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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양장
임국영
자음과모음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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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코인노래방에서
추억은 보글보글
에세이 꿈의 우주를 유영해

해설 그토록 사랑했던 세계_조대한

저자 소개 1

2017년 《창작과비평》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헤드라이너』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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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0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88g | 117*181*11mm
ISBN13
9788954447065

책 속으로

이상한 시대였다. 밀레니엄 바이러스 Y2K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었고 한국에서는 같은 이름의 다국적 비주얼 록밴드가 버젓이 활동했다. 하늘에서 앙골모아 대왕이 내려오는지 어쩌는지 살피다 시선을 밑으로 내리니 잠실에서 마이클 잭슨이 건즈 앤 로지스의 기타리스트 슬래시를 대동하고 〈블랙 오얼 화이트〉를 선보이고 있었다.
--- pp.10~11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아이들이 만화 보는 데 따로 이유가 어디 있었겠느냐만 그들이 애니메이션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명확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그곳에선 가능했기 때문이다. (……) 현실의 물리법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멋진 신세계가 TV 속에서 펼쳐졌고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바로 저런 세상을 꿈꿨다.
--- p.12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세기말 즈음 아니었던가. 그래 놓고 리부트나 후속작을 내오면 왜들 그렇게 눈에 불을 켤까. 자신의 추억을 망쳤다느니 어쩌니. 애초에 당장이라도 세계가 망할 것 같았던 그 이상한 시대에 왜들 그렇게 만화를 많이 보여줬을까. 혹시 어른들이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 p.45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코인노래방에서 정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용기가 솟았던 걸까. 혹은 그간 고백할 상대와 순간을 기다렸는지도 몰랐다. 발설된 비밀은 무엇이 되는지 궁금해졌다. 유대? 추억? 대화의 레퍼토리?
--- p.55 「코인노래방에서」

가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부르기도 했지만 이 세 리스트는 고정된 메들리에 가까웠다. 퀸이나 비틀스 같은 더 옛날 노래도 부르고 싶었지만 정우가 잘 몰랐기 때문에 선곡해본 적은 없었다. 팝송을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정우와 친해질 일도 없었을 테니까.
--- pp.61~62 「코인노래방에서」

게이, 남친, 여친이라는 호명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순간 우리가 딛고 있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소문이 돌았다. 저 새끼들 ‘진짜’다. 우리는 전처럼 반에서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지 않았고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 친구들은 우리를 무시했고 다른 반 아이들마저 나와 네가 지나갈 때면 키득키득 웃다가 숨거나 신기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봤다.
--- p.68 「코인노래방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원경은 내게 무언가 말을 걸었지만 시끄러운 주변 소리에 묻혀 입만 뻐끔뻐끔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글씨가 갇힌 거품이 터지듯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읽어낼 수 있었다.
(혼) (자) (는) (안) (돼)
--- p.79 「추억은 보글보글」

나라고 승부욕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원경을 이기는 일보다 더 큰 즐거움을 알고 있을 따름이었다. 아케이드오락기의 컨트롤러와 가정용 비디오게임의 패드가 두 개인 까닭은 당연히 둘이 함께 게임을 즐기라는 뜻이었다. 몸을 붙이고 한 방향으로 나란히 앉아 같은 화면을 바라보고 그 일에 온전히 모든 걸 내던지는 것.
--- p.92 「추억은 보글보글」

“내가 사랑하는 것들 모두 죽어 없어진 것 같아.”
언젠가 도진을 다시 만나게 돼도 이제 도진을 나무랄 자격이 없었다. 과거만 비추는 망막이 이식된 것처럼 자꾸 지나간 일이, 도진과 함께한 마지막 술자리가 떠올랐다. 앞으로 평생 지난 일만 생각해야 하는 저주에 걸린 것만 같았다. 도대체 이런 저주는 누가 건 걸까. 흑막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 pp.125~126 「추억은 보글보글」

출판사 리뷰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홀로 퇴장하거나 추방당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사랑하던 그들은 이제 나랑은 무관한 세계에서 씩씩하게 살아가겠지.”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한때 열렬하게 빠져들었던, 누군가에게는 한 시절의 전부와도 같았던 세계의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것은 〈달의 요정 세일러 문〉 〈슬램덩크〉 〈환상게임〉 〈봉신연의〉 등의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세계와 퀸, 비틀스, 웨스트라이프, 브리트니 스피어스, 엔싱크, 백스트리트 보이스 등의 음악과 팝의 세계와 〈보글보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더블 드래곤〉 〈슈퍼 마리오〉 〈스타크래프트〉 등의 게임의 세계까지 아우른다.

하지만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다 자란 어른들의 추억담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온전히 다 해명되지 않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해보려고 거꾸로 과거의 세계로 향한다. 즉 지난 시절,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통해 나를 떠받치고 있는 마음의 가장 깊은 부분을 헤아리기 위해 지금은 ‘레트로’라 명명되는 것들을 다시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을 빼놓고는 자신이 성립되지 않으니까.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
마치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 것처럼……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범한 어른이 되기 위해 “대중적인 취향을 가장”하고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에서 만경과 수진은 초등학교 시절 “현실의 물리법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멋진 신세계가”(12쪽) 펼쳐지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모든 형태와 모양을 상상할 수 있는” “다채로운 사랑의 세계”(해설 「그토록 사랑했던 세계」, 150쪽)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성장을 모두 마치고 난 뒤 만경은 더 이상 만화에 열광하지 않게 되고, 수진은 여전히 “덕질”을 “빼놓고는 자신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걸”(44쪽) 알지만 자신의 취향을 철저히 감추게 된다.

어릴 적 수진은 한 만화영화가 완결 날 때마다 말로 다 표현할 길 없이 서글펐다. 결말을 본 순간 수진은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홀로 퇴장하거나 추방당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사랑하던 그들은 이제 나랑은 무관한 세계에서 씩씩하게 살아가겠지.(46쪽)

「추억은 보글보글」에 나오는 도진 역시 “과거만 비추는 망막이 이식된 것처럼 자꾸 지나간 일”(125~126쪽)만을 바라보는 인물이다. 친구 원경을 만나면 그는 온통 “어릴 적에는 그것에 인생의 전부를 내건 것처럼 굴었”(102~103쪽)던 게임 얘기뿐이다. 한때의 치기로 생각하는 원경과 달리 도진은 낯선 어른의 사회에서 방황하며 여전히 과거의 세계가 전부인 시간에 머물러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모두 죽어 없어진 것 같아.”(125쪽)

2인용 버튼을 눌러야만 시작되는
다채로운 사랑의 세계

마치 저주에 걸린 것처럼, 어떤 흑막이 있는 것처럼 등장인물들 모두 과거의 시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 세계가 나와 단절된 것이 아닌, 여전히 연속되면서 나를 떠받치고 있는 마음의 가장 깊은 부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그것을 빼놓고는 자신이 성립되지 않은 그 무엇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홀로된 세계가 아닌 모든 것이 ‘둘’로 이루어져 있던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추억은 보글보글」에서 도진과 원경이 즐겨하던 〈보글보글〉은 홀로 클리어하면 매번 1인용의 엔딩만을 보여주며 친구를 데려오라는 메시지만 반복한다.

원경은 동전을 기계에 투입한 뒤 2P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 빽빽하게 늘어선 오락기들이 뿜어내는 BGM과 효과음, 스틱을 돌리고 버튼을 연타하는 소음, 사람들의 탄성. 그러나 옆자리에 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조리 음소거된 것만 같았다. (78~79쪽)

마침내 2인용 버튼을 누르고 도진과 원경이 둘이서 함께 플레이를 하자 두 공룡은 각자의 연인을 만나 저주가 풀리고 It’s “LOVE” & “FRIENDSHIP”(79쪽)라는 진짜 엔딩을 보여준다. 「코인노래방에서」의 주인공인 ‘나’가 좋아하던 ‘정우’와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팝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어서였고,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에서 만경이 수진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 또한 만화영화를 둘이 함께 시청했기 때문이었던 것처럼,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두 플레이어가 나란히 앉아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추억은 보글보글」, 123쪽) 2인용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그러니 “이 다채로운 사랑의 세계와 덕질의 우주를 건너며 잊고 있던 감각의 세계와 그곳에 소속되어 낯선 사랑을 배웠던 시절을, 모든 사랑의 형태와 모양을 상상할 수 있었던 그 마법 같은 시절을 다시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해설 「그토록 사랑했던 세계」, 151쪽).

"그것을 어떻게, 왜 좋아하는가.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런 질문에 골몰한 까닭은 아마 취향에 관한 정확한 문답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내밀한 지점을 드러내고 개인과 타자의 경계를 구분 짓는 결정적인 요소라 믿었기 때문인 것 같다. 수진의 말마따나 그것을 빼놓고는 자신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_에세이 「꿈의 우주를 유영해」"

트리플 시리즈 소개
[트리플]은 한국 단편소설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세 편의 소설이 한 권에 모이는 방식을 통해 작가는 일반적인 소설집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여러 흥미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으며 독자는 당대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매력적인 세계를 가진 많은 작가들이 소개되어 ‘작가-작품-독자’의 아름다운 트리플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추천평

어쩌면 과거의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커다란 사랑의 가능성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던 우리는 어느 순간 평범한 어른-머글이 되기 위해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살아가는 듯싶다. 그러니 이 다채로운 사랑의 세계와 덕질의 우주를 건너며 모든 사랑의 형태와 모양을 상상할 수 있었던 그 마법 같은 시절을 다시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 조대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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