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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김희재
다산책방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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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폭력의 뒤에서 서로를 놓지 않은 생존자들
폭력의 기억에 갇혀 살아온 네 여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뤄낸 생존의 서사를 그린 연작소설. 4편의 이야기는 각각 폭력과 기억, 침묵과 망각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풀어냈다. 2023년 『탱크』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김희재의 신작.
2026.05.26.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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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돌들을 주우러
그곳에 두고 온 사람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람

해설 │ 어두운 방 앞에서 (백지은 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23년 『탱크』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탱크』, 단편소설 『화성과 창의의 시도』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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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30*200*20mm
ISBN13
9791130676784

책 속으로

그들이 떠나고 저는 혈혈단신이 되었습니다. 혼자 사는 게 걱정되진 않았습니다. 혼자 살아도 크게 문제를 느끼지 않을 나이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남들이 보기에는 아니었나 봅니다. 동네 사람들은 우리 집을 염탐하며 저의 생사를 확인했습니다. 제가 외출하면 뭐라도 주지 못해 안달이었죠. 참 고마운 일이었지만, 그럴수록 멀쩡하던 마음이 자꾸 헛헛해지더군요. 그래서 점점 사람들을 피하고 혼자 집에 틀어박히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고립되는 건 상황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다른 사람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답니다.
--- p.10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중에서

여자는 그 일을 하면서 우리를 둘러싼 소리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됐다고 했다(세상에 빛만큼 중요한 게 소리랍니다). 그 깨달음이 여자의 삶과 인생을 풍요롭게 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전문 요양병원에 막 들어온 여자는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그건 바로 소리보다 침묵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 pp. 20-21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중에서

여자는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도 항상 자신의 선택들을 옹호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가끔은 옹호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비난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여자의 이야기는 여자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자가 평생에 걸쳐 증오했던 누군가에 관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내가 그녀의 상담사 역할을 그만두지 못한 것도 바로 그 점 때문이었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토록 공들여 설명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흥미와 연민을 동시에 가지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 p.24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중에서

악몽의 소리는 고막에 깊게 새겨졌고, 사는 내내 귓속에서 울렸습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놀라운 일도 그 소리를 헹궈내는 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선생님 같은 심리상담사들은 이런 것을 트라우마라고 부르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았어요. 그 단어는 너무나 많은 고통을, 그 고통이 삶에 남기는 흔적을 대충 뭉뚱그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예 침묵하는 편을 택했어요. 누구도 제가 겪은 일을 감히 트라우마라고 말하지 못하도록. 누구도 그것을 뭉뚱그리지 못하도록.
--- pp.28-29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중에서

기억이 연대순으로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망각도 띄엄띄엄 진행되었다. 이제 여자는 아주 최소한의 이름만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하루는 나를 그 이름 중 하나로 불렀다.
“이소야.”
--- p.53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중에서

어쩌면 내가 기억이라고 믿는 것은 엄마의 일기를 읽으며 퍼즐처럼 짜 맞춘 이야기의 한 조각이 아닐까. 그렇게 따지면, 이 일기도 결국 준의 말처럼 하나의 이야기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내가 그토록 작품에 녹여내려고 애썼던 과거 역시, 너무 개인적이어서 팔리지 않을까 봐 걱정했던 주제들 역시, 영화가 끝나고 나면 잊히거나 희미한 여운으로만 남는 잔상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 pp.69-70 「돌들을 주우러」 중에서

어젯밤, 이소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주인공인 코뿔소가 친구와 이별하는 내용이 나오자 이소가 갑자기 말했다. 슬퍼하지 마. 슬픔이 되지 마. 나는 놀라서 동화책을 다시 훑었다. 어디에도 ‘슬픔’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나는 이소에게 슬픔이 뭔지 아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소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가만히 내 목을 끌어안았다. 마치 나 때문에 슬픔을 알았다는 듯. 내가 슬픔이라는 듯. 나는 언제 슬픔이 되었나. 그 많은 감정 중에 왜 하필 슬픔인가.
--- p.84 「돌들을 주우러」 중에서

그렇게 말하고 나자마자 난데없이 고막에 숨소리가 맴돌았다. 그것은 평범한 숨소리가 아니라 헐떡이는 소리, 혹은 씩씩거리는 소리같이 몰아쉬는 호흡 소리였다. 가만히 들어보니, 달리기할 때 나던 소리 같기도 했다. 아니면 두들겨 맞을 때 정수리 위에서 떨어지던 그자의 소리거나. 온몸의 피가 식는 기분이었다. 내게 멀리 나아갈 힘을 주었던 소리와 나를 비참의 구렁텅이에 빠트렸던 소리가 어떻게 같은 리듬으로 뒤엉킬 수 있을까. 어떻게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을까.
--- pp.199-200 「그곳에 두고 온 사람은」 중에서

언니, 저는 인생이 천천히 혹은 서서히 바뀐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변화란 늘 다른 방향의 급류를 타듯 한순간에 일어나는 법이니까요. 제 삶의 변곡점도 항상 그런 식이었습니다. 기차에서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게 된 것도, 덜컥 이소를 갖게 된 것도, 그 사람이 피투성이가 된 제 발밑에서 용서를 빌었을 때 저를 무자비하게 때린 그의 손보다 맞는 동안 느꼈던 수치심을 먼저 용서해버린 것도 전부 한순간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언니의 표정을 보자마자 그 순간이 다시 제 인생에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이 끝나고, 다른 결의 기억이 쌓이게 될 시기가 드디어 찾아왔다는 것을요.
--- pp.244-245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방법」 중에서

삶이란 제가 느낀 것보다 훨씬 짧고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저를 그토록 괴롭게 한 기억마저 없었더라면 무척 허무할 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러니 언니도 지나온 시간을 굳이 잊으려 말고 사시기를 바랍니다. 훗날 먼 곳에서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언니가 제게 가만가만 들려줄 이야기를 하나도 잃지 말고 사시길 바랍니다. 그러다가 너무 힘이 들면, 어딘가 먼 곳에 언니보다 더 큰 고통을 짊어지고 살았던 한 여자를 떠올려주시길 바랍니다. 그 여자가 한때 언니와 같은 성에 살았다는 것을, 그 성이 감옥이 될 때까지 버티다 겨우 떠났다는 것을, 그러나 떠나고 나서도 이내 다른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렸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세상이 온통 그런 성과 감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살아주시기를 바랍니다.

--- p.265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방법」 중에서

출판사 리뷰

폭력의 트라우마 속에 살던 네 여자가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구원의 문을 여는 이야기


이 소설은 폭력과 기억, 침묵과 망각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네 개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연작소설이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과거를 기억하고, 그 기억이 현재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성城’이라는 은유를 통해 기억의 구조를 형상화했는데, 이곳은 보호를 받는 안전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결코 빠져나오기 힘든 감옥이기도 하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이 ‘성’에 머물러 있다. 벗어났다고 믿지만 떠나지 못했고,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끝내 잊히지 않는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 자칫 과거에 무너지고 상처에 매몰된 여자들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소설은 그로부터 자신들을 구해낸, 일종의 생존을 다루는 작품이다.

짙어지는 망각 속에서도
결코 잊지 못한 이름을 품은 여자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의 ‘신영’은 “가장 오래 기억하는 사람이자 끝내 그 기억을 온전히 보존할 수 없게 된 사람”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과 통제 속에 자란 그는,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를 잃고 유일한 형제인 쌍둥이 오빠와 같은 상처 속에서 살아남는다. 매일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벗어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무력해진 열아홉의 그들은 아버지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폭력으로부터 해방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과는 다르게 과거를 깨끗이 잊은 채 새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던 쌍둥이로부터 믿기지 않는 현실을 맞닥뜨린 후 한시도 잊은 적 없던 과거의 상처 더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자신의 어린 시절과 겹쳐 보이는 조카 ‘이소’가 있다는 것. 시간이 흘러 요양병원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이소만은 잊지 않고 있는 신영은 자신의 심리상담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소야, 네 엄마가 우리를 그 감옥 같은 성에서 꺼내줄 거야. 우리는 안전해질 거야.”

희미한 기억을 붓 삼아
존재의 윤곽을 그리는 여자


‘이소’의 직업은 화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로 작업을 한다. 작업의 방식은 흐릿한 기억의 이미지를 관찰해 알루미늄판으로 형상화하는 것. 즉, “이소의 생존은 재구성과 예술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그런 이소의 작품을 보고 “우리가 비슷한 시간을 통과했을 수도 있겠다”며 다가온 ‘준’은 시나리오 작가로, 염세적인 이소에게 행복과 영감을 가져다줬다, 얼마간은. 언제부턴가 엄마의 일기장 속 문장을 무작위로 뽑아 작업의 재료로 삼기 시작한 이소는, “기억이라기보다 각인이라고 해야 좋을 어떤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것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한다. 생전에 함께한 엄마와의 추억 속엔 행복했던 세 가족이 있고, 화재로 잃은 아버지가 있고, 엄마의 재혼으로 생겨난 새아버지가 있고, 암에 걸려 자신을 혼자 남겨두고 떠난 엄마가 있고, 유일한 혈육인 자신을 부담스러워한 고모가 있고, “나를 건드리지 않았지만 나를 향한 욕망을 숨기지도 않”았던 새아버지에 대한 공포도 있다. 자신의 과거를 여러 방법으로 더듬으며 자신의 “존재의 윤곽을 그리는 일”을 해가는 이소에게 어느 날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을 떠난 준의 연락이길 바랐던 이소는 예상치 못한 이의 소식을 마주하며 진실을 깨닫고, 스스로 친 결계로부터 한 발짝 나아간다.

푸르고 붉은 멍을 감추기 위해
오랜 시간 어둠에 잠겨 산 여자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근무하는 ‘성희’는 자신이 돌보는 환자 ‘신영’이 심리상담사라고 착각하는 이다. 상담이란 명목으로 성희에게만 털어놓는 신영의 기억 속 과거는 안타깝고 애처롭고 흥미로우면서도 혼란스럽다. 기억을 잃어가는 이의 고백 속에는 가끔 성희가 꺼내놓았던 과거의 상처까지 섞여들어 있다. 왜소증인 홀아버지 아래에서 일찍이 철이 든 채 자란 성희는, 바라던 대로 타지로 거처를 옮기지만 친절과 예의를 관심으로 착각한 상사로 인해 폭력적인 회사 생활을 겪고 만신창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품에서 회복한 몇 년 후 결혼을 하고 행복을 꿈꾸지만, 남편의 폭력으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다 다시 집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그날, 성희를 향하던 주먹이 기어코 아버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남기고 성희의 가슴속엔 평생의 죄책이 아로새겨진다. 그 죄책감을 동반자 삼기로 한 성희는 이후 돌보는 삶을 선택했고, 유난히 마음이 가는 신영의 슬픔을 돌보고 있다. 그래서 신영이 잊지 못하는 이름, 이소를 찾기 위해 제 일처럼 노력한다.

지옥 같은 감옥을 부수고 떠났으면서도
그날의 기억을 목줄처럼 매고 다닌 여자


죽음 직전에야 자신을 짓눌러온 기억을 털어놓는 이도 있다. 이소의 엄마이자 한때 신영의 새언니였던 ‘주연’. 실로 엄청난 비밀을 간직한 채 오래도록 침묵했던 그는 신영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쓴다. 자신과 닮은 결핍에 안식을 느껴 결혼한 남자와 목숨보다 소중한 딸이 인생의 전부였던 그는 자신에게 드리운 불행을 조금의 틈도 없이 껴안으며 불구덩이 속에 자신을 내던지는 삶을 택했다. 오랜 시간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오다 스스로도 제어 불가해진 남편의 폭력성을 매일 온몸으로 받아오던 어느 날,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고 모르길 바랐던 어린 딸이 자신의 슬픔에 전염되어가는 것을 깨달은 주연은 어떤 결단을 내린다. 그것은 무력하고 미련하던 이제까지와는 다른, 아니 정반대 선상에 위치한, 분명 지금까지 겪은 폭력과 비견될 수 없이 폭력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때 같은 성에 살았던 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살아남고자 감옥을, 성인 줄 알았던 그곳을 무너뜨렸지만 스스로 더 견고한 감옥으로 걸어 들어간 그의 해방은 어쩌면 생존의 반대편에 있으리란 기묘한 희망이 소설을 맺는다.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
고통스러운 기억의 성에 갇힌다


이 작품의 해설을 쓴 백지은 문학평론가는 “폭행, 방치, 모욕, 화재, 죽음 등의 사건이” 존재하지만 이 소설은 “너무 담담한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격렬하기 쉬운 소재를 김희재는 결코 “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사건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 폭력을 기억으로 바꾸어, 영원히 그것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도록 끝내 과거로부터 도망가지 못하는 그녀들의 삶을 조용히 따라갈 뿐이다.” 김희재는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 것만 같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그곳’을 거치지 않느냐고, 때론 갇히고 스스로 가두고 도망쳐 나왔다가 부수어버리기도 하는 ‘성’이면서 ‘감옥’이기도 한 그곳이 다들 있(었거나 있거나 앞으로 있을 수 있)지 않느냐고. 이 소설은 그곳에 있는 우리에게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보내는 이야기다. 용기는, 구원의 힘은 그런 담담함으로부터 비롯된다.

추천평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떤 소녀를 상상했다. 주먹을 꽉 쥐고 홀로 서 있는 작은 소녀. 『탱크』에서 외롭고 절박한 이들의 마음을 탁월하게 묘사했던 김희재는 이번 작품에서도 악몽, 폭력, 슬픈 기억에서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어냈다. 이들은 오직 단 한 사람을 원한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세상에서 온전히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원한다. 때문에 김희재의 이야기는 인물들이 믿음의 상대를 찾아나가는 힘겨운 투쟁이다. 동시에 믿을 만한 사람이 되어가는, 따뜻하고 진실된 모험이기도 하다. 외로움. 그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가장 큰 약점이지만,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은 선택한다. 손을 내밀고, 숨겨두었던 기억을 꺼내놓는다. 우리가 모두 같은 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상상한 소녀는 바로 그곳에 있었다. 모두가 스쳐 지나간 모든 시간, 모든 곳에.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에. 꿈. 속삭임. 회상. 그리고 기다림.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 강화길 (소설가)
김희재의 첫 소설을 읽은 후 나는 누구를 만나든 김희재의 소설을 읽어보았느냐고 묻고 다녔다. 인생의 시시한 비밀을 간파하고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삶에 대한 갈망을 놓지 않는 소설의 온도는 특별했다. 이번 소설에서 김희재는 그 온도를 품은 채 기억의 뒷면을 더듬는다. 삶은 무엇을 기억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끝내 잊지 못하느냐로 이루어져 있다는 듯이.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는 폭력과 침묵, 망각과 기억 사이에서 간신히 버텨온 네 여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남긴 이소異素 형식의 기록이다. 우리는 크든 작든 인생의 어느 시기에 고통스러운 기억의 ‘성’에 갇힌다. 그 안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만큼 인생이 된다”는 깨달음에 이르고, 기어이 기억의 파편을 그러모아 진실에 가닿으려 한다. 그것이 예정된 실패로 나아가는 일일지라도.

어떤 소설은 다 읽은 뒤에 다시 시작된다. 이 소설이 그렇다. 왜 어떤 기억은 끝내 잊히지 않는가. 그 질문을 품은 채 나는 결국 네 여자의 자리에 서고 만다. - 편혜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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