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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전시
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R. O.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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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기다릴 생각이었어. 내가 버림받은 듯한, 쓸쓸한 기분을 느낀다고 말하고 싶진 않았다. 필립은 되도록 그 충동을 억누르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를 되돌릴 작정이었다. 신화 속에서 저주받은 얼간이를 원래대로 되돌리듯이, 잃어버린 진정한 필립을 되찾을 터였다. 살아 있는 아내를 제치고 허구의 존재를 선택하는 짓 따위는 할 수 없는 필립을.
---p.38 “발레의 이미지는 허상이에요. 사람들은 발레가 연약한 거라고 생각하죠. 그건 우리가 묘사하는 거짓말이에요. 님프, 정령을 연기하면서요. 진, 내가 발레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그 힘 때문이었어요. 나는 날아올라야 했어요.” ---p.56 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 맞서 싸우고 싶었다고 인터뷰어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때 처음으로 젠체한다는 말을 들었다. 내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거창한 퍼레이드를 벌여가며 지지해주지 않는 열망을 남몰래 간직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나쁘고, 사악하고, 유해하고, 잘못됐다고 여겨지는 욕망을. 언론에서는 나를 용감하고 대담하다고 평가했고, 나는 그걸 내버려뒀다. 찬사를 받는 사기꾼이었던 셈이다. 나는 그런 칭송을 받을 자격도 없는데. 나는 여전히 숨어 있고 겁에 질려 있는데. ---p.100~101 너를 놓아줄 순 없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를 떠나보낸다고 상상하면 잘 그려지지 않았다. 헤어진 이후의 미래를 아무리 상상해도 필립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사랑에 능숙한 그는 슬쩍 빠져나갈 터였다. 영리한 필립. 그와 떨어지는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수수께끼를 그는 교묘히 피해 갔다. ---p.167 내가 리디야에게 느낀 감정은 기껏해야 약간의 호감이었다. 지나갈 감정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는 평온했다. 헤어지고 나서야 그리움이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리디야와, 이 친구와 시간을 보낼 작정이었다. ---p.170 한때 나는 애타는 그리움을 충분히 다스리려고 해보았어. 욕망하는 것 또한 일종의 삶이라고 생각했지. 억눌렸다고 해서 덜 충만하거나 덜 온전한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필립,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했어. --- p.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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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처음 본 사람에게 비밀을 말했다
자신을 불태워 빛나는 이들의 파괴적 자기 전시 마린에서 리디야와 함께 보낸 6월의 밤, 그 약속은 저주받은 밧줄처럼 해지고 찢어졌다. 필립, 너는 어떻게 내가 네게도 숨긴 것을 그날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말할 수 있었느냐고 물을 것이다. 나는 그 답을 찾아서 내가 불태워버린 모든 것의 더미를 뒤적거렸다. (13쪽) 소설은 한씨 집안의 전설로 시작한다. 신분 차이로 인해 한씨 집안의 장남과 혼인하지 못하고 자결한 기생의 이야기로, 욕망을 품은 자는 대가를 치르게 되므로 이를 억눌러야 한다는 경계심이 대대로 이어지고 있다. 진은 그날 처음 만난 리디야에게 자신의 욕망을 털어놓는다. 둘은 사진 촬영을 핑계로 만나기 시작하다 점차 강렬한 BDSM 관계에 빠져든다. 그 과정에서 진은 성적 만족을 경험하고, 지지부진하던 사진 작업에도 돌파구를 마련한다. 그뿐만 아니라 리디야의 발레 창작에도 영감을 준다. 하지만 그 결과 진은 남편과 가족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소설 속에서 진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맞닥뜨린다. 우리는 내면의 가장 깊은 욕망을 좇기 위해 무엇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 자신의 삶을 불태우면서까지 얼마나 밝게 빛날 수 있을까? 소설의 원제인 ‘EXHIBIT’은 ‘전시하다’라는 뜻을 갖는 영어 단어다. 이 제목은 진 한이 선보이는 사진 전시회를 가리키는 동시에, 진이 자신의 억압된 욕망을 마주하고 이를 드러내는 과정까지도 암시한다. 진은 마조히즘을 충족하려 할 때마다 ‘동양인 여자는 순종적이라서 주체적으로 욕망을 표현하거나 추구할 줄 모른다’라는 미국 사회의 편견에 맞서기는커녕 도리어 그러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꼴이 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묻는다. 진은 욕망을 추구해도, 추구하지 않아도 자신을 배반하는 딜레마에 놓인다. 상황이 그러하다면, 딜레마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데서 새로운 자기 이해와 표현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신앙, 욕망, 예술에 관하여 2025년 짐 더긴스상 심사위원회는 권오경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권오경의 작품은 욕망과 신앙이 우리를 어떻게 추동하고 정의하는지, 또 욕망과 신앙을 잃었을 때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탐구한다.” 전작 『인센디어리스』가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져 테러를 저지르는 한 인간의 상실감과 결핍에 주목한다면, 『빛의 전시』에서는 신앙이 떠나간 빈자리를 끈질기게 응시하면서 이를 예술의 원천으로 삼는 여성 예술가가 자신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 주인공 진의 위태로운 여정을 함께 겪어낸 듯, 작가 권오경은 인터뷰에서 이 소설을 쓰는 동안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음을 털어놓은 바 있다. 자신과 같이 열일곱 살에 신앙을 잃은 한국계 여성이 여성의 욕망과 섹슈얼리티, 퀴어성을 공개적으로 다루었다가는 공동체로부터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유대감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문학 속에서 우리가 때때로 경험할 수 있는 그런 동료애는, 작가가 두려움을 직면하고 용기를 발휘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진귀한 선물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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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부정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만이 진입할 수 있는 경계 지대에서 뒤틀린 욕망과 수치심을 탐구한다. - 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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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탐구와 예술을 향한 야심을 시적 문체로 촘촘하게 엮어낸다. -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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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자아와 반쪽짜리 삶에 관한 소설. 제목을 보고 우리는 전시회를 떠올리게 되지만, 이 소설은 다음 질문 또한 던진다. 우리는 자신의 삶으로 무엇을 전시할 것인가?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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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퀴어 여성들의 욕망으로 가득하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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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럽고도 울긋불긋한 멍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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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은 과거와 씨름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대담히 만들어가는 한 여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날카롭고도 풍성한 산문으로 써낸다. 예술, 인종주의, 페미니즘, 욕망을 탐구하는 이 강력한 소설은 내 안에 오랫동안 머물 것이다. - 매들린 밀러 (『키르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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