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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7
2부 39 3부 89 4부 159 작가의 말 214 작품 해설_ 심진경(문학평론가) 인류세적 인간학에 대한 문학 보고서 217 추천의 글_ 박민정(소설가) 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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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한 동물원에서 동물 한 마리가 탈출했다. 나는 뉴스를 듣자마자 그 동물이 내 엄마라는 걸 알았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가 탈출한 동물종의 이름을 발음했다. 다나. 그 구간에서 내가 탄 트럭의 타이어가 과속방지턱을 밟았다. 둥근 언덕을 지나며 사륜구동 트럭의 좌석이 붕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30년 만의 두 번째 탈출이라는 설명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 p.9 섬에 새로운 인간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그러자 다나들이 하나둘 죽어 나갔다. 대륙인을 타고 온 병원균이 원인이었다. 지구에서 오직 다나섬에만 존재하는 신비로운 짐승의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들자 세계 여러 국가는 조바심을 내며 다나 수입에 나섰다. 주로 암컷을 포획했다. 수컷보다 폭력적이지 않고 약해서였다. 다나들은 작은 상자에 갇힌 채 선박에 실려 여러 나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중 내 엄마는 한국으로 들어온 한 마리의 다나였다. --- p.19 나를 수식하는 건 나무 벌목이라는 생계 수단과 서른이라는 애매한 나이, 그리고 여자라는 성별이다. 하얀 피부와 주근깨투성이인 얼굴, 15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키, 누리끼리한 손발톱……. 이것만으로도 남들과 구분되는데 어눌한 발음까지 그대로 드러내면 내가 짐승의 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기분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저 숫기 없이 나무 베는 여자로 각인되고 싶다. 이것이 사람 집단에 동화되기 위한 나의 최선이다. --- p. 38 조 단장의 일은 산을 지키는 것이다. 늙거나 병든 나무를 베어 내고 어린나무를 새로 심는다. 다나는 적이다. 조 단장과 나는 공통의 적을 두고 있다. 나는 내 엄마를 증오한다. 그 적개심의 크기는 내가 한때 품었던 사랑의 크기와 같다. 내 엄마는 짐승이다. 그러나 나는 조 단장 아래에서 사람으로 키워졌다. 내가 발화하는 사람의 언어를 엄마는 결코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귀나 기울여 줄까? 어떤 딸은 엄마에 대한 분노를 먹으며 자란다. 나는 엄마와 다르다는 믿음이 비로소 나를 자유롭게 한다. --- pp. 82~83 총은 위계를 뒤집는다. 방아쇠를 당기는 데는 아무런 자격이 필요 없다. 내면의 증오만 살짝 건드리면 아무리 크고 무거운 몸뚱이도 고깃덩어리로 만들 수 있다. 쇠밧줄처럼 자신을 묶어 두었던 열등감으로부터 벗어난다. 50킬로그램에 불과한 몸뚱이로 400킬로그램에 달하는 짐승을 제압한다. 손가락 움직임 한 번에 수백 년 역사의 탄도학이 작동한다. 그것은 고도로 집약된 문명이다.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 p. 125 여자는 법원 판결을 듣자마자 큰 소리로 울었다. 품에 안겨 있던 어린 아들도 덩달아 울었다. 여자는 현익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전보다 뚜렷해진 한국어 발음으로, 받침 하나 새어 나가지 않도록, 현익의 얼굴을 정확히 주시하며 또박또박 힘줘 말했다. “당신을 영원히 저주해요. 당신은 어느 날 머리통에 총 맞아 죽어요. 피범벅이 된 얼굴로 개새끼같이 괴로워하다가 자기 뇌 조각을 보고 숨이 막혀요. 반드시 끔찍하게 죽어요. 만약 살아 있다면 다 큰 내 아들이 당신의 머리통에 구멍을 만들어요.” --- p. 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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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종 혹은 침입종 ─ 낙인 찍힌 자의 자리
“다나가 사람과 다른 부분이라며 귀하게 만지던 목덜미의 털. 나는 어른이 되고부터 2주에 한 번씩 목덜미의 털을 깎았다.”(73쪽) 서른 살의 ‘나’는 인간 여성과 똑같은 외피로 ‘다나’ 정체성을 감추고 살아가는 숨겨진 ‘침입종’이다. ‘다나’의 특징인 목뒤 수북한 털을 주기적으로 면도해 제거하고, 어눌한 발음을 숨기기 위해 대화를 피한다. 그럼에도 ‘나’는 여지없이 ‘별종’으로 취급받는다. ‘나’가 속한 벌목꾼 집단에서 유일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이유 없이 따라붙는 못마땅한 눈길을, 여자가 왜 이 일을 하냐는 질문을, 음흉하고 여성 혐오적인 농담을 침묵으로 버틴다. 『다나』가 보여 주는 차별적 경계와 낙인은 그 무엇보다 표면적이다. ‘다나’의 목뒤에 난 털이나 여성의 신체처럼, 숨길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표면으로부터 시작되어 끈질기게 들러붙는 차별적 낙인은 작은 시골 마을 곳곳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에게서도 발견된다. 싼값에 부려지다가도 이유 없이 배제당하는 이주 노동자들, 공공연히 상품으로 취급받는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서. 외모를 아무리 비슷하게 바꿔도 결코 인간과 같아질 수 없는 ‘나’의 발음처럼 ‘다름’은 금세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다나』는 ‘별종’과 ‘침입종’이라는 낙인 너머 보이는 사회적 가장자리를, 차별의 작동 방식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 언어와 총 ─ 인간의 방식 “나는 지금부터 가장 사람다운 방식으로 죽일 것이다. 무엇을? 산을 좀먹는 짐승 한 마리를.”(126쪽) ‘나’가 ‘다나’ 사냥 계획을 세우며 택한 단 하나의 무기는 바로 ‘총’이다. 총은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비인간을 통제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볼품없는 신체적 능력을 가진 인간도 총을 들고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단숨에 거대한 짐승을 쓰러뜨릴 수 있다. 자연이 정한 힘의 위계를 거스르는 총은 “수백 년 역사의 탄도학”이 집약된 문명의 결정체, 그 자체다. 『다나』에서 ‘언어’는 총과 같다. 언어야말로 인간에게 무한한 힘을 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다나’를 과학적으로 낱낱이 해부할 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상품으로 탈바꿈시켰다. 겉으로 언제나 침묵하는 ‘나’의 내면은 인간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신화와 상징, 역사와 과학을 넘나들며 자신이 속한 사회적 맥락을 체화하고, 숨겨진 과거와 미래를 예측할 때는 소설적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또한 ‘다나’를 규정하는 모든 언어를 낱낱이 이해한다. 마치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지혜와 자유를 마음껏 누리겠다는 듯이. 총과 언어. 이 모든 인간적 도구를 총동원해 ‘나’는 엄마를 처단하기 위해, 자기 안의 절반의 ‘다나’를 죽이고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가장 사람다운 방식”을 택한다. 짐승에게는 없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엄마의 죄를 대신 ‘속죄’하며. ■ 돌봄과 착취 ─ 폭력의 논리 “오염도나 굽은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운명이 주어진다. 어떤 나무는 목재가 되지만 어떤 나무는 펄프 정도에 그치고 만다. 그걸 결정하는 건 나다.” (35쪽) 키우던 손에 의해 팔리는 가축처럼, ‘돌보는 손’과 ‘착취하는 손’은 같을 수 있다. 『다나』는 그 사실을 거듭 변주하며 우리에게 보여 준다. ‘다나’에게 먹이를 주고 소통 방식을 가르쳐 주었던 사육사는 ‘다나’를 성적으로 착취한 후에 유기하고, ‘나’를 안전하게 품어 주었던 ‘다나’는 ‘나’를 손쉽게 통제하기 위해 손발톱을 뽑는다. 숲을 돌보는 ‘나’는 상품성이 없는 나무를 가차 없이 벤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동물은 동물원에 속할 땐 환영받는 ‘전시 상품’이지만, 그곳을 벗어나는 순간 ‘유해 동물’로 지정되어 허가받은 ‘사냥감’이 된다. 어떤 존재들은 ‘사유재산’에 속해 있을 때만 안전을 허락받는다. 그 테두리를 벗어나는 즉시 총구가 겨누어질 것이다. 절반의 ‘다나’이자 절반의 ‘인간’으로서 인간이기를 택한 ‘나’는 인간의 논리에 따라 나무를 베고, 개에게 목줄을 매며, ‘다나’와 ‘소나무등벌레병’을 박멸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러한 ‘나’의 ‘인간 되기’는 바로 그 인간의 방식에 의해 처참히 실패한다. ‘다나’도 ‘인간’도 아니게 된 그 순간, ‘나’는 ‘이종’의 존재가 되어 이 세계를 다시 바라본다. 예고된 폐허의 풍경을 기다리면서. ■ ‘작품 해설’에서 ‘나’가 겪는 존재론적 위기는 기존의 언어와 윤리로는 포착하지 못했던 인류세적 현실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각으로 사유할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세계의 끝, 폐허에서 새로운 생존과 관계망이 시작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이 소설은 한국 사회의 개발주의, 민족주의적 자연관, 이주와 외래종에 대한 공포, 동물권과 성폭력, 산림 정책과 비정규 노동 등 다양한 층위를 관통하는 인류세적 문제의식을 하나의 서사 공간 안에 밀집시킨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했다.’는 도덕적 비난과 판단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그러한 파괴의 구체적인 현장들을 두루 살피는 균형 감각. 그리고 그 파괴의 현장을 살아가는 취약한 몸들의 경험과 감각을 세밀하게 복원하는 섬세함. 그러면서도 인류세를 살아가는 다양한 종들의 얽힘과 파열이 던지는 복잡한 질문을 마주하는 냉철함. 관념적인 차원에서건 실제적인 차원에서건 세계 붕괴와 폐허를 목도하고 있는 우리가 지금 『다나』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심진경(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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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우리 국토를 둘러싼 산을 집요하게 추적하듯 정치한 묘사로 이뤄져 있다. 아마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른 독자는 그토록 어둡고 비좁은 산길을 헤매 도착한 진창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리라고 확신한다. 이미 태어나 버린 존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사랑인가 자유인가. 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결국 한 ‘사람’의 몫을 해낸다는 건 무엇인가란 질문 앞에도. 작가가 세밀화처럼 그려 낸 산의 여정은 산사태처럼 무너져 버린다. 아름답다. - 박민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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