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서울 출생. 중앙대 문창과와 동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졸업.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 소설 『생시몽 백작의 사생활』이 당선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아내들의 학교』, 장편소설 『미스 플라이트』 『서독 이모』가 있다. 2015년 김준성문학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세실, 주희』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우리가 현실에 ‘아직’ 없는 기술을 상상하고 그려 내는 이유는 너무 오래 상처받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비록 부작용도 만만찮겠으나 인간성을 제압하는 신기술이라도 나와서 상처를 막아 줄 수 있다면. 살아오며 수없이 말에 찔려 보며 말로 찔러 본 우리 모두는 이 소설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 (…) 불편하고 불결한 언어들을 피하려는 어떤 사람들의 마음은 건조한 쾌적함, 청량함을 추구하는 시대 욕망과 조응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회복될 수 없는 한마디의 차가운 말이 평생을 압도하는 경험에서 누가 자유로워질 수 있나. 이 복잡한 마음의 결이 작가가 만들어 낸 애증의 공간 ‘구화’에 강렬하게 서려 있다.
이 이야기는 우리 국토를 둘러싼 산을 집요하게 추적하듯 정치한 묘사로 이뤄져 있다. 아마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른 독자는 그토록 어둡고 비좁은 산길을 헤매 도착한 진창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리라고 확신한다. 이미 태어나 버린 존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사랑인가 자유인가. 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결국 한 ‘사람’의 몫을 해낸다는 건 무엇인가란 질문 앞에도. 작가가 세밀화처럼 그려 낸 산의 여정은 산사태처럼 무너져 버린다. 아름답다.
내가 특별히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도 오래 거렸다. 후암동 집에 얹혀살았던 날들은 오랫동안 나를 자기 연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했다. 멀리서 그 집 담벼락이 보일 때, 대문 앞에 다다를 때, 마당을 지나 계단을 오를 때 가슴이 몹시 뛰던 기억. 막말하는 어른들과 나를 대놓고 무시하는 예리를 견뎌야 했던 시간들. 나는 간혹 내가 쓴 문장을 읽고 가슴이 먹먹해질 때 느꼈던 당혹감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언니는 자기를 오랫동안 사랑했던 그 후배가 이십대를 전부 강수진이란 여자 떄문에 망쳤노라고 술자리에서 떠들어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 놈과 인연을 맺어봤자 끝이 좋을 리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를 홀로 버려두고 가정을 이룬답시고 남 좋은 일만 시켰겠지, 죽 쒀서 개나 줬겠지, 언니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