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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대적이고 급진적인 브론테의 소설
19세기 출간 당시 『제인 에어』보다도 높은 판매 부수를 기록한 앤 브론테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소설이 드디어 국내 초역으로 선보인다. 당시 영국의 법과 관습이 허락하지 않았던 여성의 선택과 현실을 과감하게 그려내, 21세기의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BBC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소설.
2025.07.08.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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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판 작가 서문 - 5
서언 - 13 1장 발견 - 16 2장 대화 - 30 3장 논란 - 38 4장 파티 - 49 5장 화실 - 61 6장 깊어지는 우정 - 67 7장 소풍 - 78 8장 선물 - 93 9장 풀밭의 뱀 - 100 10장 우정의 약속, 연적 - 116 11장 신부의 재방문 - 123 12장 대화와 발견 - 131 13장 일상으로의 복귀 - 145 14장 공격 - 151 15장 조우와 그 결과 - 160 16장 경험자의 경고 - 171 17장 더 많은 경고 - 188 18장 작은 초상화 - 200 19장 사건 - 217 20장 끈질긴 구애 - 227 21장 다양한 의견 - 239 22장 우정의 징표 - 246 23장 신혼 - 268 24장 첫 번째 부부 싸움 - 276 25장 첫 번째 부재 - 288 26장 파티의 손님들 - 304 27장 큰 실수 - 309 28장 모성애 - 319 29장 하그레이브 씨 - 324 30장 가정불화 - 333 31장 사회적 관례 - 350 32장 비교, 신뢰 - 368 33장 이틀 저녁 - 387 34장 감추기 - 406 35장 도발 - 413 36장 함께 있어서 외로운 부부 - 422 37장 유혹 - 429 38장 상처받은 남편 - 444 39장 탈출 계획 - 459 40장 좌절된 계획 - 479 41장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희망” - 486 42장 개심 - 496 43장 선을 넘다 - 504 44장 도피 - 513 45장 화해 - 523 46장 친구의 조언 - 544 47장 충격적인 소식 - 554 48장 이후의 소식 - 572 49장 “비가 내리고……” - 580 50장 의심과 실망 - 595 51장 예기치 않은 사건 - 608 52장 변화무쌍한 세상사 - 621 53장 결말 - 631 해설|『와일드펠 저택의 여인』, 최초의 본격적인 페미니즘 소설 - 649 |
Anne Bro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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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때 좋은 책은 작가의 성별과 상관없이 그냥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모든 소설은 남성과 여성 모두가 읽도록 쓰였거나 쓰여야 한다. 그러니 어떤 남성 작가가 의도적으로 여성에게 아주 수치스러운 책을 쓴다거나, 여성 작가가 남성에게 적절하고 잘 어울리는 책을 썼다고 비난받는 건 내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 p.8 「제2판 작가 서문」 중에서 “이럴 때는 제가 화가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부인이 말했어. “왜요? 이럴 때야말로 자연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모방할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지 않아요?” “아뇨. 다른 사람들은 그런 순간을 온 마음으로 실컷 즐길 수 있는데, 저는 늘 저런 광경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저 괴롭고 허망하죠. (…) 어찌 됐든 불평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해요. 저처럼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걸로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 p.112 “만약 네가 제일 멋지고 교양 있고 겉으로 볼 때는 아주 매력적인 남자와 결혼했는데, 그 사람이 실은 형편없는 패륜아나 무능한 바보라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비참하겠니.” “하지만 이모, 그럼 패륜아나 바보들은 어떻게 해요? 만약 모든 사람이 이모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이 세상은 금방 끝나고 말 거예요.” “걱정 마라, 얘야! 패륜남이나 바보 같은 남자들이 장가 못 갈 일은 없어. 패륜녀와 바보 같은 여자들도 얼마든지 있어서 그런 자들의 짝이 되어주거든.” --- p.174 그러나 이 불완전한 세계에는 항상 ‘그러나’가 있다. --- p.267 “에스터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 우리가 바라는 것 이상으로 낭만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하지만 낭만적인 시각으로는 부족해. 진실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그건 그렇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 사람들이 낭만적이라고 치부하는 것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진실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아. 젊은이들의 낙관적인 시각이 내세에 대한 추잡한 생각들로 인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그게 그들의 시각이 틀렸다는 증거는 아니니까.” --- p.370 “이 장미는 여름에 피는 꽃만큼 향기롭진 않지만, 여름꽃들은 감당하지 못할 많은 고난을 견뎌냈어요. 차가운 겨울비를 먹고 자랐고, 약한 겨울 햇빛에 몸을 녹였고, 거친 바람이 불어닥쳐도 색이 바래거나 가지가 부러지지 않았고, 날카로운 서리에도 병들지 않았지요.” --- p.6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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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글과 일기장의 내밀한 목소리로 듣는
두 남녀의 사적인 고백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 식구들도 모두 외출 중이라 나 혼자 서재에서 오래된 편지와 기록을 들춰 보며 옛 추억을 돌아보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자네에게 과거 얘기를 들려주기 딱 좋은 상황이라네. (…) 긴 이야기니까 첫 장부터 바로 시작하겠네.” _14-15쪽 소설은 1827년, 길버트 마컴의 편지글로 시작한다. 그는 친구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아주 오랫동안 비어 있던 황량한 와일드펠 저택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젊은 과부 그레이엄 부인이 어린 아들 아서와 함께 이사 온 20년 전의 어느 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인은 교회에도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웃들의 초대에도 대체로 응하지 않으며 음산하고 쓸쓸한 대저택의 화실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은둔자의 삶을 살아간다. 첫 만남 때 보인 쌀쌀맞은 태도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던 길버트는, 그러나 점점 부인을 알아가게 되면서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비밀스러운 구석이 너무 많은 부인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길버트와 거리를 유지하며 거듭 그의 구애를 거절하고, 오해가 쌓인 끝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길버트에게 자신의 일기장을 쥐여주는데…… 19세기 영국의 정상성을 이탈한 현대적인 고전 로맨스 빅토리아시대 영문학, 특히 여성 작가의 작품에서 사랑과 결혼은 빠질 수 없는 주제다. 당대 여성의 삶에서 결혼은 삶을 이루는 한 요소였을 뿐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하고도 치명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여성이 할 수 있는 노동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데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냉담한 시선을 고려했을 때 여성이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결혼이 필수적이었고, 결혼 상대를 볼 때 “돈이나 지위, 자리, 또는 물질적인” 것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결혼에 있어 “낭만적인 시각”을 가질 것을 장려하고 “사랑 없는 결혼”은 하지 말라고 강하게 조언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정면에 내세우는 작품은 당대 독자들에게 낯설었을 수밖에 없다. 그에 더해 “살림할 때는 두 가지만 명심하렴. 어떻게 하는 게 적절한지,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게 집안 남자들에게 제일 만족스러운지”라는 길버트 어머니의 말처럼,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결혼의 형태 또한 확고했던 시대에 “제가 결혼하면, 아내 덕에 제가 즐겁고 편안하게 살기보다 제가 아내를 그렇게 살게 해주어야 더 행복할 것 같아요. 받기보다는 주고 싶거든요”라고 대답하는 남자 주인공의 등장 또한 이 작품의 사랑 이야기가 19세기 당시의 영국 독자들에게는 ‘비정상적’으로, 오히려 지금의 우리에게 더 익숙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사랑과 결혼에 있어 명확히 존재했던 지위와 성별의 위계를 느슨하게 풀어 진솔한 감정을 가진 개인과 개인이 맺는 관계를 묘사한 이 소설의 로맨스는 ‘가장 현대적인 고전’이라 할 만하다. 여성의 사랑만이 아닌 삶을 담은 진정한 의미의 최초의 페미니즘 소설 중심이 되는 서사가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는 하지만,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은 로맨스에 국한되지 않고 성장소설과 사회소설의 면모마저 지닌다. 이야기는 결혼이라는 목표를 향해 직선적으로 달려가는 대신 여러 시점을 오가며 인물들의 성장을 보여주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주인공 헬렌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여러 사건을 겪으며 헬렌에게 결혼은 명확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그림은 여성에게 허락된 고상한 취미 생활이 아닌 생계 수단이 된다. 여성 인물이 사랑과 결혼뿐 아니라 일, 교육, 양육, 도덕성, 중독, 종교 등에 대한 주체적인 생각을 확립해나가며 결혼 이후에도 남성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모습은 “가히 혁명적이었고, 당시 평자들이 극히 위험한 작품이라고 느”꼈을 법하다. 또한 단순히 원하는 상대와 결혼을 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어떤 대화와 합의를 통해 결혼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더 집중하는 것은, 흔히 결혼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면 막을 내리던 대다수의 당대 연애소설들과 결을 달리하며 그와 같은 범주로 분류되기를 거부한다. 작품의 골조를 이루는 연애사 속에는 사랑에 빠진 어린 소녀 헬렌이 마주해야 했던 부당한 관습과, 그로 인한 현실적인 고난을 겪으며 헬렌이 성숙하고 현명한 여성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말하자면 헬렌은 법적, 제도적으로 수십 년을 앞서서 자신의 몸과 아이, 재산, 자유를 지키고, 행복을 추구하고, 자력으로 본인이 원하는 삶을 일구어낸 여주인공인 것이다. (…) 이처럼 앤은 이 소설에서 사실주의를 뼈대로 현대적인 기법과 선구적인 비전을 펼쳐보임으로써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새 장르를 정립했다. _해설 중에서 제2판 작가 서문에 “나는 진실을 밝히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다”라고 밝힌 점을 미루어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은 자신이 살고 있던 사회에 대한 앤의 의식적인 비판이자 고발이자 제안이었고,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던 때에 여성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인 과감한 시도였다. 작가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소설의 언어와 묘사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지에 얽매이지 않는 시대에 이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해방이자 하나의 특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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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맥락에서 앤 브론테의 책을 읽는 것은 해방과도 같다. 우리는 앤을 평가했던 비평가들처럼 ‘상스러움’에 눈이 멀지도 않았고, 그녀의 성별에 대한 추측에 주의를 빼앗기지도 않는다. 이제 앤의 시대가 왔다. - 루시 맹건 (작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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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브론테가 문제를 다루는 자유롭고 대담한 방식 앞에서 샬럿과 에밀리의 가장 과감한 시도들은 소심하고 절제된 것처럼 보인다. 앤의 행보는 혁명적이다. - 메이 싱클레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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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브론테가 10년만 더 살았다면 제인 오스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어쩌면 그보다 더 위대한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 조지 무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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