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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노래
개정판
최진영
한겨레출판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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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아주 오래전 시작된
2부 너와 내가 한 소절씩 나눠 부르던
3부 끝나지 않을 이 노래
에필로그

발문 끝을 모르는 작가 _ 박혜진(문학평론가)

초판 작가의 말
새로 쓴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崔眞英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원도』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단 한 사람』,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 『쓰게 될 것』, 산문집 『어떤 비밀』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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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28*188*16mm
ISBN13
9791172134686

책 속으로

두자는 단 한 번도 어린이인 적이 없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땅히 일을 하여 살림을 불리고 한 살 어린 남동생을 보살펴야만 하는 어른이자 일꾼이었다.
---p.17

사는 동안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이제 겨우 열 살이고, 앞으로 십 년을 더 살지 이십 년을 더 살지 모르지만 영영 그들을 만나지 못하고 홀로 그 멀고 먼 시간을 견뎌야 한다면 나도 양잿물을 먹고 죽어버리겠다, 두자는 이를 앙다물며 다짐했다.
---p.29

찾을 수 있을까? 기억할 수 있을까? 까맣게 탄 내 입을 벌리고 네 개의 충치를 찾아낸 후 뒤늦게라도 엄마들은 내 이름을 불러줄까?
---p.38

내는 단 한 번도 좋아 산 적이 읎다.
---p.46

가장 두렵고도 간절한 건 언제나 눈앞에 떨어진 오늘이었다.
---p.64

나와 같은 것이었을까? 나와 같은 것이 무엇이지? 나는 나를 모른다. 본 적도 없고, 내 냄새를 맡아본 적도 없고, 나를 만져본 적도 없다. 아름다운 것이길. 위험하지도 흉하지도 않고, 끔찍하지도 징그럽지도 않고 나는 다만 아름다운 것이길.
---p.72

그래도 밉거나 싫지 않았다. 엄마여서, 어른이라서가 아니었다. 동기간 같았고, 제 앞날 같았다. 알 수 없는 동지애가 외롭고 남루한 두자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함께 밭을 갈고 빨래를 할 때면 두 사람 가슴께로 동일한 통증이 넘실거렸다.
---p.90~91

문득 제 인생이 종지에 담긴 까만 간장처럼 여겨졌다. 좁은 세상에 갇혀 그 바깥은 꿈도 꾸지 못하고서 짜고 어둡고 독한 맛이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살아야만 하는,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고 감히 어떤 다짐을 내세울 수도 없는 존재.
---p.106

수선이, 봉선이. 좋다!
두자가 옷소매에 코를 풀며 분녀를 쳐다봤다.
꽃처럼 살라고. 아무한테도 미움받지 말라고. 봄마다 활짝 피어나라고!
---p.108

저것들이라고 또 안 그럴 거란 보장 있소? 아들 낳으면 전쟁 나가 죽고. 딸 낳으면 굶어 죽고, 애 낳다 죽고, 애 키우다 죽고. 내 자식도 내 동생도 내 엄마도…….
---p.114~115

살아 있는 게 반갑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원치 않는 상태. 오늘도 살았으니 내일도 살겠지. 눈뜨면 일할 것이고 배고프면 먹겠지. 숨소리처럼 떨어지지 않는 허기가 두자를 계속 살게 했다.
---p.125

그저 살았을 뿐인데 흔한 욕심 한번 못 부리고 하루하루를 평생처럼 살아냈을 뿐인데, 잊을 만하면 닥쳐오는 욕지기 솟는 불행들. 똥물보다 더 더러운 말들. 사람들. 감정들. 지긋지긋한 인생. 차디찬 개울물에 코를 박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죽자, 죽자고 두자는 생각했다.
---p.149

다음 생에는 진짜 꽃으로 나라. 아무도 못 꺾고 못 밟게 깊고 깊은 산속 꽃으로 나라.
성냥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나는 니들 옆 떡갈나무로 날 것잉께. 커다란 나무로 나서…….
---p.150

오빠 인생, 내 인생, 봉선이 인생, 엄마 인생이 다 따로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그러니까 자기한테도 인생이란 게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p.174~175

꽃씨처럼 세상을 둥둥 떠다니는 꿈을 꿨다. 누구의 아내도 며느리도 딸도 아니고 수선이란 이름도 없이, 몸속엔 심장이나 내장이나 똥 대신 고운 봄바람만 가득 차서, 가고자 하는 곳도 가야만 하는 곳도 없이, 되는대로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꿈.
---p.242~243

이미 늙은 스스로가 낯설어 어색했고, 지난 세월은 모두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의 그럴듯한 거짓말 같았다.
---p.275

귀뚜라미 우는 소리. 늘 다른 표정으로 지는 노을. 잊지 않고 돌아오는 고마운 계절.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이 노래. 사랑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야 했던,
---p.312

출판사 리뷰

“가장 두렵고도 간절한 건 언제나 눈앞에 떨어진 오늘이었다”
100여 년에 걸친 여성 3대의 가없는 슬픈 노래

이 소설은 거의 100년 동안 대를 물려 이어가는 3대 여인들의 수난사다. 제 인생을 간장 종지에 담긴 까만 간장처럼 여기는 여인들, 좁은 그릇에 갇혀 짜고 어둡고 독한 맛이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다음 생의 딸들은 꽃처럼 살기를 바라는, 아무한테도 미움받지 않고 봄마다 활짝 피어나라고 염원하는 슬픈 여인들의 이야기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사라진 과거에서 시작된 두자의 이야기, 쌍둥이 엄마인 수선과 봉선의 이야기는, 지금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은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이 노래.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야 했던,” 그러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마음에 담아둔 채 하지 못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정갈하면서도 단정한 문장으로 들려준다. 그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이 아련해지는 여자들의 삶 이야기를, 엄마들과 딸들의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삶 자체가 계속 변주되며 끝없이 지속된다는 이야기를, 엄마와 딸들의 상처 많고 굴곡진 삶을 통해 세밀하고도 내밀하게 그려낸다.

각 시대를 대변하는 두자, 수선, 봉선, 은하의 삶이나 시대적 배경, 심리묘사, 그리고 그 시대를 아우르는 분위기와 사실감 넘치는 대사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입담이 놀랍다. 삼십대 초반의 나이에 두 번째 장편소설로 이 방대한 역사, 그것도 3대를 통한 깊이 있는 여성 이야기를 담아내며 작가적 야심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또 그 야심을 능력의 최대치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개인의 호명이 계보의 호명으로, 한 사람의 고통이 반복되는 제도의 고통으로 옮겨갔다. 이후 호명의 반경은 연인을 잃은 자로, 병들어 죽어가는 개인으로, 마침내 문명 붕괴 앞에 선 인류 전체로 계속 넓어졌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있기 전에 마콘도와 순환하는 시간을 품은 『썩은 잎』이 있었듯,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가 있기 전에 대물림되는 폭력과 침묵당한 목소리를 담은 『가장 파란 눈』이 있었듯 최진영의 알려진 작품들에 앞서 『끝나지 않는 노래』가 있었다. 어디에서든 이 책을 만난다면 책 사냥꾼이 된 것처럼 손에 넣으시라. _박혜진(문학평론가)

반복되는 역사의 틈바구니 속 여성을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그려내다

이 소설은 1927년에 내성면 두릉골에서 태어난 두자를 시작으로 그녀가 우여곡절 끝에 낳은 쌍둥이 수선과 봉선, 수선의 딸인 고시원에 사는 대학생 은하와 군대에 가 있는 봉선의 아들 동하까지의 이야기를 1930년대부터 2011년 현재까지 현실적으로 담아낸다. 전근대시대부터 산업화 시대, 그리고 현대까지 각각 인물들의 삶의 역사와 맞물리며 전개되는 이야기들 속 작가의 시선은 때론 놀랄 만큼 정교하고, 놀랄 만큼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다. 각각의 인물들을 통해 그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상을 정확하게 그려내며, 100년 전의 세계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게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여성의 삶들을 통해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두자이기도 하고, 수선과 봉선이기도 하고, 은하이기도 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열심히 개척하며 살아가지만, 사실 그들은 자기 속마음의 일부도 말하기 어렵고, 자신의 삶 자체를 자신의 몫으로 꾸려갈 수도 없으며,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고 또한 그것을 묵묵히 받아들인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이것은 “나의 역사이고 당신들의 역사이기도 하다”(김인숙 소설가).

· 작가의 말

희망은 있다. 예전에는 그걸 믿지 못했다. 있다면 내게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젠 보이지 않아도 믿는다. 희망은 나의 바깥에 있지 않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처럼 내 안에 존재한다. 희망은 빛이 아니다. 내게 다가오거나 나를 밝혀주지 않는다. 한숨에도 흩어지는 연기 같은 것, 기척에도 날아가는 먼지 같은 것. 그 힘없고 가벼운 희망이 내겐 필요하다. 그러니 내가 희망을 지켜야 한다. 그건 때로 살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제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추천평

데뷔작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에서 이름을 갖지 못한 한 소녀의 문제를 다루었던 최진영은 다음 소설에 이르러 백 년의 시간과 세 세대의 몸으로 확장한 시선에 도전했다. 그로써 개인의 호명이 계보의 호명으로, 한 사람의 고통이 반복되는 제도의 고통으로 옮겨갔다. 이후 호명의 반경은 연인을 잃은 자로, 병들어 죽어가는 개인으로, 마침내 문명 붕괴 앞에 선 인류 전체로 계속 넓어졌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있기 전에 마콘도와 순환하는 시간을 품은 《썩은 잎》이 있었듯,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가 있기 전에 대물림되는 폭력과 침묵당한 목소리를 담은 《가장 파란 눈》이 있었듯 최진영의 알려진 작품들에 앞서 《끝나지 않는 노래》가 있었다. 어디에서든 이 책을 만난다면 책 사냥꾼이 된 것처럼 손에 넣으시라. - 박혜진 (문학평론가)
최진영의 첫 번째 소설을 읽었을 때 참 독하다, 했다. 제 몸에 돋은 가시를 숨길 줄도 모르고, 제 몸에 돋은 가시로 저 스스로가 찔린 상처를 감출 줄도 몰랐다. 실은 알았으나 숨기고 감출 생각이 없었던 것일 터이다. 최진영은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만큼의 목소리를 내 아프다 했고, 슬프다 했고, 세상이 부당하다 했다. 머뭇거림이 없었다. 최진영의 두 번째 소설을 기다리고 기대했다. 이 소설은 대를 물려 이어가는 여인들의 수난사다. 제 인생을 간장 종지에 담긴 까만 간장처럼 여기는 여인들의 이야기다. 그 좁은 그릇에 갇혀 짜고 어둡고 독한 맛이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다음 생의 딸들은 꽃처럼 살기를 바라는, 아무한테도 미움 받지 않고 봄마다 활짝 피어나라고 염원하는 슬픈 여인들의 이야기다. 그러니 이것은 나의 이야기고 당신들의 이야기다. 나의 역사이고 당신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책을 덮으며, 어쩔 수 없이 탄식하게 되는 말. 나의 딸들아……. 내 딸의 연인들과 나의 연인들아……. 사랑이 아픈 것은 세상이 슬프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 김인숙 (소설가)
작가가 두 번째로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자, 데뷔 20주년에 맞춰 2026년 새롭게 출간하는 책이다. 이 소설은 특히 여성 캐릭터들이 무척 다양하고, 한 시대 안에서도 캐릭터마다 개성과 삶에서 내리는 판단들도 다채롭다. 최진영 작가의 작품을 다 따라서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이 작품은 놓쳤다. 그런데 이번에 읽으면서 놓쳤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을 했다. - 한소범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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