일터와 가장 익숙한 관계 속에서 자라는 것이 식물이든 사랑이든 외로움이든, 결국 그것이 우리의 가장 진실한 모습임을 『네 사랑을 먹어라』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일깨운다.

추천평

이 소설의 화자가 누구인지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다. 그는 자신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 역시 감추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허기. 인간을 먹고자 하는 욕구. 그러나 아무나 잡아먹지는 않는다. 먹을 수는 있지만, 진짜 원하는 상대는 따로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

식물. 꽃. 덩굴. 아가라 불리는 이 존재는 네브가 자신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 내면의 솔직한 고백이란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인가. 얼마나 무서운 읊조림인가. 그것이 사랑이기에,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기에 더더욱 무시무시하게 느껴진다. 덫을 놓고 기다리는 잔혹한 인내심. 때가 되었다 싶은 순간, 기회를 놓치지 않는 본능. 아가의 고백을 읽어나가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 사랑. 사랑이라고? 하지만 이 소설의 모두가 그 사랑에 얽혀 있다. 네브. 새로 나타난 여인 셸. 과거의 연인을 구하러 돌아오는 젠까지 모두 자신의 사랑을 구해내고자 한다. 그리고 아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어디에서나 싹을 틔울 수 있는 경이로운 존재의 마법. 과연 이들은 그 사랑에서 벗어나게 될까. 아니면 결국은 덫에 걸리게 될까.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해 이 책을 하루 만에 읽어냈고, 내 식물들을 다르게 보게 됐다. 저들은 진실로 내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들의 것일까. - 강화길 (소설가)
이것은 사랑 이야기다.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이 아닐지라도.

인간들의 발길이 끊어진 건물을 초록 식물이 뒤덮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황폐하고 스산하면서도 생명력이 가득했다. 사람이 없어야 자연이 되살아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간은 모든 문명이 스러지고 사라진 세계가 아포칼립스처럼 느껴지겠지만, 식물의 입장으로 보면 천국일 것이다. 이 책의 화자인 식물은 그러한 천국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해할 수 없고, 두렵고, 무섭고, 섬뜩하더라도, 식물에게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방식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자신의 몸을 차지한다는 공포와 그 누구도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언가가 자신만을 애정하고 있다는 특별함의 괴리 속에서 우리는 이 화자가 인간을 사랑하기를, 아니 사랑하지 않기를, 그동안 함께한 시간 속에서 인간다움을 배워 그를 놔주기를, 혹은 하나가 되어 만족함을 느끼고 고요히 사라지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사랑 이야기다. 당신이 생각하지 못한 사랑 이야기. - 김청귤 (소설가)
흘러가는 것과 영원히 남는 것, 사랑과 집착,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경계에 대한 질문들을 탐구하는 소설. 먹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배부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무엇이 우리를 지탱하는가? 작가는 『네 사랑을 먹어라』를 통해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 《더 미시건 데일리》
평범한 욕구와 금기된 욕망이 주는 강박에 대해 뼛속 깊이 공감하며, 부패와 욕망, 그리고 소속감을 위해 뼛속까지 굶주리면서도 충족되기를 갈망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훌륭한 이야기로 엮어냈다. - 멀린다 솔즈베리 (작가)
정교하고 독특하며, 지금까지 읽어본 그 어떤 책과도 다르다. 기이하고 깊은 관능미를 지녔으며, 탄탄한 필치로 다양한 형태의 '독성'을 탐구한다. - 올리비 블레이크 (작가)
인간관계의 아름다움과 복잡성을 천재적인 감각으로 담아냈다. - 디어드리 설리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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