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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스토리북 엔딩 11

감사의 말 456
옮긴이의 말 460

저자 소개 2

모이라 맥도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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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ira Macdonald

밴쿠버(B.C.)에 뿌리를 두고 시애틀에 오래 거주해 온 모이라(Moira)는 2001년부터 《시애틀 타임스》의 문화예술 평론가로 활동하며 영화, 책, 무용, 텔레비전, 패션은 물론 가끔은 ‘고양이 관련 행사’까지 폭넓게 다뤄왔다. 저널리스트로서 수많은 흥미로운 인물들을 만나왔으며, 그중에서도 조지 클루니, 가즈오 이시구로, 콜린 파렐, 그리고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던 줄리 앤드루스와의 인터뷰를 특히 애정 깊게 기억한다. 워싱턴 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M. A.)와 문학·연극 학사(B. A.)를 취득했으며, 1989년부터 모임을 이어온 시애틀의 소규모 독서 모임 '커먼 리더스(Co
밴쿠버(B.C.)에 뿌리를 두고 시애틀에 오래 거주해 온 모이라(Moira)는 2001년부터 《시애틀 타임스》의 문화예술 평론가로 활동하며 영화, 책, 무용, 텔레비전, 패션은 물론 가끔은 ‘고양이 관련 행사’까지 폭넓게 다뤄왔다. 저널리스트로서 수많은 흥미로운 인물들을 만나왔으며, 그중에서도 조지 클루니, 가즈오 이시구로, 콜린 파렐, 그리고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던 줄리 앤드루스와의 인터뷰를 특히 애정 깊게 기억한다. 워싱턴 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M. A.)와 문학·연극 학사(B. A.)를 취득했으며, 1989년부터 모임을 이어온 시애틀의 소규모 독서 모임 '커먼 리더스(Common Readers)'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19개국에서 판권이 판매된 첫 소설 『스토리북 엔딩』은, 미루기만 하던 일을 내려놓고 오래전부터 꿈꿔온 일을 시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번역가이자 소설가.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화 〈툼스톤〉의 원작 《무덤으로 향하다》를 옮기며 번역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번역과 동시에 자신만의 목소리로 글을 쓰기 시작하여 소설, 산문, 그래픽 노블, 인터뷰집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써왔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관점에 갇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그는, 문학이야말로 그 벽을 허무는 힘이라고 믿는다. 청소년 소설 《오늘도 조이풀하게》 《너를 찾아서》 등과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긍정의 말들》 등의 에세이를 썼다. 《헤드샷》 《오래된 책들의 메아
번역가이자 소설가.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화 〈툼스톤〉의 원작 《무덤으로 향하다》를 옮기며 번역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번역과 동시에 자신만의 목소리로 글을 쓰기 시작하여 소설, 산문, 그래픽 노블, 인터뷰집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써왔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관점에 갇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그는, 문학이야말로 그 벽을 허무는 힘이라고 믿는다.
청소년 소설 《오늘도 조이풀하게》 《너를 찾아서》 등과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긍정의 말들》 등의 에세이를 썼다. 《헤드샷》 《오래된 책들의 메아리》 등 10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라일라》로 제18회 유영번역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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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26일
판형
반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86쪽 | 135*205*30mm
ISBN13
9788937449659

책 속으로

* 어느 날 밤 『채링크로스 84번지』를 다시 읽은 지 얼마 안 됐을 때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연속으로 두 편을 보다가 편지를 보낸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두 편의 영화에서는 매사가 술술 풀렸고, 책 속의 편지들(에이프릴이 보기에 서점 직원과 독서를 사랑하는 여성 사이에 오간)은 아주 매력적이어서 한밤중에 떠오른 그 생각이 아주 좋은 아이디어처럼 느껴졌다.
--- p.15

* 밤에는 책을 읽었다. 그녀는 독서를 사랑했다. 그것은 잠시 세상을 차단하고, 시름을 미뤄 놓고, 다른 세상으로 사라지는 방식이었다.
--- p.18

* 그런 고서들에 둘러싸여 하루하루 흘러가는 삶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서른다섯이 되자 자신이 그다지 야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썩 편치 않게 느꼈다. 웨슬리는 늘 인생에 뭔가가 일어나기를 기다렸고, 그러고 나서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지 의아해했다. 어쩌면 온종일 책장을 넘기며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게 아닐까, 어쩌면 시도해 봐야 할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뭔가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 p.27

* 알레한드라는 모든 사람의 머리가 끝도 없이 눈에 띄게 자라나는 행성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었다. 그녀는 종종 창밖을 내다보며 소설의 다음 장을 구상했다. 웨슬리는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 세계를 창조하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했다. 그는 서점 일 말고도 사랑하는 무언가를 가진 모두가 부러웠다.
--- p.31~32

* 로라가 리더룸에 서둘러 들어갔을 때 축축한 봄 공기에서 신선한 잎사귀 같은 냄새가 났고, 바깥에서 풍기는 향기는 곧 서점 특유의 마법 같은 냄새로 대체되었다. 새 문고본에서 나는 것도 같고, 여유로운 시간에서 풍기는 향기 같기도 했다. 늘 그렇듯 카페와 서점 곳곳의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서 노트북을 건성으로 두드리는 모습이 몇 시간째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로라는 처음도 아니지만 저 사람들이 과연 밖으로 나가긴 하는지, 할 일도 없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분명 아이는 없을 것이다. 서점 문이 닫히면 여전히 어둠 속에 앉아 컴퓨터 화면에 푹 빠진 채 그 자리에서 조용히 늙어 가는 건 아닐까? 그들은 목제 책장에 꽂힌 책들만큼이나 이 공간의 일부로 보였다. 무대 위의 단역처럼 늘 거기 있는 존재들. 그들 없는 이 서점을 상상하기란 어려웠다.
--- p.44

* 세상은 서표로 쓰기 좋을 만한 공짜 물건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 서점은 항상 서점 로고가 찍힌 서표들을 손님들에게 무료로 주고, 그 서표들은 끝내주게 멋지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 특별한 책갈피를 만드는 사람들, 즉 책 페이지에 표시하려는 목적 하나만으로 뭔가 사랑스러운 걸 만들 만큼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 p.104

* 내 인생은 괜찮게 느껴지지만 아직 진짜 인생은 시작도 안 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뭔가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다.
--- p.108

* 내가 책에서 발견한 것 중 최고는 작은 종이 한 장에 쓴 거의 한 편의 소설이었다. 그것은 젊지 않은 누군가가 가늘고 길고 구불구불한 필체로 쓴 목록이었다. 이름(에일린, 시빌, 저스틴, 클레어)과 일상적인 메모(겨울옷, 새 영화들)와 호기심을 자아내는 관찰(호박밭, 유리창을 두드려 대는 다람쥐들)이 적혀 있었다. 나는 집에 가져와 내 침실에 있는 거울 프레임에 붙여 놓고 그것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다.
--- p.212

* 이 편지 드라마가 시작되기 오래전에 에이프릴은 특히 바빴던 하루가 끝나 갈 무렵 자신에게 새 책을 한 권 선물했다. 하루 내내 실체 없는 것들을 다루다 보면 기분이 이상해졌다. 집은 분명 현실에 존재하지만 아파트에 혼자 앉아 있으면 그녀가 하는 모든 일이 허상으로 이뤄진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 사물이 아니라 이미지를 보고, 사람과 접촉하는 대신 이메일을 주고받는 일들 말이다. 서점으로 걸어가다 보면 그런 느낌도 털어 버리게 되고, 신간이 수북이 쌓인 테이블을 천천히 살피고 새 책을 손에 드는 그 의식은 그녀를 현실에 단단히 붙들어 놓았다. 이제 그녀의 것이 된 책 속에는 그만의 세계가 들어 있었다.
--- p.265

* 내가 책에서 발견한 가장 근사한 건 기념일 카드다. 조금 오글거리긴 했지만 아주 다정한 카드로 모자 속에 꼭 붙어 있는 토끼 두 마리 사진이 겉면에 있고, 안에는 “또 한 해, 함께 마법을 만들어요.”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카드를 보낸 사람은 크게 흘려 쓴 글씨로 감정이 풍부한 문장을 썼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이었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리고 “내 사랑. 당신의 산드라.”라고 서명을 남겼다. 타인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사진처럼 느껴졌다. 장난스럽고 애정이 넘치면서 사랑스러운 관계.
--- p.289

* 어쩌면 L은 루저(loser)의 첫 글자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외로운(lonely) 사람이거나. 아니면 시시한(lame) 사람이거나. 에이프릴은 바람맞은 것 때문에 우울해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그 싸움에서 점점 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이지 너무 이상했다. L은 편지에서 정말 열성적이었는데. 대체 어떤 사람이 그렇게 근사한 편지들을 청소년 소설에 숨겨서 보내 놓고 정작 중요한 만남엔 나타나지 않나? 모든 게, 이 이상한 편지 상대에게 장단을 맞춰 주는 게 그에겐 장난이었나.
--- p.364

* 와 줘서 정말 즐거웠어요! 그리고 맞아요. 나도 집에서 책만 읽고 싶은 기분이 뭔지 잘 알아요. 올리비아가 학교 가는 날이 내 휴무일일 때는 나도 그러고 싶으니까. 올리비아가 커서 책을 읽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비밀의 역사』를 읽기 시작했나요? 나는 몇 년마다 다시 읽어 봐요. 대개는 겨울에 읽지만 사실은 언제든 상관없죠.

--- p.433

출판사 리뷰

■ 책을 찾던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이야기

시애틀의 한 온라인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는 에이프릴은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읽고 얼마 안 지난 어느 밤 로맨틱 코미디 영화까지 연속 두 편을 보고 나서 문득 누군가에 편지를 쓰고 싶다는 충동에 빠진다. 그녀는 불도 켜지 않은 채 책상에 앉아 언제부턴가 자꾸 신경이 쓰이던 ‘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에이프릴이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가 그녀의 단골 서점 ‘리더룸’의 직원이라는 것뿐이다. 에이프릴은 다음 날 아침 마음이 흔들리기 전 ‘리더룸’으로 달려가 그 남자가 관리하는 중고책 더미에서 책 한 권을 집어 그 속에 편지를 끼워 두고 온다.

“안녕, 당신은 날 모르지만 난 서점에서 당신을 많이 봤어요. 제발 이렇게 불쑥 편지 보내는 걸 용서해 줘요. 하지만 당신은 내가 차차 알아 가고 싶은 사람 같아요. 당신이 아주 소중한 것인 양 책을 보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는 모습이 좋아요. 난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당신은 아마 이런 식으로 말을 거는 걸 반기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약간의 미스터리는 재미있어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 편지에 관심이 간다면 청소년 소설 코너 중간에 있는 『헝거 게임』에 편지를 남겨줘요. 거기에 당신이 좋아하는 책과 어디서 그 책을 읽고 싶은지 말해 줘요. 나도 나에 대해 더 들려 드릴게요. A.”

5년 전 남편을 잃고 일곱 살 딸아이 올리비아를 홀로 키우는 로라는 어느 날 퇴근길에 ‘리더룸’에 들러 북클럽 모임을 위한 『맥파이 살인 사건』을 사온다. 그날 저녁 로라는 이 책 속에서 뜻밖의 편지(에이프릴이 쓴 편지가 끼워진 책이 로라에게 흘러들어간 것!)를 발견한다. 『맥파이 살인 사건』을 중고책 더미에서 점원이 겨우 찾아오기까지 평소보다 긴 시간이 걸렸던 정황 등, 서점에서 그날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던 로라는 ‘리더룸’의 바로 그가 자신을 오랫동안 지켜보던 끝에 용기를 내어 건넨 마음이라고 짐작한다. 그리고 며칠간 망설인 끝에 난생처음 낯선 이의 편지에 답장을 보낸다.

“안녕하세요, A. 당신의 편지를 받고 정말 행복했어요. 익명의 손 편지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예요. 소셜 미디어보다 훨씬 근사해요. 편지를 읽어 보니 우리 둘 다 책 읽는 걸 사랑하는 것 같아요. 마음만큼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은 아마도 『위대한 개츠비』나 『남아 있는 나날』 같아요. 두 권은 수도 없이 읽고 또 읽었어요. 내가 책 읽기 좋아하는 시간은 밤늦게 침대에 앉아 등 하나만 켜놓고 있을 때예요. 그럴 때는 정적이 너무 짙어서 마치 담요처럼 나를 감싸는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이 많은 건 아니지만요. 사는 게 바빠서요. 하지만 당신은 어때요? 답장은 책장 한가운데에 있는 『헝거 게임』에서 확인할게요. 답장이 오길 정말 고대할게요. L.”

그렇게 에이프릴과 로라는 서로 다정한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하지만, 둘 다 그 상대는 ‘서점의 그 남자’라고 생각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에이프릴과 로라 두 사람에게 동시에 ‘편지 쓰는 남자’가 된 웨슬리는 정작 다른 곳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듀크 먼로라는 무명의 작가가 쓴 소설 『전율하는 통나무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중고책 더미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한 웨슬리는 표지의 작가 사진을 물끄러미 보다가 그의 모습이 기이하게도 마치 자신 같다고 느낀다. 소설을 읽어보니 남자 주인공 윌의 생김새, 말수가 적은 성격, 옷을 고르는 취향, 지나간 연애사까지 마치 자기 이야기 같았다. 이 작가의 묘한 매력에 마음이 끌린 웨슬리는 그의 흔적을 뒤지다가 작가의 웹사이트에서 이메일 주소를 발견하고 일종의 팬레터를 보낸다.

“안녕하세요, 먼로 작가님. 작가님은 절 모르겠지만 저는 시애틀에 있는 서점인 리더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작가님이 쓴 소설 『전율하는 통나무들』을 발견했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고 나니 혹시 다른 소설은 쓰지 않으셨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작가님의 웹사이트는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안 된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메일을 받으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재미있는 소설을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웨슬리는 듀크 먼로의 답장을 아주 빨리 받고 기뻐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시냇물이 마를 때까지, 듀크.”라는 서명을 남긴 그 메일 뒤에, 자신의 삶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줄 어떤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스토리북 엔딩』은 누군가를 향한 설렘과 지치고 메마른 마음을 서서히 적시는 우정, 그리고 책에 대한 사랑을 경쾌하게 그려내는 이야기다. 에이프릴이 충동적으로 쓴 편지 하나는 그녀의 무료한 일상에 신선한 긴장을 일으킨다. 갇혀 지내는 것과 다름없는 하루하루 아무것도 더 기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마음속에 사실은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갈구가 숨어 있었다. 에이프릴의 편지는 잠들어 있던 로라의 기억도 깨운다. 새로운 관계에 대한 설렘이 차오를수록 정작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은 5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 샘이 곁을 지켜주었던 날들, 애써 묻어두었던 추억들이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던 로라는 샘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인정하며 더 이상 회피 없는 애도와 치유의 시간을 비로소 받아들인다. 오해에서 비롯된 감정의 굴절이 마침내 가 닿는 곳은 결국 그들의 가장 내밀한 마음 한구석이었다. 작가의 시선은 에이프릴과 로라, 그리고 웨슬리의 들뜸보다는 망설임에, 겉으로 내뱉는 말보다는 말로 전해지지 않은 마음들에 집중하며 그들의 변화를 따라간다. ‘나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을 저마다 알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달콤한 반전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이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외면해 왔는지를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확장된다.

■ 책 속의 서점 이야기

시애틀의 작은 서점 '리더룸'은 『스토리북 엔딩』의 배경이자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새 책과 헌책을 함께 파는 이곳은 정감 어린 나무 바닥, 아늑한 안락의자를 갖춘 공간으로, 서가마다 가득 찬 책들로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저마다 다른 의미의 휴식처가 되어 준다. 웨슬리에게 ‘리더룸’은 십 대 시절 처음 발견한 순간부터 ‘계시’와도 같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던 수줍은 소년 웨슬리가 마음 놓고 숨을 수 있는 곳, 누구와도 굳이 대화를 나눌 필요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말하자면 혼자만의 클럽하우스였다. 장기간 재택근무로 점점 고립되어 가던 에이프릴에게는 ‘리더룸’이 다시 누군가에게 다가갈 용기를 낼 계기를 찾은 공간이다. 싱글맘 로라에게 ‘리더룸’은 백화점의 프로페셔널한 퍼스널 쇼퍼로서 세련되게 꾸민 이미지를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여읜 슬픔을 묵묵히 감당해 온 그녀에게 이곳은 딸 올리비아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장소이며 동시에 자신의 지친 마음을 조금씩 가다듬는 공간이기도 하다. ‘리더룸’은 또한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집합소이다. 어려운 재정을 누구에게도 한탄하지 않으며 서점을 꿋꿋하게 지켜가는 사장 줄리아, 까칠한 척 무심한 척 굴지만 누구보다 이곳을 사랑하는 레이븐, 판타지/SF 소설 작가를 꿈꾸는 알레한드라, 철부지 아이 같아 보이지만 원대한 포부를 안고 함께 행복한 세상을 그리는 앤드루. 이들의 내밀한 고백이 각각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챕터들은, “내가 책에서 발견한 것 중 최고는…”이라는 말로 시작되는데, 작가 맥도널드가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특별히 건네는 선물 같은 장들이다. ‘리더룸’은 저마다 다른 상처와 외로움을 지닌 인물들이 우연히 스치고, 그 스침의 반복 뒤에 서로를 알아보고, 마침내 타인을 받아들이며 함께 만드는 삶으로 스며드는 무대가 된다. ‘책이 있는 곳, 책 속에 있는 것’이 우리를 조금 더 행복한 사람으로 바꾸어 간다는 이야기를 완성하는 무대가.

“대체 불가능한 경험으로서 서점의 미래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실제로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들어가 그 분위기를 만끽하고, 인터넷에선 경험할 수 없는 책과의 우연한 만남이 일어나고, 책을 사랑하고 책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과 인간적인 접촉을 하고, 무엇보다 책의 냄새를 맡고,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고, 책의 모든 것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실질적인 세계로 독자들을 끊임없이 초대하는 것이 아닐까.”---옮긴이 박산호

■ 책 속의 책 이야기

『스토리북 엔딩』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운 작품들을 다시 보게 되는 이야기다.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에서 뽑은 문장으로 책의 첫 장이 열린다.(“매력적인 편지를 쓰는 재능은 특히 여성에게 잘 어울린다고 다들 인정한다.”) 에이프릴이 편지를 쓰기로 결심하는 계기는 헬레인 한프의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읽은 후였다.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 편지가 수십 년간 답장의 답장으로 지속되고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의 마음을 이어준다는 이야기가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다. 웨슬리는 트렁크 하나에 이삿짐을 다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미니멀한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책들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오즈의 마법사』, 얼마 전 읽게 된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어메이징 브루클린(Deacon King Kong)』. 로라는 처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을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을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으로 소개한다. SF 작가를 꿈꾸는 알레한드라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을 웨슬리에게 선물한다. 서점의 주인 줄리아가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가 여행 서적 코너에, 조지 엘리엇의 『사일러스 마너』가 회고록 코너에 꽂혀 있다며 직원들에게 주의를 주는 장면의 위트는 서점에 와서는 책 사진만 찍어대고 구매는 온라인 서점에서 하는 얄미운 고객들을 향한 소심한(!) 복수의 묘사로도 이어진다. 웨슬리가 결정적 고백을 발견하는 책은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그림자 없는 남자』 등, 『스토리북 엔딩』의 곳곳에 등장하는 책들은 각각의 인물들의 내면을 암시하는 섬세한 이미지이자, 이야기의 뼈대로도 기능하며 이 소설을 읽고 있는 동안 우리가 마치 어느 서점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생생함을 더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매혹적인 서점이자 ‘리더룸’의 도플갱어인 서드 플레이스 북스 라벤나, 그리고 세상의 모든 독립서점들에게 감사드린다. 내 소설 속 한 인물이 말하듯, 나 역시 그렇게 믿는다. 세상의 모든 서점은 마법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_ 모이라 맥도널드

추천평

『스토리북 엔딩』을 읽는 것은 오래 기다려온 선물을 받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평범한 삶의 페이지 속에 숨겨진, 말하지 못한 은밀한 갈망들에 바치는 러브레터다. - 제이미 포드
이 이야기는 결국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에 관한 것이다. - 커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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