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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겨울

여름
가을
겨울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

애너 퀸들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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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Quindlen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이다. 1992년 「뉴욕타임즈」칼럼 ‘Public and Private(공과 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칼럼들을 모아 『Thinking Out Loud』라는 제목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30대의 삶을 주제로 엮은 『Living Out Loud』와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어느 날 문득 발견한 행복A Short Guide to a Happy Life』과『내 생의 가장 완벽한 순간Being Perfect』등이 있다. 현재 「뉴스위크」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으며 남편, 자녀들, 래브라도 ‘비’와 함께 뉴욕에서 살고 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이다. 1992년 「뉴욕타임즈」칼럼 ‘Public and Private(공과 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칼럼들을 모아 『Thinking Out Loud』라는 제목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30대의 삶을 주제로 엮은 『Living Out Loud』와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어느 날 문득 발견한 행복A Short Guide to a Happy Life』과『내 생의 가장 완벽한 순간Being Perfect』등이 있다. 현재 「뉴스위크」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으며 남편, 자녀들, 래브라도 ‘비’와 함께 뉴욕에서 살고 있다.

Anna Quindlen is the author of two other bestselling novels, Object Lessons and One True Thing. Her New York Times column, "Public & Private," won a Pulitzer Prize in 1992, and a selection of these columns was published as Thinking Out Loud. She is also the author of a collection of her "Life in the 30's" columns, Living Out Loud, and two children's books, The Tree That Came to Stay and Happily Ever After. She lives in New York City.

김지현 (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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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

소설가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하고, ‘김지현’이라는 본명으로 영미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창작과 번역 사이, 현실과 환상 사이,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문학적인 담화를 만들고 확장하는 작가이고자 한다. 소설집 《로드킬》 《멜론은 어쩌다》, 장편소설 《너라는 이름의 숲》, 산문집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사랑, 편지》등을 썼다. 《로드킬》은 2025년 영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그날 저녁의 불편함》 《흉가》 《캐서린 앤 포터》 《조반니의 방》 《사생아》 《이별할 땐 문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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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480g | 140*210*30mm
ISBN13
9791124591055

책 속으로

이런 생각은 그만둬야 했다. 레몬과 빵이 뒤섞인 냄새를 풍기며 곁에 있던 애니의 부드러움과 따스함을 떠올리는 것을 멈춰야 했다. 그것 때문에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유령을 믿지 않는다고들 했다. 빌도 마찬가지였다. 다락방에서 “우우”하는 소리를 내며 출몰하는 그런 유령 따위는. 하지만 애니가 옆 차선을 지나는 차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노랫소리처럼 주변을 맴돌다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제 애니가 유령이 되었다면, 빌이 숨기려 했던 것들도 알게 되었을까? 그가 처음에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고, 아이는 둘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가끔은 밴 안에서 혼자 있는 게 좋았다는 것 모두?
--- p.38

알리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이 자꾸만 말해주는 데에 지쳤다. 요양원 동료들은 엄마가 얼마나 성실하게 일했으며 어르신들이 엄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이야기했고, 고등학교 동창들은 엄마가 얼마나 재미있었고 얼마나 춤을 잘 췄는지 이야기했고, 동네에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은 엄마가 환영 선물로 쿠키 바구니를 가져다주고 좋은 농산물 직판장이 어디 있는지 알려줬다고 이야기했다. “애니는 척졌다가는 큰일 날 사람이야.”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게 사실인데도. “얘, 너희 엄마는 가끔 피곤해 보이더라”라고 말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그 역시 사실인데도. 알리는 죽은 사람에 대해 솔직히 터놓고 말하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죽은 사람이란 언제나 완벽하거나 적어도 아주, 아주 착한 사람인 걸까 생각했다. 누군가가 그 단어를 소리 내어 말해줬으면 싶었다. 그래서 알리는 조용히 혼잣말했다. “죽은 사람.” 그런다고 해서 더 현실감이 들지는 않았다. p.73
--- p.74

달력상으로는 봄이었지만 밤이나 이른 아침 기온만 봐서는 아직 봄이 아닌 것 같았다. 봄은 사람을 놀리는 듯했다. 성큼 다가섰다가도 물러나고, 더 나은 나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주었다가도 앗아가버리곤 했다. 하루는 날이 아름답고 화창해서 모두가 외투를 벗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랫동안 못 본 친구를 만난 듯 미소 지었지만 불과 이틀 뒤에는 아니나 다를까 진눈깨비가 몰아쳤다. 햇빛은, 낮은 아직도 순조롭게 밝아오지 않는 느낌이었다. 암흑은 새벽이 되면서 진회색으로 변했지만 그 잿빛은 새벽빛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알리의 침대 머리맡에 앉아 이마에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길 때에도 창밖에는 어슴푸레한 빛이 있었다. 알리는 비몽사몽으로 미소 지었는데,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소독약과 로션 냄새를 풍기는 엄마의 손길로 착각했
나 보다 싶어서 빌은 마음이 아팠다. 이런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늘 엄마였으니까. 빌의 손은 거칠고 억셌지만 애니의 손은 아무리 고되게 일했더라도 환자들에게 로션을 발라주느라 부드럽고 매끌매끌했다.
--- p.106

슬픔은 봄 같았다. 겨우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면 다시 맹렬하게 덮쳐왔다. 게다가 슬픔에서 벗어나면 잊는 것 같았고, 잊는 건 배신처럼 느껴졌다. 가끔 옷장에서 셔츠를 찾으려고 손을 뻗을 때면 애니의 옷소매가 그에게로 뻗어오듯 팔에 닿으면서 어렴풋한 향기가 느껴지곤 했다. 레몬, 핸드크림, 그리고 샴푸인지 뭔지 모를 냄새.
--- p.110

“저는 엄마를 잃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싫어요. 엄마를 잃은 것도 아니고, 엄마가 떠난 것도 아니고, 돌아가신 것도 아니에요. 엄마는 죽은 거죠.” 알리 자신의 귀에도 그 말은 냉혹하게 들렸고 지금껏 마음속에 안전하게 억눌러왔던 분노가 새어 나온 듯 느껴졌다. 게다가 상담받을 때 지켜야 할 첫 번째 규칙, 즉 ‘말하지 말라’는 규칙을 어긴 셈이었다. 선생님이 알아서 이야기하고, 질문하고, 자기 생각을 말하게 내버려둬야 하는데. 그냥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무 의미 없는 말이나 몇 마디 던져야 하는데. 엄마의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던지는 어리석은 말들에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엄마를 잃었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하면 엄마를 되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해서는 안 된다. 엄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뇌의 일부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 며칠 전 학교 밖에서 간호사복 같은 걸 입은 사람을 보고 뛰어갈 뻔했다는 것, 어차피 빨래는 오로지 알리의 몫인데도 엄마의 핸드크림 냄새가 나는 행주를 누가 빨기라도 할까 봐. 빨간 폴로 셔츠와 같이 빠는 바람에 분홍색으로 물들어버린 제이미의 속옷처럼 망쳐버릴까 봐 어딘가에 숨겨놨다는 것도 말해서는 안 된다. 집에서 열네 살이 될 때까지는 핸드폰을 허락해주지 않아서 유선 전화기로 엄마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 음성 메시지를 듣는다는 것도 말해서는 안 된다. p.130
--- p.131

알리는 망연자실하게 말을 잃었다. 상담 선생님에게 속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게 규칙이었다. 하지만 엄마에 대해서도 말하면 안 되나? 그건 잔인하게 느껴졌다. 말하거나 말거나 엄마는 알지도 못하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잔인한 짓인 것 같았다. 알리가 엄마를 되살아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말뿐, 말과 이야기뿐이었다.
--- p.134

하지만 이제는 알리가 엄마에 관해 아는 것들조차도 얇은 커튼 너머로 들여다보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가끔 앤마리 이모가 고등학교 시절 함께 했던 일을 언급하거나 아빠가 몇 년 전 엄마가 한 말을 꺼낼 때면, 알리는 자기가 아는 엄마의 존재에 구멍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는 엄마의 일부만 알고 있을 뿐이고, 엄마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어떤 조각들은 아예 잃어버렸으며, 그 조각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 길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 p.241

사람을 여읜 슬픔도 향수병과 비슷한 건지도 몰랐다. 어떤 한 사람에 관한 감정인 것만이 아니라, 자신이 어딘가에 속해 있는 감각을 잃어버렸다는 느낌. 설령 그 소속감의 대상이 양치질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느껴지더라도. 때때로 빌은 자신이 잃은 것이 바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한때 그에게는 삶과 가족이 있었고 그것은 수레바퀴와 같았는데, 이제 바퀴의 중심축이 사라지고 바큇살만 남아서 어디로도 굴러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가끔은 애니의 애니다움이 그리운 건지 집다운 집의 느낌이 그리운 건지 헷갈렸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바로 애니의 애니다움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빌이 모든 걸 잘못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가끔 그는 자신이 그리워하는 것이 잃어버린 삶의 형태일까 봐, 단지 텅 빈 부엌 찬장과 꽉 들어찬 빨래 바구니 한가운데에서 애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애석한 것일까 봐 두려웠다. 그는 애니가 꽉 찬 빨래 바구니로 전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p.255
--- p.256

“앤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빌이 말했다.
“그렇겠죠.”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있잖아요, 제가 크루즈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 한 가지는…….” 알리가 말했다. “그런 말을 절대로 안 한다는 거예요. 선생님은 시간이 흐르면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고, 그대로일 수도 있다는 걸 아는 모양이에요. 사람들은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줄 거라고, 언젠간 다 예전으로 돌아오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그 반대일 수도 있어요. 앤트가 점점 더 거칠고 못된 성격이 되어가다가 평생 그런 사람으로 굳어질 수도 있잖아요.”

--- p.291

출판사 리뷰

애니가 죽었다. 부엌에서, 갑자기.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서른일곱 살의 애니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남편과 네 아이, 그리고 자매처럼 지내던 단짝 친구의 삶은 예고 없이 찾아온 이별 앞에 중심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소설은 애니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해 이들이 애니 없이 살아가는 일 년을 따라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누구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이 소설은 그 막막한 시간으로 들어간다.

섣부른 위로 대신 마주하는 슬픔의 민낯

상실 앞에서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사회에서, 『애니가 남긴 것』은 현실적인 애도의 언어를 건네는 소설이다. 슬픔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벗어나는 것이 고인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지고, 함께 슬퍼해야 할 가족끼리 서로 누가 더 슬픈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애니가 남긴 것』은 상실 이후의 불편하고 낯선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애도를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섣부른 위로를 건네는 대신, 슬픔의 민낯을 담담하게 응시한다.

이처럼 진실에 가까운 애도를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작가 애너 퀸들런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가족과 상실, 여성의 삶을 평생의 주제로 써온 그는 19세에 어머니를 잃고, 70대에는 오랜 친구들을 떠나보내며 상실이 일상에 남기는 흔적을 몸소 겪었다. 언론인으로서 단련된 예리한 시선과 절제된 문체로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 이 소설 속에서 전 세계 독자들은 각자 자신의 슬픔을 발견했다.

한국 소설가의 손끝에서 온전히 살아난 저자의 문체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도 한 이 책의 옮긴이 김지현은, 번역하는 동안 알리와 빌과 앤마리와 함께 일 년을 살아낸 것만 같았다고 한다. 깊은 슬픔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퀸들런의 문체는 『피플』의 평처럼 “인물들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들 안에 깃드는 느낌”을 준다. 애니가 없는 첫 번째 겨울부터 다시 겨울이 돌아올 때까지 함께 삶을 통과해온 역자의 손을 거친 한국어판을 통해 한국 독자들도 퀸들런의 문장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삶에 바치는 경의,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애니가 남긴 것』은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삶을 이루는 평범한 경험들로 설득력 있는 서사를 직조하는, 이 형식의 거장이 그려낸 예리한 가족의 초상”이라는 평처럼, 애니는 요양원 보호사로 일하며 네 아이를 키운, 평범하지만 충만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퀸들런은 바로 그런 삶에 경의를 표한다. 매일매일을 버텨내는 사람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슬픔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애니는 소설의 첫 문장에서 사라지지만, 끝까지 가장 생생한 존재로 남는다.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기억과 슬픔을 통해 독자는 어느새 애니를 사랑하게 되고, 남겨진 이들이 슬픔을 통과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우리는 ‘애니가 남긴 것’을 믿고, 좀 더 용감하게 상실 속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일상의 인류학자 퀸들런이 포착한 것, 삶을 구성하는 반짝이는 순간들의 총합 - 뉴욕 타임스
인물들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들 안에 깃드는 느낌이다. 삶과 희망, 사랑의 힘으로 빛나는 소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섬세하면서도 날카롭다. 상실과 재생을 탐구하는 이 소설은 눈물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 북리스트
탁월하다. 상실 이후의 삶을 진심 어리고 섬세하게 담아낸 초상 - 북페이지
감정적으로 충만하고 몰입도 높은 이야기 - 커커스 리뷰
조용하지만 빛나는, 깊은 울림을 전하는 보석 같은 소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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