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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양장
최진영
자음과모음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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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일요일
수요일
금요일
에세이 사사롭고 지극한 안부를 전해요

발문 지금 도망칠 준비가 되면-박정연

저자 소개1

崔眞英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원도』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단 한 사람』,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 『쓰게 될 것』, 산문집 『어떤 비밀』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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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96g | 116*183*13mm
ISBN13
9788954447546

책 속으로

그 여름의 더위, 일요일의 적막, 땀에 젖은 티셔츠의 목둘레선, 나라고 믿어지지 않는 어린이. 울고 있는 어린이를 계속 바라보면 어린이는 점점 ‘소’라는 글자에 겹쳐졌다. ‘소’를 닮은 어린이는 자라서 열아홉 살이 되었고 혼자 울 때 이제 나는 ‘서’라는 글자와 비슷한 것 같다.
--- 「일요일」 중에서

우리는 다른 교복을 입게 된다. 교복만으로, 우리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달라질 것이다. 어릴 때 우리는 일요일마다 비밀을 만들었다. 우리는 비슷한 이유로 웃고 겁내고 거짓말했다. 나는 우리가 멀어질까 봐 두려웠다.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고 어른들은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 「일요일」 중에서

도우와 민주가 부모님과 여름휴가를 떠나느라 성당에 나오지 않은 일요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우리의 노력이나 바람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서로 다른 일요일을 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므로 그날 내가 느낀 감정은 배신감이 아닌지도 모른다.
--- 「일요일」 중에서

내가 오뚝이를 신기해하면서 갖고 노는 걸 보고 서영광은 그런 말을 했어. 오뚝이 원리를 설명하면서 너는 고물이 되면 안 된다, 너는 쓰러지면 안 된다, 바닥으로 굴러가면 안 된다, 쓰러지지 않는 위에 있어야 한다고.
--- 「수요일」 중에서

영주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 뉴스에 청소년 자살에 관한 기사가 떴다. (……) 기사에 달린 댓글을 아직도 기억한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 죽을 용기로 살 생각을. 미래 자산. 벌써부터 힘들다고. 루저. 나약한 루저. 그 기사 말미에 적혀 있었다. 청소년 자살자 수는 하루 평균 23명이고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 「수요일」 중에서

내 머리로 짐작할 수 있는 지형의 작전은 복잡하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지형은 사라지고 싶어서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올 것이다. 돌아온 지형이 예전처럼 학교를 다니고 공부하고 떠들고 웃고 장난을 치더라도 지형의 마음에 나는 없을 것이다.
--- 「수요일」 중에서

일단 내가 이대로 3학년이 된다고 쳐. 그럼 입시 준비하겠지? 대학에 가거나 가지 않겠지? 근데 그건 내가 원하는 속도가 아니야. 지금 내 나이에는 진로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들 하잖아. 그렇게 중요한 거라면 나는 휩쓸리듯 하고 싶진 않아. 내 속도에 맞게 하고 싶어.
--- 「금요일」 중에서

엄마도 그렇잖아. 이혼이 좋아서 이혼한 건 아니잖아.
엄마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맥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갑자기 그 얘긴 왜 꺼내. 자퇴랑 이혼을 어떻게 비교하니. 하…… 그게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귀찮고 복잡한 일인지를 네가, 아…….
--- 「금요일」 중에서

후회할 수도 있는 거고 후회는 잘못이 아니야. 후회될 때는 꼭 나한테 말해야 한다. 같이 그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알았지?
나는 천천히, 나에게 약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계획표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이건 하나 더 출력해서 나한테 주고.

--- 「금요일」 중에서

출판사 리뷰

“좁은 방을 맴도는 걸 멈추고 다시 의자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우리 조금만 더 친해지자고.
당신의 이야기를 계속해달라고.”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 여덟 번째 작품으로 최진영 작가의 『일주일』이 출간되었다. 『팽이』 『겨울방학』 『이제야 언니에게』 등의 작품을 통해 “청년 세대의 고뇌를 진솔한 언어로 그려내며 폭넓은 공감대를 획득”(신동엽문학상 심사평)해온 최진영 작가가 이번에는 성장이란 단어보다 생존이란 단어에 익숙해진 십대 청소년들의 ‘일주일’의 표정을 담아냈다. “당신과 조금 더 친해지고 싶어. 당신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 당신이 거기 잘 있으면 좋겠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일주일』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일요일」의 표정과 「수요일」의 표정과
「금요일」의 표정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그 불완전한 시간에 보내는 사사롭고 지극한 안부


『일주일』은 「일요일」부터 시작된다. 성당 유치원에서 만난 ‘나’와 ‘도우’와 ‘민주’는 신앙심 대신 셋이 함께하는 고유한 의식을 치르며 모든 ‘일요일’들을 공유한다. 하지만 성장을 하면서 ‘나’는 특성화고에, ‘도우’는 특목고에, ‘민주’는 일반계고에 진학하게 되면서 조건 없이 서로의 평화를 빌어주던 ‘일요일’의 풍경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두 친구(도우와 민주)와는 달리 현장 실습생이 되어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는 냉혹한 사회로 나오게 된 ‘나’는 “우리의 노력이나 바람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서로 다른 일요일을 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일요일」, 49쪽)는다.

친숙한 단어들이 무섭게 다가왔다. 거리낌 없이 듣고 말하던 단어를 모아서 말도 안 되는 문장을 완성한 것만 같았다. 사망 보도를 본 뒤 틈날 때마다 인터넷으로 관련 기사를 찾아봤다. 표준협약서에는 현장 실습생의 최대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씩 주 5일’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가 난 기계는 이전에도 여러 번 고장이 났던 기계였다.(「일요일」, 35쪽)

“무관심하지 않고 열렬히,
포기하는 대신 포기하지 않고.”
완성하고 번복하고 다시 완성할 ‘십대’라는 시간


「수요일」에는 암호 같은 비밀문자―세 번의 호환을 거쳐야 알 수 있는, 오직 ‘지형’만이 알 수 있는―만을 남겨놓은 채 가출을 한 ‘지형’과 그의 엄마―‘지형’이 엄마가 아닌 보호자라고 부르는―로부터 추궁을 당하는 ‘나’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지형의 엄마는 오뚝이의 원리를 설명하며 “다시 일어서지 않는 오뚝이는 고물이다. 고물은 쓰레기”라며 절대로 쓰러지지도 굴러가지도 않는 위에 있어야 한다는 자신들의 바람대로 ‘지형’이 실패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지형’ 역시 언제든 중심을 읽고 쓰러질 수 있음을, 그리고 ‘지형’이 남겨놓은 비밀문자에 담긴 내용은 “복잡하지도 거창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보호자는 숄더백으로 내 팔을 계속 후려쳤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중심을 잃고 그냥 픽 쓰러지고 싶었다. 쓰러져도 고물은 아닌 존재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서영광 같은 어른들은 내가 쓰러져도 쓰러졌는지 모를 거다. 쓰러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고물이었다고 생각할 거다. (「수요일」, 86쪽)

「금요일」은 누구한테도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는 삶을 살기 위해 자퇴를 결심하는 ‘나’의 이야기다. “후회할 수도 있는 거고, 후회는 잘못이 아니”니까 ‘나’의 선택을 “가능한 넓게 길게 아주 멀리까지”(「금요일」, 128쪽)하기 위해서. 그렇게 어떤 순간에도 “무관심하지 않고 열렬히, 포기하는 대신 포기하지 않”(작가 에세이, 「사사롭고 지극한 안부를 전해요」, 144쪽)기 위해서.
이 책의 마지막에는 작품 해설 대신 십대 청소년의 글이 실렸다. “당신과 조금 더 친해지고 싶어. 당신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라는 작가의 부름에 가장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응답을 해주었다. 서로 조금 떨어져 앉은 채 비슷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의 소설과 에세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 십대들의 모든 ‘일주일’의 표정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울퉁불퉁한 모래사장 위의 감각에 익숙해질 때쯤, 재생시켜놓은 노래 뒤로 묻을 수 없는 걱정과 고민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죽지도 않고 기어 나왔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는 걸까. 대체 뭘 해 먹고살아야 하는 걸까.”(박정연, 「지금 도망칠 준비가 되면」, 152쪽)

작가의 말
글을 쓰는 동안 오직 소설 속 인물만을 생각하는 시간이 소중했다. 그런 시간을 보낸 뒤에는 나란 인간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았다. 이번에도 달라지고 싶었다. 좁은 방을 맴도는 걸 멈추고 다시 의자에 앉으며 인물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조금만 더 친해지자고. 당신의 이야기를 계속해달라고.

발문
다시 돌아오기만 한다면 이런 도망은 언제나 환영이다. 짧은 생에 다 품기엔 무겁다 싶을 때마다 넓게 보고 많이 사랑할 것이다. 쫓기는 삶이 안정될 때까지, 가끔은 도망치면서 살길. 이 결심에 죄책감은 느끼지 않기로 했다. ―박정연, 「지금 도망칠 준비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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