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소년이로』, 그리고 『어쩌면 스무 번』 등이 있고,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The Hole』, 『죽은 자로 하여금』 등이 있다. 앤솔러지 『놀이터는 24시』에 「우리가 가는 곳」을 수록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젊은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셜리 잭슨상, 김유정문학상, 제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상은 목을 가눌 수 없는 갓난아기와도 같았다. 평온히 엎드려 자는 듯 보이지만 언제나 돌연사의 위험을 안고 있는 갓난아기였다. 제멋대로 두었다가는 목이 꺾이거나 침대에서 굴러 부상을 입거나 얼굴을 침구에 박고 숨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니 계속 돌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재와 빨강
독특한 변주와 리듬을 가진 작품이다. 아동 착취와 노동 문제로 시작한 이야기는 환경과 기후의 문제로 나아가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모두가 인간의 일이라는 걸 일깨우듯 삶의 빛나는 세목으로 채워진다. 상실한 것들을 통해 역설적으로 곁에 남은 것을 돌아보게 하는 이 작품은 그로테스크한 동시에 천진하고 우화적인 동시에 현실적이다.
한 작가의 소설을 오롯이 좋아하는 마음으로만 읽을 수 있을까. 김지연의 「좋아하는 마음 없이」를 읽으면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처음 ‘안지’가 어떻게든 전형적인 세계에 편입하기 위해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수학 선생을 싫어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부터 이 소설이 몹시 좋아졌다. ‘안지’는 (......) 말하자면 전형의 세계, 표준의 세계, 규범의 세계를 벗어나 남들에게는 해괴하고 기이해 보여도 자신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세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 말하게 된 세계로 건너간 사람이다. 좋아하는 마음 없이도 가족으로 지낼 수 있지만 자기 자신으로는 지내기 힘든 법이다. 이런 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기란 힘이 든 노릇이다.
내게 오백만 원은 없지만 어쩌면 백만 원일지 모르는 동전 네 개와 언제나 십구만 팔천 원이 든 지갑이 있다는 걸 잊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엄마가 뜨다 만 스웨터도 있고 엄마의 노래가 담겼을지모를 테이프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엄마가 내게 슬픔만 남겨두고 간 것은 아니었다.<음악소설집> / 편혜영 소설 '초록 스웨터' 중 (196쪽)음악을 주제로한 다섯 명의 작가의 다섯 소설을 모두 읽고 복기 하듯 그들의 인터뷰 글을 읽었습니다. 또다시 힘들 때 떠올려 볼 것만 같습니다. 모두 사라진 것 같아도 내게 남은 것이 조금은 있어 다행이라고 혼잣말을 하면서.#음악소설집 #편혜영 #소설 #음악앤솔러지 #프란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