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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안녕
도수영
빈페이지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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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모두의 안녕
오늘 기록
아이가 자라는 동안
R300
루틴을 지키기는 어려워
- 작가의 말
- 추천사

저자 소개 1

2020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모두의 안녕」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앤솔로지 《무성음악》, 《전두엽 브레이커》, 《폴더명_울새》가 있다. 제14회 현진건 문학상 추천작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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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120*188*20mm
ISBN13
9791193873403

책 속으로

나오미의 집에 가봐야겠다.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아예 없어도 되는 건 아니니까.
--- p.21

다들 이렇게 집 안에 있는 거죠?
그렇지요.
사람들이 도대체 보이지 않아서.
웬만해서는 나가지 않는 게 좋아요. 여자가 여전히 아이를 꼭 껴안은 채 속삭였다.
이유 없이 돌아다니다 걸리면 아시죠? 차단당해요. 별별 이유로 다.
--- p.33

도일은 석양을 무한으로 반복시켰다. 자신의 공간을 갖기 위해 일하던 더미들은 이제 함께 앉아 한없이 석양을 바라보게 되었다. 모두가 안녕하기를.
--- p.37

도일은 창문을 열고 흰 벽 같은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나 여기 있다. 잠시 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여기 있다. 나도 여기 있다.
--- p.37

그런데 그 일이 여자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야. 여기 있는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야. 아침이 되면 우리는 어제의 기억을 잃는다네.
--- p.51

내일이면 나는 여자를 잊을 것이다. 여자의 얼굴과 웃음, 손등에 닿는 손가락의 감각을 잃을 것이다. 여자 또한 나를 잊겠지. 그렇게 다시 새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내일의 나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
--- p.57

하루살이. 하루만 사는 것은 아니다. 매일 숨을 쉰다. 하지만 어제와 단절된 삶을 ‘산다’고 말하긴 어렵다.
--- p.58

그렇다니까. 둑 위에 앉아 있었어. 근데 몸집이 무섭게 커.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일어서니까 작은 동산 같더라고. 팔뚝이 나무통만하고 등판이 태평양 같이 넓고 배는 산사태가 난 것처럼 바지 아래로 흘러내렸어. 걸을 때마다 다리에 붙은 살이 출렁이고 흔들렸어. 피부는 나무껍질처럼 거칠고 우박이 쏟아져 내린 것처럼 온통 종기투성이더라.
--- p.86

언젠가부터 아이에게 신경을 쓰기 힘들었다. 자기 아이도 어떻게 크는지 몇 학년인지 모를 판인데, 남의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 관심은 점점 줄어들었다.
--- p.114

거대한 쓰레기 해일이었다. 아이의 집은 무너졌겠구나. 김 씨 아내는 번뜩 그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쓰레기 더미의 해일과 함께 잔뜩 화가 난 아이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 p.116

주먹 쥔 나우를 의아하게 쳐다보던 얼굴을 떠올리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주먹으로 다른 사람을 때릴 수도 있다는 걸 이제 알았겠지. 무방비한 표정은 KT27이 아직 어린 인간이라는 걸 일깨웠다. 한편으로 그가 자신과 얼마나 다른 환경에서 살았는지 실감하게 했다.
--- p.144

있다 없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겐 결핍은 생기지 않아. 아무튼 아이의 얼굴이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군.
--- p.150

청년은 미소를 지으며 헬멧을 땅으로 던졌다.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처럼 팔을 벌린 채 남자에게 달려갔다.
--- p.158

판매업체는 친환경 스마트팜으로, 자연 방사로 닭을 키우며 인공지능으로 육질을 관리한다고 광고했다. 생산 효율을 높인 만큼 가격도 낮춰 인기를 끌었다.
--- p.164

저 닭은 날개가 손바닥만 하고 다리만 뚱뚱해. 저 닭은 가슴만 비대해. 가슴 때문에 잘 걷지 못해서 자꾸 주저앉아. 저 닭도 봐. 날개 대신 다리가 있어. 다리가 네 개야. 이게 다 뭐야?
--- p.183

석준아, 매화꽃이 작년보다 딱 십 일이 빨리 폈어. 작년은 재작년보다 삼 일이 빨랐어. 동료들은 매화꽃이 예쁘다며 사진을 찍기 바빴지만 난 알 수 있었어. 개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매년 매실이 익는 시기도 빨라질 거야.

--- p.186

출판사 리뷰

단절과 고립을 넘어선 희망의 빛
도수영 첫 소설집
소설가 최정화·김철귤 추천!

『모두의 안녕』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은 각기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모두 닫힌 문과 창문 너머로 서로를 감지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도수영 작가는 격리와 단절의 언어로 오히려 연결의 감각을 이야기한다. 세계가 어떤 모양으로 무너지든, 사람들은 끝내 목소리를 높이고 동그라미를 그리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는 것. 『모두의 안녕』은 그 애처롭고 아름다운 몸짓에 관한 소설집이다.

이상기후가 만들어낸 기이한 변화,
일상이 고갈된 세상에서 마주한 고립,
공포가 잠식한 자리에서 절망이 아닌 그 너머의 안녕을 묻는 이야기

등단작이자 소설집의 표제작인 「모두의 안녕」은 방역 체계가 일상을 지배하는 도시에서 홀로 고층 아파트에 갇혀 사는 게임 개발자 도일의 일상을 따라간다. 창문에 도시의 윤곽선을 그리고, 열린 창문에 동그라미를 표시하며 사람의 흔적을 찾는 도일의 모습은 쓸쓸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도일은 보건국 직원의 감시를 받으며 외출조차 자유롭지 않지만, 오래전 자신이 만든 게임 속 가상 세계를 홀로 거닐고, 윗집 아이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연락이 끊긴 친구 나오미와 그의 아들 조슈아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단절된 세계 안에서도 타인과의 연결을 포기하지 않는 도일의 모습은, 고립과 단절이 결코 완전할 수 없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소설은 격리된 삶 속에서도 ‘나 여기 있다’고 외치는 목소리들이 어떻게 건물 사이를 휘감아 돌다 사라지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오늘 기록」은 디지털화된 뇌를 가진 채 매일 밤 기억이 지워지는 리소스 센터의 노동자 오수현을 통해, ‘기억한다는 것’과 ‘존재한다는 것’의 관계를 묻는다. 오수현은 매일 아침, 어제를 모른 채 똑같은 하루를 시작하지만, 노인이 건네준 축전지 덕분에 처음으로 ‘어제’와 ‘내일’이라는 개념을 갖게 된다. 자신이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수현이 칠흑 같은 밤을 달려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장면은 이 소설집에서 가장 숨 가쁜 순간 중 하나다. 기억을 지키기 위해 밤을 달려 바깥세상으로 나간 오수현이 끝내 선택하는 것은 저장장치가 아니라 한 사람을 기억하고 싶다는 욕망이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은 바다를 메워 만든 땅 하구동에 이십 년을 살아온 세 가족의 이야기로, 가난과 연대와 방관이 한 아이의 삶을 어떻게 빚어가는지를 묵직하게 그린다.

광활한 황무지 R300에서 홀로 토양을 조사하는 생태학자 나우와 사고로 발이 묶인 어린 메신저 KT27의 짧은 동거를 그린 「R300」은, 전혀 다른 세계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이 서로의 살갗의 온도를 발견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고도 따뜻하게 담아낸다. 감염병이 휩쓸고 간 세계에서 사람과의 접촉을 잊은 채 살아온 나우와, 태어날 때부터 타인과의 거리를 당연하게 여기며 자란 KT27은 서로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밀치며 어색하고 투박하게 가까워진다. 오랫동안 혼자였던 나우가 KT27의 뜨겁고 축축한 이마에 손을 얹는 순간, 오래 잊고 지내왔던 타인의 체온이 되살아나는 장면은 소설 전체에서 가장 조용하고도 강렬한 순간이다. 두 사람이 함께한 며칠이 이 황무지에서의 긴 고독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나우 스스로도 뒤늦게 깨닫는다.

마지막 작품 「루틴을 지키기는 어려워」는 자기 관리에 철저한 청년 석준이 닭가슴살 한 박스를 찾아 비바람을 뚫고 이수역까지 나섰다가 직접 공장까지 가는 하루를 통해, 환경오염으로 인해 개인의 루틴과 세계의 균열이 충돌하는 순간을 날카롭고 유쾌하게 포착한다.

각자의 방 안에서, 서로를 향해 소리치다

소설 속 인물들이 처한 시대와 배경은 제각각이지만 ‘고립’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수렴된다. 방 한 칸에 혼자 있어도, 사람들 속에 있어도, 누군가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어도 이들은 혼자다. 도수영 작가는 이 막막한 고립의 풍경을 기이하고도 날카롭게 포착하면서, 동시에 그 구석에 틀어박힌 누군가의 방문을 두드리는 단단한 주먹 소리를 소설 안에 새겨 넣는다. 비극적이되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는 것, 그것이 작가 도수영 소설의 힘이다.

추천평

외출이 금지된 채 게임 속을 사는 미래, 다리는 네 개인데다 가슴에만 살이 붙은 닭, 매일 똑같은 대화를 반복하며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시체들. 도수영이 묘사하는 이 기이한 현실의 민낯이 비극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는 뭘까? 이 소설은 조작된 공포에 잡아먹힌 채 구석에 틀어박힌 누군가의 방문을 두드리는 단단한 주먹을, 그 절실한 움켜쥠을 닮아 있다.

《모두의 안녕》은 철통같이 관리되는 가상의 세계로부터 인물들을 끄집어내 처참하리만큼 단절되어 있는 진짜 현실로 독자들을 데리고 간다. 우리가 이 막막한 세계를 무엇으로 다시 밝힐 수 있을까? 도수영이 시작한 이 무서운 대화가 끝난 뒤에 한 번 더, 우리는 소설보다 더 무서운 진짜 대화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 최정화 (소설가)
소설 속 인물들이 처한 시대와 배경은 다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립이다. 방 한 칸에 혼자 있어도, 사람들 속에 있어도, 누군가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어도 혼자다. 이들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모두 죽기에 그 끝이 결국엔 죽음일지라도, 폭력을 외면하고, 자신의 욕망을 향해 달려가고, 고요 속에 남기 위해 귀를 막고, 자신만의 행복 속에서 썩어 문드러지는 사람들이 등장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등장인물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인사다. 안녕하신가요. 아무 탈 없이 편안하신가요. 정말로 안녕하신가요.
- 김청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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