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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양장
도수영
민음사 202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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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돌아온 햄스터
2 햄스터 잠들다
3 달려라 햄스터
4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5 골든

작가의 말
작품해설_임지훈(문학평론가)
통제의 욕망과 불가능한 충동의 사이에서

저자 소개 1

2020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모두의 안녕」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앤솔로지 《무성음악》, 《전두엽 브레이커》, 《폴더명_울새》가 있다. 제14회 현진건 문학상 추천작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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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06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84g | 128*188*20mm
ISBN13
9788937473975

책 속으로

내가 아는 유일한 햄스터의 이름은 해몽이다. 해몽이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오래 알아 온 것처럼 친숙하다. 해몽이의 반려인은 염혜원이라는 30대 중반의 여성으로 남편과 아들이 있다. 혜원도 여느 집처럼 아들이 원해서 햄스터를 키우기 시작했다. (…) 1인 가구가 된 혜원은 햄스터와 단둘이 살게 되었다. 어느 날 부주의하게 케이지의 문을 열어 놓는 바람에 나간 햄스터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 p.13

잊고 있다가도 불쑥 솟는 배신감에 화가 난다고 했다. 그렇게 잘해 줬는데 문이 열린 틈을 타 가 버리다니. 틈틈이 기회를 노렸을 것이라 생각하자 괴롭다고 했다. 나는 제대로 자세를 고쳐 앉고 귀를 기울였다. 그 쪼그맣고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햄스터가 누군가를 배신했다고는 여겨지지 않았지만 여자의 목소리는 심각했다.
--- p.19

혜원의 손 위에 작은 당근 조각이 놓여 있었다. 신선한 당근 냄새가 강렬했다. 너무 좋아요, 라고 말했지만 찍찍! 소리가 들렸을 뿐이다. 나는 손바닥 위로 뛰어올랐다. 말랑하고 따끈하고 폭신했다. 당근 조각을 두 손으로 잡았다. 잇몸이 근질거려 당근을 꽉 깨물었다. 씹을 때마다 단 즙이 잇몸을 타고 흘렀다. 씹다 만 당근을 이빨과 볼 사이 주머니에 넣었다.
--- p.49

제맘대로 안 되니까 엄마를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싫증나면 버리고 돌아서는 그것은 참으로 준수다웠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그걸 정말 모르겠니. 자신이 없었다. 정말 케이지 문을 열어 놓아도 다시 돌아올 만큼 햄스터가 자신을 사랑했는지. 도망치려는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나쁜 녀석.
--- p.72

소설이니까. 지어낸 이야기라는 건 맞지. 다만, 더 재미있게 쓸 수 있잖아. 밝고 행복한 이야기로. 햄스터를 잃어버리고 집 안을 뒤지는 이상한 여자가 나오는 소설보다는, 누가 그래? 너무 이상한 사람이잖아. 내가 햄스터를 잃어버린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니까 애정이 가는 건 맞아. 근데 재미가 없어서 사람들이 안 읽으면 어떡해?
--- p.86

먹이통이 텅 빈 지 나흘이 되던 날, 현수는 심하게 배가 고팠다. 통통했던 불살이 파이고 갈비뼈가 만져졌다. 힘이 없어 일어설 때 다리가 꺾이고 손이 덜덜 떨렸다. 현수는 자신이 누리는 안락한 생활을 부여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설마 했는데 이대로 영영 혜원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두려웠다.
--- p.99

혜원이 한 손으로 끈을 잡아당기며 현수를 움직이게 했다. 그 순간 링이 목과 턱을 세게 조여 숨이 막혔다. 헉! 당황스럽고 불쾌했다. 본능적으로 현수는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지만 또다시 끈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현수는 그제야 상황을 인식했다. 그것은 햄스터용 목줄이었다. 정확히 줄의 길이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려 하면 목이 점점 조여 숨을 쉴 수 없었다.
--- p.106

파랑이가 버둥거리는데도 골든은 목을 문 입을 떼지 않는다. 골든! 미주가 골든을 잡아당긴다. 골든이 펄쩍 뛰어 아기를 내려놓고 미주의 손가락을 깨문다. 너무 아프다. 피가 난다. 이렇게 파랑이의 목을 물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미주가 놀라 황급히 손을 빼자 골든은 다시 아기에게 돌진한다. 파랑이의 작은 몸을 여기저기 물어 댄다. 방울방울 붉은 피가 스며 나온다. 골든이 두 손으로 새끼를 잡고 피가 날 때까지 입을 떼지 않는다. 마침내 아기가 축 늘어진다. 미주는 차마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상자 뚜껑을 황급히 닫는다. 쿵쿵쿵쿵쿵…… 미주의 심장이 세차게 뛴다. 목으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

--- p.159

출판사 리뷰

작고 귀여운 게 최고

모두가 작고 귀여운 것을 선호한다. 단, 조건이 있다.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보기에 좋아도,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워도, 통제할 수 없는 존재 앞에서 느끼는 것은 애정에 앞서 미움과 분노다. 이 소설은 작고 귀여운 것들을 사랑하되, 자신의 통제 밖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지금까지 줬던 사랑을 모조리 거두어들일 수 있는 ‘조건부 돌봄’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돌봄의 목적은 일방적 시혜나 의존적 상태의 고착화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돌봄의 받는 상대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 훈육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돌봄이 의존과 고립의 동의어로 취사 선택되며 교육과 훈육의 역할이 사라져 가는 현상은 만성적인 문제로서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한다. 이 소설은 잘못 유통되고 있는 ‘돌봄’의 의미와 실행에 경종을 울린다.

햄스터 3부작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은 5 편의 연작소설로 구성되었으나, 각각의 작품은 정교하고 드라마틱하게 연결되어 있다. 큰 주제 안에 느슨하게 연결된 여느 연작소설과는 차원이 다르다. 독자의 시선을 먼저 사로잡는 것은 「돌아온 햄스터」, 「햄스터 잠들다」, 「달려라 햄스터」, 이른바 햄스터 3부작이다. 이 3편은 돌봄에 내재된 권력 관계를 ‘소설 속 소설’ 형식으로 보여 준다. 주인공 현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소설가 지망생이다. 잃어버린 동물에 대한 소설을 쓰기 위해 글감을 찾던 현수는 우연히 햄스터를 잃어버린 여자 혜원을 만난다. 혜원과 가까워진 현수는 자신의 집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고급스러운 혜원의 아파트를 부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월세방보다 그 집의 햄스터 케이지가 더 좋다고 생각하던 현수는 혜원의 햄스터가 ‘된다’.

햄스터가 된 현수는 안락한 케이지 생활이 만족스러우면서도 아직 완성하지 못한 소설이 자꾸 눈에 밟혀 쓰던 작품을 이어 간다. 그러나 혜원은 그가 쓴 소설에 분노하며 햄스터가 된 현수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소설을 쓰라고 강요한다. ‘현수 햄스터’가 반항하자 혜원은 그간 현수 햄스터가 누리던 것들을 빼앗는다.

현수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쓰고자 하는 욕망과 계속해서 달콤한 돌봄을 받고 싶다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현수는 어떤 소설을 쓰게 될까? 그 소설은 어떤 내용이어야 할까? 현수와 혜원의 이야기, 현수가 쓰는 소설, 이 두 개의 현실이 뒤섞이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햄스터 3부작’은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돌봄의 의미를 비유적으로 보여 준다.

어느 초등 교사의 진술, 혹은 절규

7년 차 초등 교사로 재직 중인 현수의 사촌형이 교실을 찾아온 아동학대 조사관에게 가르치는 일에 대해, 아이들과 그 부모에 대해 진술한다. 부모가 원하는 교육과 교사가 생각하는 교육이 어긋나고 그 갈등이 곧장 ‘법적 조치’ 단계로 넘어가기 십상인 현재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보여 주는 이 교사의 진술은 그동안 억눌려 왔던 많은 교사들의 비망록처럼 비장하고 절망적이다. ‘햄스터 3부작’이 주고받는 권력관계 속에서 돌봄의 작동 방식을 보여 준다면, 4장에서는 한 교사의 진술을 통해 가르침을 행하기 힘든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징그럽고 통제할 수 없는 진실

초등학교 4학년인 미주는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엄마는 어린 동생을 데리고 오래전에 집을 나갔다. 학교에 가던 미주는 어미 햄스터와 갓 낳은 새끼들이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하고 아빠 몰래 가져와 키운다. 햄스터를 학교에 데리고 간 미주는 이웃에 사는 불량한 형제에게 햄스터를 빼앗긴다. 형제는 아이 특유의 무심함으로 햄스터를 해부하고, 햄스터를 돌보는 미주에게는 점점 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러나 마냥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줄로만 알았던 범주에서 벗어난 햄스터를 알게 되면서 미주는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며 자립의 세계로 한 걸음 나아간다.

우리는 왜, 작고 귀여운 대상들을 그토록 통제하길 원했을까. 마치, 대상에게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을 제거하고 나면 내 욕망을 온전히 만족시킬 완전한 대상이 될 것처럼. 우리는 훈육이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대상을 거세시키고 성격을 바꾸고 행동을 교정하길 원하지만, 그 결과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완전한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처음과는 달라져 버린 모습의 ‘작지도 귀엽지도 않은 단지 통제만 가능할 뿐인’ 대상일 것이다. -임지훈(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이 이야기는 수년 전 해봉이라는 햄스터를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내 돌봄을 극진히 받던 해봉이는 어느 날 집 안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이 작은 아이가 어디서 무슨 고생을 하고 있을지 너무 걱정이 됐다. 온 집을 다 뒤졌지만 결국 해봉이는 (당시엔) 나타나지 않았다.

서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봉이는 자립할 준비를 마치고 씩씩하게 집을 나간 것이 아닐까. 준비가 안 된 건 해봉이가 아닌 나였으며 내가 그 아이를 돌본 게 아니라 그 반대였다고.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것이어야 할까. 좁게는 인생의 어떤 시기에, 넓게는 매 순간 돌봄을 주고받는 우리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또한 돌봄의 세계에서 자립의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작고 약한 존재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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