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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진통제 - 오선호

탱글우드 - 김수영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 원초이

하필이면 다행히도 - 박이강

겨울 바다에 다녀오다 - 도수영

이릉의 악인(樂人) 열전 1: 째즈마스터 조풍각 - 이릉

귀 파기 - 안덕희

저자 소개 7

2019년 《문화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앤솔러지 《폴더명_울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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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애도의 방식」이,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종이집」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애도의 방식』 『폴더명_울새』(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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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모두의 안녕」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앤솔로지 《무성음악》, 《전두엽 브레이커》, 《폴더명_울새》가 있다. 제14회 현진건 문학상 추천작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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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폴더명_울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로 2022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안녕, 끌로이』는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첫 장편소설이다. 2022년 아르코 창작기금을 받았다.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일했다. - Instagram @park.y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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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단편 소설 〈수달〉로 《영남일보》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앤솔로지《폴더명_울새》가 있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됐다.
2024년 장편 소설 《쇼는 없다 》로 제12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5년간 스포츠 연예부 기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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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곰이 아들을 먹었어요〉로 제2회 림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달걀머리 eggheads.page에서 동인 활동을 하며 무크지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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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139*210*20mm
ISBN13
9791197114687

책 속으로

"메탈이 뭐라고 해요?" 물으며 승선은 자신의 표정을 의식한다. 상현이 자신에게 질문할 때와 같은 표정을 짓고 싶다.
고개를 잠시 갸웃하더니 상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새삼 가사를 음미한다. "총알보다 빠르고 폭탄보다 시끄러운… 진통제?" 거의 승선의 귀에 대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진통제라는 말에 반응하듯 승선은 고통을 의식하고 만다. 돌연 지난 몇 분 동안 자신이 문주와 관련된 걱정을 완전히 잊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진통제」 중에서

내 손을 잡아당기던 탁진의 눈빛을 나는 기억했다. 손의 감촉과 온기도 기억했다. 마음 깊숙이 눌러놨던 기억이 딸깍 소리와 함께 올라왔다. 탱글우드에서도 우리는 와인 뚜껑을 돌려서 열었다. 쉽게 열리는 병뚜껑에 감탄했던 기억과 와인이 유리컵에 쏟아졌다. 최고급 와인도 싸구려 와인도 원재료는 고작 포도였다. 그런데 그 포도가 가장 중요했다. 나는 와인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대포가 터질 때마다 '우재탁'을 뭉치게 했던 일들을 소환했다.
--- 「탱글우드」 중에서

그게 내 맘대로 되나요. 진섭이 얼버무렸다.
내가 내 맘대로 산다는 게….
형기 역시 말을 끝맺지 못한 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진섭이 운전대를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우린 그냥 몸이 가는 대로 따라가는 거죠.
몸이 어디로 가는데요?
차에 실려서… 차가 가는 곳으로….
듣다 보니 기사님이 어떤 분인지 알 거 같아요.
어떤데요?
---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중에서

막상 마주 앉자 내 앞에 있는 남자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낯설었다. 사진 속 남자와 같은 사람이라는 게 말도 안 되는 억지 같았다. 흰 가운을 입고 있어서인지 더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의 가운에 새겨진 이름 석 자는 생경한 상형문자 같아 보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나와 닮은 데를 찾아보았지만 넓은 어깨와 마른 체형을 빼곤 아무리 봐도 닮았다고 느낄 만한 구석은 없었다. 당연한 거겠지만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조금은 실망스러운 기분으로 치통이 심해서 왔다고 말했다.
--- 「하필이면 다행히도」 중에서

주희가 파도 앞에 선다. 입을 쩍 벌린다. 거센 바람이 입으로 쑥 들어온다. 아아아, 말해 보지만 큰 파도 소리에 파묻힌다. 다시 좀 더 크게 아아아아아, 목소리를 내본다. 힘껏 소리를 질러본다. 하지만 바다는 누구의 말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저 끊임없이 파도를 밀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시계 바늘처럼 규칙적으로 끝없이 철썩, 철썩, 철썩. 주희가 파도를 이기겠다는 것처럼 아아아! 큰 소리를 지르며 손에 든 것을 힘껏 바다로 던진다.
--- 「겨울 바다에 다녀오다」 중에서

조풍각이 처음부터 '째즈마스터'란 별명으로 불린 건 아니다. 여기엔 숨겨진 비화가 있다. 데뷔 앨범 발매 직후 한 스포츠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기타가 멋있다"는 기자의 칭찬을 받자 "재즈마스터"라고 짧게 답한다. 이때 그의 '터' 발음은 본토식인 '터얼~'에 가까웠다. 조풍각은 자기 기타의 기종이 '재즈마스터'라고 답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기자는 조풍각이 스스로를 '째즈마스터'라고 칭한다고 이해했고, '건방진 놈'이라고 생각하며(미국식 R발음은 예나 지금이나 듣는 사람의 빈정을 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말투에 '겉멋'이 들었다는 느낌을 줄 가능성이 있다) 기사에 "조풍각은 '째즈마스터'로 불린다"고 적었다. 비꼬려는 혹은 엿먹이려는 악의적인 뉘앙스의 기술이었다.
--- 「이릉의 악인(樂人) 열전 1 : 째즈마스터 조풍각」 중에서

나는 조심조심 귀지를 손바닥에 놓고 살폈다. 하지만 귀이개 끝에서 떨어진 귀지는 얇고 작았다. 여행 중에 애태우던 것을 생각하면 허무할 지경이었다. 숨 한번 잘못 쉬면 날아갈 것 같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 귀는 이모 같을 수는 없나 보지. 2주를 묵혀도 이렇게 작은 조각밖에 생기지 않다니. 그래도… 귀를 파는 것만으로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여행은 쓸데없이 무슨 여행인가. 이토록 단순한 쾌감이 내 귓속에서 기다리는데.

--- 「귀 파기」 중에서

줄거리

〈진통제〉
오선호
"당신을 견디게 하는 진통제는 무엇입니까?"
화려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보다 더 절실했던, 낯선 이와 나누는 낮은 휘파람 소리. 도심 한복판에 구멍이 뚫린 밤, 우리는 비로소 솔직해진다.

〈탱글우드〉
김수영
"가장 눈부셨던 빗속의 왈츠, 그리고 30년 후 도착한 부고"
찬란했던 유학 시절, 빗속에서 함께 왈츠를 추던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비명 같은 대포 소리에 가려진 친구의 고독을 장례식장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마주한다. 슬퍼할 틈도 없이 다시 광고 마감의 굴레로 돌아온 새벽, 가슴엔 시린 빛의 구멍 하나가 뚫린다.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원초이
"돌아갈 곳을 지워버린 택시와 세상의 소리를 꺼버린 승객의 기묘한 동행"
삶의 막다른 길에서 우연히 만난 택시 기사와 승객. 목적지 없이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결핍과 죽음을 마주한다. 불안은 길 위에서 더욱 선명해지고, 여정은 미래가 아니라 운명을 향해 질주하는 듯 보인다.

〈하필이면 다행히도〉
박이강
"하필이면 당신이었으나, 다행히도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3억 분의 1의 우연으로 맺어진 인연. 유전자가 새긴 걸음걸이와 사랑니의 통증을 지나, 마침내 마주한 '타인'이라는 이름의 아버지.

〈겨울바다에 다녀오다〉
도수영
"이제, 내릴 준비를 해야겠다"
내내 나를 붙잡고 있던 건 터미널의 버스 시간표가 아니라, 어디로도 가고 싶지 않았던 나의 비겁한 마음이었다는 사실.

〈이릉의 악인(樂人) 열전 1: 째즈마스터 조풍각〉
이릉
"그가 연주한 것은 재즈가 아니라, 도망치는 자의 박자였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7만 관중의 환호와 쇠창살 안에서 보낸 텅 빈 시간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얻은 선율 끝에 오직 마약과 떨리는 손만 남은 늙은 광대. 가장 시끄럽고도 고요한 악인(樂人), 조풍각의 달콤한 거짓말에 대하여.

〈귀파기〉
안덕희
"세계가 무너질 때, 당신은 무엇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는가?"
합리적 생존보다 간절했던 3초간의 덜그럭거림. 거대한 폭우조차 침범하지 못한 귓속 동굴, 그 안에서 피어난 가장 사적인 혁명.

추천평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마스터돈의 'Pain with an anchor'는 어수선과 소란이지만 어떤 이에겐 들리지 않는다. 폭발하는 무성(無聲) 음악. 들리든 안 들리든 음악은 이렇듯 생명력 넘치는 경험을 선사하면서 현실은 상대적으로 더 창백해 보임을 일곱 단편은 웅변한다.

차이코프스키의 격정과 고요의 클래식 '1812년 서곡'은 17분간 롤러코스터가 되어 경계에서 비틀거리는 현실과 합을 이룬다.

못(MOT)의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는 우리를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면서 서서히 소멸시킨다. 작가의 숨 막히는 절망과 어둠을 소리 화(化)하는데 못의 음악을 이길 순 없다.

이랑의 '가족을 찾아서'는 몽롱하게 듣는 한편의 자장가나 같다. 혈육이라는 인연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는 작가의 의도를 양껏 그러나 비틀 듯 전해낸다.

감성 음색의 여왕 백예린의 'Rest' 또한 눈 위의 첫 발자국처럼 뽀얗지만 지독한 관성을 깨는 진동으로서의 소임은 다하고 있다. 작가가 썼듯 출렁이는 파도처럼 들린다. 연대기로 서술된 리얼한 연예 기사들과 박혜성의 '도시의 삐에로'는 최적의 동행이며 이 곡이 전하는 네온사인이 비추는 비 내리는 밤거리의 이미지는 음악에 대한 저만치의 애정을 품고 있다.

미니멀리즘과 연관한 음악가 스티브 라이히의 1970년 작 'Clapping music'이 전달하는 음향과 음악 사이는 귀 파기의 집착과 왠지 어울림을 빚는다. 음악이 꼭 서정의 환상을 제공할 이유는 없다.

글과 음악의 이중주는 고수의 영역이지만 세상의 모든 것 중 가장 근사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역시 세상은 말과 글, (둘과 갈등하는) 음악, 이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 임진모 (음악 평론가)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무성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으로 남은 것이 아니라 무성영화였기 때문에 고전의 자리에 오른 작품이다. 위대한 예술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핸디캡을 넘어설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에는 바로 그 핸디캡으로 인해 고유한 아름다움을 얻는다.

인생도 그렇다. 패배하지 않는 삶이란 주어진 핸디캡을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과하며 스스로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삶이다. 약점으로 보이던 것이 어느 순간 나만의 고유한 색이 되듯 핸디캡을 삶의 조건으로 안으려는 도전과 시도는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성취다.

이 책은 그런 삶의 진실을 '무성(無聲)'이라는 비유로 포착한다. 말하지 못한 상처, 쉽게 드러낼 수 없는 망설임, 스치듯 지나간 순간들의 잔향… 이 묵음(?音)의 감정들은 언제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를 움직인다.

남들도 이렇게 흔들리고 후회하는지, 미세한 균열 속에서 조용히 견디며 살아가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잠시 머무르기 좋은 쉼의 자리가 되어 줄 것이다. 깊이 박힌 고백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누군가가 대신 말해 주고 있다는 안도 속에서 편히 머물 수 있을 것이다.

말해지지 않은 것들, 언어로 붙잡히지 않는 감정들, 우리 삶의 무성한 순간들이야말로 가장 선명한 진동을 남긴다. 가사 없는 멜로디처럼 말보다 앞서 도달하는 감정의 파동에 귀 기울이면 거기 우리 삶의 예술이 있는 것이다. - 박혜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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