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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서문 · 6
3판에 부치는 글 · 11 제인 에어 · 13 |
Charlotte Bro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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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잠시 생각해본 후, 다소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건강을 잘 유지해서 죽지 않아야 해요.” ---p.63 “피할 수 없으면 견뎌야지 별수 있니. 참고 견디는 게 네 운명인데 그걸 못 참겠다고 말하는 건 나약하고 어리석어.” ---p.109 “적대감을 품거나 잘못을 곱씹으면서 살기에 인생은 너무 짧아.” ---p.114 여성들도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가혹한 제약과 절대적인 침체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그러니 여성들보다 특권을 많이 누리고 사는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집에서 푸딩이나 만들고 스타킹이나 짜라고, 피아노나 치고 가방에 수나 놓고 살라고 말한다면 참으로 편협한 짓이 아닐 수 없다. 여성들이 관습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을 해보려 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려 할 때 그런 그들을 비난하고 비웃는 것은 배려 없는 짓이다. ---p.216 “저는 주인님이 저보다 나이가 많고 세상 구경을 많이 하셨다고 해서 저한테 명령할 권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우월한지 아닌지는 본인의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활용해왔는지에 달려 있으니까요.” ---p.264 “그럼 가봐요. 아델은 소피한테 데리고 가라고 해요. 잘 자요, 나의……” 그는 말을 맺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나를 두고 돌아섰다. ---p.355 ‘난 혼자 살 수 있어. 자존심과 상황이 그렇게 하길 요구한다면 어쩔 수 없지. 행복해지기 위해 내 영혼을 팔고 싶진 않아.’ ---p.395 “제가 가난하고 미천하고 왜소하다고 해서 영혼이며 마음까지 없는 줄 아세요? 잘못 아셨어요! 저도 당신 못지않게 충만한 영혼과 마음을 지니고 있어요!” ---p.501 “저는 새가 아니에요. 어떠한 그물로도 저를 잡아둘 순 없어요. 저는 독립적인 의지를 지닌 자유로운 인간이에요.” ---p.502 “저는 천사가 아니에요. 죽는 날까지 천사가 될 일도 없고요. 저는 저 자신일 뿐이에요. 저한테서 천상계의 존재를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당신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하지 않듯이, 저한테도 그런 걸 바라지 마세요. 저는 그런 기대를 아예 안 해요.” “그럼 나한테 기대하는 게 뭡니까?” ---p.515 “내가 나를 아끼면 돼. 고독할수록, 친구가 없을수록, 지지받지 못할수록 나는 나를 더 존중할 거야.” ---p.634 언제나 내게는 체면보다 행복이 중요했다. ---p.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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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셔 황야에서 피워낸 영문학의 압도적 성취
1847년, 영문학사는 한 가문에서 세 명의 거장이 동시에 탄생하는 유례없는 사건을 맞이한다. 요크셔 황야의 외딴 사제관에서 함께 성장한 샬럿, 에밀리, 앤 브론테 자매가 각자의 독창적인 세계를 펼쳐낸 세 편의 걸작을 나란히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단순히 뛰어난 작가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을 넘어 당대 소설의 문법을 완전히 뒤흔든 문학적 사건에 가까웠다. 작가는 성별에 따른 편견을 피하고자 ‘커러 벨’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했으나, 그 안에 담긴 자아의 외침은 어떤 가명으로도 가둘 수 없을 만큼 뜨겁고 강렬했다. 이 전대미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은 작가 샬럿 브론테의 실제 경험에서 기인한다. 샬럿은 유년 시절 기숙학교에서 자매들을 차례로 잃는 비극을 겪었으며, 성인이 된 뒤 타지에서 느낀 짝사랑의 감정은 그에게 이룰 수 없는 갈망에 대한 고통과 지독한 고독을 남겼다. 여기에 사회적 지위가 낮은 가정교사로서 마주해야 했던 냉대까지 더해져 제인의 목소리는 픽션을 압도하는 생생함을 얻게 되었다. 보수적이었던 당시의 평단은 이 도발적인 소설에 반발하여 비난을 퍼부었으나, 독자들은 곧 인습에 휘둘리지 않는 자아의 탄생에 열광했다. 세상의 질타 속에서도 꿋꿋이 관철된 샬럿의 의지는 파격적인 여성 서사의 기틀을 마련한 영문학사의 거대한 이정표가 되었다. 장르적 재미와 불완전성이 빚어낸 시대를 초월한 생명력 『제인 에어』는 당대 유행하던 가정교사 소설의 골조 위에 한밤중 저택에서 울려 퍼지는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와 같은 고딕 호러의 문법을 정교하게 결합해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장르적 장치를 통해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압박과 성장의 고통은 한층 더 입체적으로 그려지며 팽팽한 서사적 긴장감이 조성되는데, 그러한 점에서 『제인 에어』는 당대에 유행했던 고딕 호러 소설의 정점에 서서 장르의 기준을 정립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한편 제인과 로체스터의 관계는 일방적인 숭배가 아닌 영혼과 영혼의 대등한 대면이자 교감으로 그려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주체적 서사 또한 훗날 수많은 재해석과 재창작을 낳는 거대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이 소설이 18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작품이 지닌 매혹적인 불완전성 때문이기도 하다. 후대에 이르러 인물 간 권력의 불균형이나 제국주의적 시각, 인종 차별적 요소에 대한 비판적 담론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러한 공백이야말로 오히려 『제인 에어』를 끊임없이 다시 읽히게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나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처럼 이 작품의 그림자를 추적하는 걸작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비판과 찬사를 동시에 흡수하며 시대를 초월해 끊임없이 변주되는 이 텍스트는 영문학사에서 가장 다채로운 얼굴을 지닌 고전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현대적 감각의 번역과 아름다운 표지가 어우러진 세련된 고전 텍스트가 지닌 날것의 힘을 동시대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윌북 클래식 에디션은 고전 번역의 낡은 관습을 과감히 걷어내는 데 주력했다. 부자연스러운 인칭 대명사의 사용을 줄이고 여성이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존대하는 것과 같은 불필요한 관습에서 탈피하는 한편, 제인 특유의 직설적이고 단호한 말맛을 살리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로체스터와 제인의 대화를 대등한 인격체 사이의 치열한 문답으로 재구성한 것은 원전이 지향했던 영혼의 평등이라는 주제를 현재의 언어로 선명하게 살려내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가독성을 높이는 작업을 넘어, 180년 전 작가가 세상에 던졌던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가장 생생하게 재현하려는 시도이다. 이렇게 현대적인 호흡으로 빚어진 텍스트는 감각적인 이미지와 결합하여 비로소 ‘세련된 고전’의 면모를 완성한다. 피사체의 빛과 결을 세심하게 포착해내는 사진가 이옥토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표지는 제인이 마주했던 고독과 꺾이지 않는 성장의 의지를 오롯이 담아내면서도 고전문학이 으레 지니는 무게감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덜어내어 소장의 의미를 한층 확장한다. 또한 고전을 바라보는 신선한 관점을 제시하는 듀나 작가의 통찰력 있는 추천의 글과 브론테 자매의 일생을 간결하게 정리한 허진 번역가의 해설은 19세기 요크셔의 황야를 오늘날의 독자와 가깝게 연결하며 더욱 몰입감 있는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자립과 존엄의 가치를 다시 묻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고전 오늘날 고전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박제된 유물을 구경하는 일이 아니라, 세월의 무게를 견뎌낸 단단한 목소리를 경유해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주체적인 행위다. 2026년 마고 로비 주연의 영화 〈폭풍의 언덕〉 개봉 소식과 함께 브론테 자매의 서사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지금, 『제인 에어』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제인이 세상의 편견에 맞서 던졌던 자립의 선언은 독립적인 삶과 존엄을 꿈꾸는 현대인의 고민과 여전히 깊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제인의 투쟁은 단순히 안식처를 찾아가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의 자아를 확립하기 위해 과감히 떠난 고귀한 여정의 기록이다. 이번에 윌북 클래식 에디션으로 출간된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은 샬럿뿐만 아니라 에밀리와 앤 브론테의 목소리까지 한데 엮음으로써 세 자매가 어떻게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의 억압을 뚫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는지 온전히 목격하게 한다. 한 해에 세 자매가 나란히 자신들의 대표작을 발표했다는 문학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이번 에디션은 각 작품의 개성이 돋보이면서도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연결되는 시각적·내용적 통일성을 갖추도록 기획되었다. 고전의 무게감에 주저했던 독자들에게는 세련된 입문서가, 애독자들에게는 원전의 날카로운 감각을 재확인하는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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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제인과 성인이 된 제인 중 누가 더 좋냐고 인기투표를 한다면 많이들 어린 제인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싶다.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건강을 잘 유지해서 죽지 않아야 해요.”라고 대답하는 아이를 어떻게 싫어할 수 있을까? 어린 제인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성인이 된 제인 에어도 만만치 않게 매력적인 인물이다. 여기서 샬럿 브론테는 대다수의 작가에게는 없는 놀라운 실력을 과시한다. 오글거림 없이 일인칭 화자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직하고 단순한 테크닉이 활용되는데, 그건 제인이 자신이 처한 현실과 자신이 지닌 능력에 어떠한 환상도 품고 있지 않다는 데서 기인한다. 그렇게 독자는 어느새 제인의 매력에 빠져든다. - 듀나 (SF 작가, 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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