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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우 〈게임 속 NPC로 빙의한 건에 대하여〉
박산호 〈빛나는 프레임 밖〉 정명섭 〈드림 스케이프〉 임지형 〈보정되지 않은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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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크 포레스트를 얼마나 좋아하며 열심히 플레이했는데…… 그 보답이 이름도 없는 마을 소년이라고?
생각해 보니 화가 났다. 그렇다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어디다 표현할 수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하느라 바빴고 일개 마을 소년의 말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죽어서 NPC로 빙의한 거라고 말한들 그걸 이해해 줄 리도 없었고. --- p.15 「게임 속 NPC로 빙의한 건에 대하여」 중에서 나는 가는 아이의 등을 보며 잠시 망설이다 외쳤다. “자, 잠깐. 이름이 뭐죠? 나랑 같은 학교 다녀요? 몇 학년……이세요?” 그 아이는 잠시 자리에 멈췄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냥 가 버리려나, 싶은 순간. “수연, 이수연이야.” 그리고 멀어졌다. 가방 하나 없이 홀가분하고 가볍게. 나랑 교복이 같은 걸 보면 우리 학교에 다니는 게 분명한데. 같은 학년일까? 아니면 선배인가? 이제라도 쫓아가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왜 구해 줬냐고 화를 내야 하나? 왜 남의 일에 오지랖을 떠냐고 짜증을 부려야 했나? 매사 우유부단한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집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오늘 자살 시도는 실패다. --- pp.55-56 「빛나는 프레임 밖」 중에서 그때, 허공에서 민준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날 찾고 있니?” 지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목소리가 들린 곳을 찾으려고 했다. 잠시 후, 민준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날 보러 오려면 우리 반으로 와. 기다리고 있을게.” “민준아! 우릴 게임에서 내보내 줘.” 지우는 절박하게 외쳤지만 민준이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어둠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스멀스멀 다가왔다. 결국 지우는 어둠에 쫓겨서 2층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 p.118 「드림 스케이프」 중에서 영상을 업로드하고 난 후, 별생각 없이 휴대폰을 내려놨다. 그냥 매일 그렇듯 게시물 하나를 올렸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평소와 다른 일이 벌어졌다. 밤부터 알림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좋아요’, 댓글, 공유, 저장. 숫자가 너무 빨리 올라가서 화면이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팔로워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나는 몇 번이고 새로 고침을 했다. --- pp.147-148 「보정되지 않은 하루」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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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인간의 결핍과 외로움을 채워 줄 수 있을까?”
4명의 작가가 지금의 청소년에게 보내는 ‘존재’에 관한 질문들 우리는 게임과 SNS, 가상현실 속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꾸미고,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며, 다른 사람과 쉽게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화면 속 세계가 우리 각자가 지닌 외로움과 결핍까지 채워 줄 수 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현실에서의 결핍을 가상의 세계에서 채우고자 분투한다. 4개의 작품은 저마다 다른 결핍을 가진 청소년의 시선을 통해 ‘나는 누구인지’,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진짜 나’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여정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을까?” 전건우 〈게임 속 NPC로 빙의한 건에 대하여〉 트럭에 치여 정신을 잃은 진오는 자신이 플레이하던 게임 ‘다크 포레스트’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데 하필 빙의한 캐릭터는 강력한 능력을 지닌 영웅도,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도 아닌 평범한 NPC다. 대마왕을 물리쳐야 끝나는 게임 속에서 진오는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나선다. 이름도, 특별한 능력도 없는 NPC가 된 진오는 과연 무사히 게임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봐, 소년. 죽음의 전장은 어느 쪽인가?”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덩치 큰 남자, 아니 오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_11쪽 “내 비밀을 말해도 될까?” 박산호 〈빛나는 프레임 밖〉 인스타그램 셀럽인 엄마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일상이 SNS에 공개되어 온 빛나. 사람들은 화면 속 빛나의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지만, 정작 빛나는 엄마가 만들어 낸 ‘완벽한 일상’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빛나는 익명으로 블로그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협박을 받으며 점점 궁지에 몰리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 채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던 중 빛나는 자신과 달리 말과 행동이 거침없는 수연을 만나게 되는데……. 과연 빛나는 자신을 옭아맨 완벽한 ‘프레임’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침대에 엎어 둔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누군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_64쪽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정말 행복해질까?” 정명섭 〈드림 스케이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VR 게임 ‘드림 스케이프’. 어느 날 같은 반 친구 민준이 드림 스케이프를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일주일째 깨어나지 못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원인조차 알 수 없는 사고에 학교가 술렁이던 가운데, 지우와 성욱, 현찬에게 뜻밖의 게임 초대장이 도착한다.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의식을 잃고 병원에 누워 있는 민준. 세 아이가 의문을 품은 채 접속한 게임 속에는 자신들이 매일 다니는 학교가 그대로 펼쳐져 있다. 현실과 똑같아 보이지만 어딘가 낯선 학교, 그리고 그곳으로 자신들을 불러들인 민준. 과연 민준은 어떻게 초대장을 보낸 걸까? 그리고 세 아이를 드림 스케이프로 불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날 보러 오려면 우리 반으로 와. 기다리고 있을게.” “민준아! 우릴 게임에서 내보내 줘.” _118쪽 “내 하루도 보정될 수 있을까?” 임지형 〈보정되지 않은 하루〉 하림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2만의 인플루언서 친구 지유의 사진을 보정해 주면서, 자신의 계정도 주목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계정을 태그해 주겠다던 지유가 번번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불만이 쌓여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하림이 올린 게시물 하나가 뜻밖의 관심을 받으며 상황이 뒤바뀐다. 팔로워와 ‘좋아요’가 빠르게 늘고, 하림의 계정은 순식간에 주목받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쏟아지는 관심에 들뜬 하림은 점점 SNS에 몰두한다.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사진을 찍고 보정하는 데 집착하고, 게시물의 반응에 따라 하루의 기분까지 좌우되기 시작한다. 과연 하림은 어디까지 자신을 보정하게 될까? 익명의 그 계정이 또 ‘좋아요’를 눌렀다. 나는 잠깐 그 하트를 봤다. 누구인지 모르는데도, 이상하게 그 조용한 하트 하나만은 진심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_14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