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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와일드펠 홀의 세입자 빌레트 |
Charlotte Bro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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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은 잠을 못 잘 운명이었나 보다. 가까스로 귓가에 다가온 꿈이 골수까지 얼려버릴 것 같은 사건에 대경실색해서 도망쳐버렸다. 악마의 웃음 같은, 낮고 억눌린 듯하면서도 깊은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온 것이다. 소리는 내 침실 문의 열쇠 구멍에서 나는 듯했다. 침대 머리 쪽이 문가에 있어서 처음에는 마귀 같은 웃음소리의 장본인이 내 침대 곁에 서 있는 줄 알았다. 아니면 베개 옆에 웅크리고 있거나. 하지만 일어나서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주변을 살피는 동안 괴상한 소리는 계속되었다. 나는 그 소리가 문 맞은편에서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벌떡 일어나 문의 빗장을 단단히 걸고 “거기 누구예요?” 하고 다시 소리쳤다. 뭔가가 목구멍을 울리며 신음했다. 이어 복도에서 3층 층계 쪽으로 향하는 발소리가 났다.
---「제인 에어」중에서 “제가 무슨 자동인형인 줄 아세요? 감정도 없는 기계로 아세요? 입에 문 빵 조각을 뺏기고 컵에 담긴 저의 생명수가 엎질러지는 것을 보고도 참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가난하고 미천하고 못생기고 체구도 왜소하다고 해서 영혼도 감정도 없다고 생각하세요? 잘못 생각하셨어요!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영혼도 있고 당신과 똑같은 감정도 있어요.” ---「제인 에어」중에서 나는 기절할 듯한 공포에 사로잡혀서 팔을 거두려고 했지만 그 손은 내 팔을 꼭 붙들었고, 서글픈 목소리가 흐느끼며 말했다.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누구야?” 내가 그 손을 떼어내려고 하면서 물었다. “캐서린 린턴.” 떨리는 목소리가 대답했다(왜 린턴이 떠올랐을까? 책에는 ‘언쇼’라는 이름이 린턴보다 스무 배는 많이 적혀 있었는데). “이제 집에 왔어. 히스 벌판에서 길을 잃었어!” 그런 말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창밖에 어린애 얼굴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공포심은 나를 잔인하게 만들었다. 이 수수께끼의 존재를 떼어내려고 해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그것의 손목을 깨진 유리 위로 당겨서 앞뒤로 문질렀다. 피가 흘러 이불을 적셨다. 그래도 그것은 계속 “들여보내줘!” 하고 울부짖으며 내 팔을 놓지 않았다. 나는 공포로 거의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폭풍의 언덕」중에서 “내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는 건 그 애가 잘생겨서가 아니야, 넬리. 그건 히스클리프가 나보다 더 나 같아서야. 우리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건, 그와 나의 영혼은 똑같아. 하지만 린턴하고 나는 달빛과 번개만큼, 서리와 불꽃만큼 다르지.” ---「폭풍의 언덕」중에서 “죄송합니다만 그레이엄 부인, 너무 멀리 가셨습니다. 소년에게 인생의 덫으로 뛰어들라고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또 유혹을 극복함으로써 덕을 발휘하기 위해 일부러 유혹을 추구해야 한다고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 말은 적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약화시키기보다는 우리의 영웅을 무장시키고 강하게 만드는 편이 더 낫다는 겁니다. 참나무 묘목을 온실에서 밤낮으로 보살피고 바람 한 점 맞지 않게끔 보호해가며 기른다면, 그 묘목이 산비탈에서 온갖 비바람, 심지어 폭풍을 견디며 자란 나무처럼 튼튼하게 자라나리라 기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마컴 씨, 여자아이에게도 같은 논리를 적용하시겠어요?” “물론 아니죠.” “네. 여자아이는 부드럽고 섬세하게 양육하시겠지요. 온실의 화초처럼요. 남에게 지시와 도움을 구하라고 가르치고, 악을 아예 알지도 못하게끔 최대한 차단하시겠지요. 그런데, 왜 이런 차별을 하는지 알려주시겠어요? 여자아이는 덕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인가요?” ---「와일드펠 홀의 세입자」중에서 “이모가 아무리 구구절절 말씀하셔도 저는 그 사람을 굳게 믿어요. 그의 행복을 보장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제 행복을 걸 수도 있어요. 더 훌륭한 남자들은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여자들이 가져가라죠. 설령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했더라도, 예전에 저지른 잘못의 결과에서 그를 건져내어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해 정진한다면 헛된 인생은 아닐 거예요. 주께서 제게 성공을 허락해주시기를!” ---「와일드펠 홀의 세입자」중에서 눈물이 왈칵 솟구쳐 베개와 팔과 머리카락을 적셨다. 터져 나오는 눈물의 뒤를, 더없이 비통한 생각이 밀려드는 침울한 시간이 이어받았다. 하지만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철회할 생각도 없었다. 뒤로 물러나기보다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게 낫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 좁고 힘든 길일지라도 때가 되면 열리겠지, 하는 강력하고도 막연한 확신이 다른 감정들을 지배했다. 그 확신의 영향이 다른 감정들을 잠재우고 멀리 내쫓아서, 나는 마침내 잠자리에 들 수 있을 만큼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빌레트」중에서 나는 잃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싫었던 쓸쓸했던 지난 삶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설령 지금 도모하려는 일에 실패한다 해도 나 말고 다른 누가 고통을 겪겠는가? 만약 내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고향집에서 멀리 떨어졌다고 말하고 싶지만 내겐 고향집이 없었다-이를테면 영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는다 한들 누가 울어주겠는가? ---「빌레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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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권 소개
제인 에어Jane Eyre(1847년) 브론테 자매의 탄생을 알린 기념비적 소설 샬럿 브론테의 대표작 *** 어려서 부모를 잃고 무자비한 외숙모 아래서 자란 제인 에어는 엄격한 기숙학교를 거쳐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고용주인 에드워드 페어팩스 로체스터와 가까워지지만, 저택 곳곳에서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사건들이 이어지며 불안한 기류가 감돈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신분 차이라는 현실 앞에서 갈등은 깊어지고, 곧 제인은 감춰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1847년) 문학사상 가장 파괴적이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천재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단 하나의 소설 *** 버려진 소년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의 아버지인 언쇼 씨의 눈에 띄어 이들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성장한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지만, 신분과 재산이라는 장벽은 그들을 갈라놓는다. 캐서린과 함께할 수 없다는 절망감, 자신을 냉대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혀 히스클리프는 점차 괴물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가 홀연히 집을 떠났다가 몇 년 만에 엄청난 부자가 되어 돌아오면서, 억눌렸던 감정과 갈등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와일드펠 홀의 세입자The Tenant of Wildfell Hall(1848년) 샬럿 브론테에 의해 한때 인쇄마저 중단되었던 급진적 페미니즘 소설 최초의 여성 해방운동 선언문 *** 아름답고 신비로운 과부 헬렌이 어린 아들과 함께 외딴 저택 와일드펠 홀에 정착하면서 주민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헬렌은 과거를 철저히 숨기고 이웃들도 멀리하며 살아가지만, 젊은 농장주 길버트 마컴과는 서로 호감을 느끼고 서서히 친분을 쌓아간다. 한편 오지랖 넓고 수다스러운 마을 사람들에 의해 헬렌을 둘러싼 낯뜨거운 스캔들이 폭로되고 마는데……. 헬렌은 왜 다 스러져가는 외딴 저택에 숨어 사는 걸까, 그녀가 지키려 하는 비밀은 무엇인가. 빌레트Villette(1853년) 샬럿 브론테의 자전적 소설이자 살아생전 발표한 마지막 소설 *** 모든 기반을 잃고 기댈 곳 하나 없는 루시 스노는 영국을 떠나 낯선 이국의 도시 빌레트에서 기숙학교 교사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타국의 환경과 낯선 인간관계 속에서 고독한 일상을 이어가던 그녀는, 학교 안팎의 인물들과 얽히며 점차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외부의 사건과 내면의 변화가 교차하며 조용한 긴장을 만들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