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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선 밖의 사람들 _김예원
자격 없음 / 1층이 있는 삶 / 소년 법정, 문 앞에 서다 /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2. 존재의 자리, 밀어내지 않는 태도 _김완 믿기지 않아서 계속 둘러보게 되네요 / 걸레의 기분 / 존재의 춤 3. 패배의 가능성에서도 계속 달리는 사람들 _박산호 인생이라는 레이스 /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다는 것 / 어떤 무례함에 대하여 4. 그래도 된다고 말하는 마음 _이은주 오늘 하루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 그래도 돼, 늦어도 돼 / 마지막이면서 영원한 날들 돌봄은 언제 찾아왔을까 / 돌봄을 기꺼이 돌볼 수는 없을까 /카뮈의 『전락』에서 ‘어쨌든 살아있으면 된다’까지 5.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끝까지 붙드는 다짐 _허태준 침묵의 자리를 만드는 일 / 그 자리에 있는 사람 /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쌓아가는 일 / 존재할 권리, 빛나지 않아도 삶은 그 자리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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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은 특정한 누군가만을 향해 작동하지 않는다. 타인을 향한 혐오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 장면을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에도 깊은 생채기를 남긴다. 그것은 우리가 마시는 공기를 탁하게 만들고, 그 안에 머무는 모두를 천천히 지치게 한다.
--- p.18 스스로 소수성과 무관하다고 믿는 이조차, 특정 ‘상황’ 안에서는 얼마든지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자원을 충분히 가진 50대 남성이라도 술 취해 걷는 뒷모습 하나로 ‘개저씨’가 될 수 있고, ‘정상 가정’에서 육아 중인 엄마도 어떤 장소에서는 ‘맘충’이 될 수 있다. 혐오를 걷어내지 않은 사회에서는 누구든지, 순식간에 ‘구분되는 쪽’으로 밀릴 수 있는 것이다. --- p.19 “위험할 수 있다, 감당하기 어렵다, 불행해질 수 있다.” 그 말들은 대개 선의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선의가 어디까지 타인의 삶을 대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불행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어떤 선택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 남는 삶의 터전은 얼마나 좁아질까. --- p.43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는 상처받은 세월과 슬픔을 조용히 이겨내려는 순수하고 절박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 있다. 나와 당신, 우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섣부른 진단과 낙인, 괴물 판정이 아니라 존중이다. 내가 쓰레기 집에서 정말 버리고 싶은 것은 인간에 관한 편견, 미처 진실인지 아닌지 되물어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내 케케묵은 믿음이다. --- p.60 귀한 것은 걸레만이 아니다. 사는 일에 찌들어 때 묻고 너덜거리는 마음도 맑은 물에 한동안 담갔다가 땟국물을 쥐어짜면 제법 생생하게 돌아온다. 다정한 눈길을 받고 때론 따사로운 손길을 거쳐 온정의 햇살 아래 깨끗하게 말려 놓으면 사납고 흉포해진 인간도 그런대로 순순해지고 또 얼마간 견딜 만해지는 법이다. 보세요. 거기 있는 당신 얘기입니다. 뉘 집 자식, 뉘집 걸레라고 다르지 않아요. 정녕 귀한 것이 당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 걸레의 기분. --- p.61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나의 세계’는 한 치 앞을 짐작할 수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나를 지켜주는 마지막 방패가 되어줄 것이다. 그 안에 있으면, 비교 대신 집중하고, 질투 대신 평온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세계가 있기에 타인을 향한 질투나 시기나 분노에 쉽게 매몰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지금처럼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일 하나를 오래 붙들며 천천히 정성스럽게 가꿔보려고 한다. --- p.94 영화에서 자이쓰는 계속 이기기만 하는 지루함과 허무를 이기지 못해 전국 대회 도중 은퇴를 선언한다. 남은 선수들에게 해줄 말이 있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패배할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곳에 삶의 묘미가 있죠. 여러분이 달리는 10초 안에는 희망과 절망, 불안과 기대, 설렘과 실망이 다 들어있습니다. 그 10초를 최대한 즐기세요.” --- p.95 돌아보면 나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기보다 그저 살아야 했기 때문에 살아지는 시간을 살았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오히려 그 무게를 정면으로 지고 걸어왔다. 그리고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인생의 무게를 이겨낼 방법은 그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내게 주어진 짐을 지고 묵묵히 시간을 건너고 있다. --- p.113 "말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온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그냥 쉬고 있다'는 말 뒤에도 저마다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고, 묻지 않기로 한 마음을 장작 삼아 옅은 친밀감에 불을 지피면, 침묵은 다양한 표정과 빛깔로 일렁인다는 것을. --- p.171 같은 문제를 겪더라도 삶의 결은 저마다 다르다. 그 구체적인 이야기를 지운 채, 모든 걸 하나의 이미지로 단순화하려는 순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소비된다. 누군가의 고단한 귀향이 ‘낭만’이 되고, 서울에서의 막막한 생활이 ‘젊을 때니까 좋은 경험’으로 정리될수록, 해결되지 않은 현실은 점점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된다. --- p.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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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만 뾰족한 순간들』은 사회를 바꾸는 힘을 구조나 제도의 변화에서 찾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어떤 태도를 선택해 왔는지에 주목해 보고 싶었다. 이 책을 준비하며, ‘태도’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옆자리를 기꺼이 내어주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 주변을 대하는 마음과 책임을 피하지 않으려는 태도,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을 향해 적절한 거리를 열어 두는 마음, 그 작고 사적인 선택들이 모여 결국 사회의 결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은 어떤 태도를 선택해 왔는가, 그리고 이제 어떤 태도를 선택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