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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책과 나 단둘이 남은 것만 같은 고요한 밤, 책이 나에게 작은 이해 한 쪽을 나눠 주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문장 앞에서 오래 머무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찰나에 잠시나마 이 불가해한 세상이 이해되고 내가 깨우친 사람이 된것같은 황홀한 착각에 빠진다. 혼자서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것 같던 상실, 비탄, 고통에 대한 이해 역시 책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할지 모른다는 착각. 물론 책장을 덮고 나면 나는 여전히 모르는 상태이지만, 최소한 알고자 노력한 사실은 남는다. 그 노력의 잔해가 나를 내일로, 다시 내일로 밀어 주었다. 읽는 일은 이를테면 끝이 없어 보이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지 않게 도와주는 길잡이 같은 것이었다. 세상의 많은 일 앞에서 나는 매번 새롭게 무지해지지만, 그때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치면 작은 용기가 샘솟았다. 세상을 알고 싶다는 마음을 품을 용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