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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epigraph

임경섭 · 보이지 않아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 … 004

part1

i+i
이현석 · 나의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 020

creative nonfiction
김현아 · 연희가 오기까지 … 044
서은혜 · 닫아둔 그곳, 열두 시간 이야기 … 080
최윤경 · 대구에서 문화예술활동 ‘하기’ … 102

part2

virtual essay
if I
김나리 · 치아를 부수는 사랑―매일 하루에 10분, 강아지와 대화할 수 있다면 … 122

1+1 review
강건모 · 망상하는 영혼들의 산보 … 132
강대건 · 오늘을 사는 이를 위한 과학 공식 … 140
이수은 · 선을 넘은 스타일리스트들 … 146

part3

fiction
김경욱 · 한 사람만 데려갈 수 있다면 … 156
김남숙 · 파주 … 186
김연수 · 너무나 많은 여름이 … 220
윤치규 · 스스로 고난에 처하사 … 254
임선우 · 사려 깊은 밤, 푸른 돌 … 280
최민우 · 힘내는 맛 … 316

graphic novel
의외의사실 · 안개 … 342

저자 소개15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도》, 장편소설 《덕다이브》가 있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이현석의 다른 상품

김현아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1993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다. 시민단체 ‘나와우리’를 설립해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문제를 풀기 위한 활동을 했고 청계피복 노동조합의 문화학교 일을 하기도 했다. 어린이 글쓰기교실, 입시논술, ‘고정희청소년문학상’ 등 글쓰기와 관련한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동안 학교 안과 밖의 청소년들이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할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이후 공교육과 대안교육, 로드스쿨러, 홈스쿨러 등 다양한 영역에 속해 있는 이들과 다양한 문화작업을 기획 진행해왔다. 하자센터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한 ‘창의적글쓰기’ 프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1993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다. 시민단체 ‘나와우리’를 설립해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문제를 풀기 위한 활동을 했고 청계피복 노동조합의 문화학교 일을 하기도 했다. 어린이 글쓰기교실, 입시논술, ‘고정희청소년문학상’ 등 글쓰기와 관련한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동안 학교 안과 밖의 청소년들이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할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이후 공교육과 대안교육, 로드스쿨러, 홈스쿨러 등 다양한 영역에 속해 있는 이들과 다양한 문화작업을 기획 진행해왔다. 하자센터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한 ‘창의적글쓰기’ 프로젝트가 이후 ‘어딘글방’으로 이어졌다.
어딘글방은 양다솔, 이길보라, 이다울, 이슬아, 하미나 등 출판계에 신선하고 활활발발한 바람을 불어넣은 90년대생 여성 작가들이 몸담았던 글쓰기 수련의 장이자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서로가 서로를 참조하고 배우는 곳이었다. 어딘은 그 한중심에서 ‘글방러’들과 글쓰기뿐 아니라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을 의논하고 나누었다.
현재 여행학교 ‘로드스꼴라’ 대표 교사이며, 여성의 눈으로 전쟁을 말하는 『그녀에게 전쟁』을 비롯해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박영숙을 만나다』 등의 책을 썼다.

어딘의 다른 상품

아동그룹홈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는 일과 쓰는 일을 엮어서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에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내러티브 매거진 《에픽 #10》에 글을 실었고 《전지적 언니 시점》에 공저자로 참여했습니다. 또 나를 이렇게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절단 장애로 한쪽 다리가 없는 아버지에게서 손으로 일하며 자부심을 느끼는 법을,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어머니에게서 통제할 수 없는 근육으로 품위 있게 웃는 법을 배웠습니다. 다양하고 고유한 삶을 살아내고 갱신하는 고통이 주는 기쁨을 유산으로 받았습니다. 내가 받은 유산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세계까지도 확장할 수 있기
아동그룹홈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는 일과 쓰는 일을 엮어서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에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내러티브 매거진 《에픽 #10》에 글을 실었고 《전지적 언니 시점》에 공저자로 참여했습니다. 또 나를 이렇게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절단 장애로 한쪽 다리가 없는 아버지에게서 손으로 일하며 자부심을 느끼는 법을,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어머니에게서 통제할 수 없는 근육으로 품위 있게 웃는 법을 배웠습니다. 다양하고 고유한 삶을 살아내고 갱신하는 고통이 주는 기쁨을 유산으로 받았습니다. 내가 받은 유산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세계까지도 확장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쓰고 싸우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은혜의 다른 상품

책방이층 운영자. 상상력이 우리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대구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anothers, WiD 등 문화기획자팀에서 활동 중이다

최윤경의 다른 상품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해방촌의 동네 책방과 작은 식당에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 글을 쓴다. 시간을 벌고 싶어 돈은 적게 번다. 사소한 이야기들과 연결된 사려 깊은 생각들을 찾고자 한다. 목소리가 들리는 글쓰기 작업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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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츠티어

에세이스트, 문학편집자, 사진가, 뮤지션, 영상제작자. 지은 책으로 사진에세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이 있고, 일상에 감춰진 의미 있는 순간, 이야기가 피어나는 삶의 결정적 순간을 다양한 예술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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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쾰른 대학교에서 중세사를 공부했다. 22년간 문학 편집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느낌과 알아차림』, 『평균의 마음』,『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가 있고 『이탈리아 기행』편집자 주석판을 출간했다.

이수은의 다른 상품

소설 외부로부터 혹은 이전 텍스트로부터 소재를 끌어와 재가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학습과 응용이 빠른 영민한 작가 소설가 김경욱. 1971년 광주에서 6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아웃사이더」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2004년 단편소설 「장국영이 죽었다고?」로 제37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7년 단편 「99%」로 제53회 현대문학상을, 2009년 『위험한 독서』로 제40회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동화처럼』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한국판
소설 외부로부터 혹은 이전 텍스트로부터 소재를 끌어와 재가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학습과 응용이 빠른 영민한 작가 소설가 김경욱. 1971년 광주에서 6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아웃사이더」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2004년 단편소설 「장국영이 죽었다고?」로 제37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7년 단편 「99%」로 제53회 현대문학상을, 2009년 『위험한 독서』로 제40회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동화처럼』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한국판 「첨밀밀」이라고도 볼 수 있는 연애담”인 『동화처럼』에 대해 평범한 남녀가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하는 우여곡절을 통해 어른들을 위한 “현대판 동화로 아름답게 완성”되었다고 평한다. 동화로 시작해 연애소설을 거쳐 성장소설로 깔끔하게 마무리된 연애성장소설 『동화처럼』은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는 우리 시대의 소설가 김경욱이 들려주는 한 편의 동화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 냄새로 가득한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다.

또한 「위험한 독서」는 소설의 독법을 소설쓰기의 소재로 삼고 있는 단편이다. 현대사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개인과 개인의 소통의 단절을 독서법의 차이에서 찾아내고 있는 이 작품은 사물의 존재와 그 의미가 얼마나 주관적인 것에 의해 재단되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위험한 독서』는 김경욱이 가진 장점이 잘 드러난 소설집이다.

그 밖에는 소설집 『바그다드 카페에는 커피가 없다』, 『베티를 만나러 가다』,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장국영이 죽었다고?』,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소년은 늙지 않는다』,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과 장편소설 『아크로폴리스』, 『모리슨 호텔』, 『황금 사과』, 『천년의 왕국』, 『동화처럼』, 『야구란 무엇인가』, 『개와 늑대의 시간』, 그리고 『나라가 당신 것이니』, 중편소설 『거울 보는 남자』 등이 있다. 현재 한국종합예술학교 서사창작과 교수로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경욱의 다른 상품

1993년 출생. 2015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이젠』, 산문집 『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을 썼다. 2024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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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衍洙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 『사랑이라니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원더보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소설집 『스무 살』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우리가 보낸 순간』 『지지 않는다는 말』 『소설가의 일』 『시절일기』 『대책 없이 해피엔딩』(공저)이 있다.

김연수의 다른 상품

2021년 [서울신문] 및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 후 현대문학, 악스트, 문장 웹진 등 문예지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쓴다. 재능보다 열정으로 쓰는 편. 사회화된 INTP.

윤치규의 다른 상품

201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3년 「낙타와 고래」로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와 『초록은 어디에나』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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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旻宇

1975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서사창작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2012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에 단편 「[반ː]」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제2회 EBS 라디오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소설가이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2019년 이해조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뉴스의 시대』, 『오베라는 남자』,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머리검은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 장편소설 『점선의 영역』, 『발목 깊이의 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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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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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만화를 그리고 있다. 과묵한 개 마루와 함께 책으로 마음속을 거닐고 산책으로 거리를 거니는 일상. 읽는 이의 마음을 일깨우는 ‘의외의’ 감성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레진코믹스에서 『마루의 사실』을 연재했고, 민음사 블로그에서 「의외의사실의 세계문학 읽기」를 연재, 문학 팬들을 사로잡은 입소문의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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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70*240*30mm
ISBN13
9772733807003

책 속으로

이야기를 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짓는 사람으로서 나는 목소리를 대리하는 방식 대신, 또 다른 목소리가 되어 덧대는 방식을 생각한다. 모사나 패권적 쟁취가 아닌 나와 남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 일. 강박적으로 구성된 상상의 천국에서 안온하기보다는 내가 아닌 무엇이 되어봄으로서 현실의 한계를 머리로라도 느껴보는 일. 이 과정에서 ‘타인의 이야기를 얼마나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얼마나 타인이 되어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예의와 비겁을 넘어, ‘쓰기’에서 ‘되기’로.
---「이현석, 나의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중에서

친구 경애가 사진혼인 이야기를 꺼낸 건 여름방학을 앞두고였다. 아버지가 받아 보는 신문에서 평양과 서울의 여자들이 사진혼인을 통해 미국으로 간다는 기사를 읽었다고 했다. 10대 중후반이면 혼인을 하던 시절이었다. 경애도 연희도 열여덟, 중매쟁이들이 가끔 집을 드나들곤 했다. 경애는 새로운 정보도 전해주었다. 마산 사는 박금우라는 이가 하와이로 사진혼인 가서 부모를 많이 도왔다는 거였다. 그이도 마산에서 일찍이 신식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체격도 씩씩해서 여자로서 한자리하는 해방 여자였다는 이야기는 모두의 눈을 반짝이게 했다.
---「김현아, 연희가 오기까지」 중에서

보육사라는 직업을 참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내가 나는 가장 좋다. 어떤 사람과 함께 관계를 맺고 서 있느냐에 따라서 다른 표정과 다른 말투를 쓰게 되는데, 그룹홈에서 아이들과 있을 때 내 모습을 꽤 편안하게 느끼고 좋아한다. 아이들 앞에서는 거짓 웃음을 짓지 않아도 된다. 꾸미지 않아도 아이들이 다 받아준다. 그럴 때마다 나는 표현하기 힘든 고마움을 느끼곤 한다. 심지어 아이들이 나를 꽤 괜찮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줄 때마다 묘한 감정이 생기는데, 날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 같기도 하다.
---「서은혜, 닫아둔 그곳, 열두 시간 이야기」 중에서

이곳에서 기꺼이 문화예술활동 ‘하기’를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디영화를 트는 작은 상영회, 공연장에서 신인 뮤지션을 발견하게 되는 기쁨, 책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시간들. 우리 삶에 조금이라도 다양성을 부여하는 즐거움이 이를 지속하게 한다. 그것을 함께하려는 동료가 있어 계속해 나갈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늘 아쉬운 지점은 그것이다. 어째서 지방의 서사는 서울 보편 서사에 대항하는 방식으로만 읽히고 쓰여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가 원하는 건 각자의 자리에서 그저 삶이 조금 더 다채롭고 즐겁기를 바라는 것뿐인데.
---「최윤경, 대구에서 문화예술활동 ‘하기’」 중에서

두 남자가 쓰러져 있던 자리에는 슬리퍼만 뒹굴었다. 밑창이 닳고 닳은 삼선 슬리퍼. 그제야 필호는 자신이 맨발인 것을 알아차렸다. 필호는 주인을 잃은 슬리퍼에 발을 집어넣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끌고 다닌 슬리퍼가 발에 꿰어지지 않았다. 슬리퍼는 필호의 발을 맥없이 통과시켰다. 발바닥에 아무 감촉도 없었다. 분명 땅을 딛고 있는데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았다.
필호는 소스라치며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 어디선가 끄윽끄윽 소리가 들렸다. 신음 소리인지 울음을 삼키는 소리인지 모를 기척이 시작되는 곳에서 사람 형상의 검은 실루엣이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김경욱, 한 사람만 데려갈 수 있다면」 중에서

이런 얘기 진짜 웃기지만요.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해 본 적 있어요?
현철이 말했다. 엉성하게 담배를 피우며, 엉성한 말투였다.
전 없어요. 매번 고비의 고비의 고비. 이거 넘으면 또 이런 게 기다리고 있고. 근데 조금은 나아질 수 있어요. 남들이 보기에 그 방법이 비열해 보이고 엿 같아 보여고 역겨워 보여도. 어쩌겠어요. 그렇게라도 보상받고 싶은 걸……. 그게 진짜 존나게 받고 싶은 걸…….
---「김남숙, 파주」 중에서

자기 앞의, 어쩌면 우연으로 가득한 삶을 기꺼이 받아들임, 그러므로 매순간 새롭게 시작하기.
사랑이란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결심이다. 그게 우리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다. 사랑하기로 결심하면 그다음의 일들은 저절로 일어난다. 사랑을 통해 나의 세계는 저절로 확장되고 펼쳐진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길. 기뻐하는 것을 더 기뻐하고,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길. 그러기로 결심하고 또 결심하길. 그리하여 더욱더 먼 미래까지 나아가길.
---「김연수, 너무나 많은 여름이」 중에서

정승빈은 제단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믿음이 부족한 죄. 의심에 귀를 기울인 죄. 증거를 바란 죄. 고난을 거부한 죄. 수많은 죄를 열거하다 보니 진실로 울음이 터졌다. 그렇지만 하나님. 그렇지만 하나님. 감정이 북받쳐 정승빈은 결국 고백을 끝맺지 못했다.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오열하는 정승빈의 눈물을 가리키며 목사는 성령을 맞이한 기쁨이라고 선언했다. 그것이 정말로 성령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승빈은 쏟아지는 눈물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윤치규, 스스로 고난에 처하사」 중에서

장국영은 정확히 말하자면 홍콩 야자나무로, 2년간의 반지하 생활과 불규칙한 급수 주기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왔으나 며칠 전부터 시름시름 앓았다. 줄기가 늘어지고 잎이 자꾸만 말라붙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식물에게 보약이라는 빗물을 맞히려 한 것이 화근이었다. 집 앞 화단에 내놓은 지 한 시간 만에 장국영은 납치당했다. 나는 우산 쓴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외부인이 이곳까지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었으니 납치범은 이웃 주민일 확률이 높았다.
---「임선우, 사려 깊은 밤, 푸른 돌」 중에서

경완은 등을 돌려 성큼성큼 걸었다. 고승재가 뒤에서 선생님, 민 선생님, 하고 불렀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돌아다니고 있었다. 경완은 궁금했다. 쟤들은 이 한낮에 어떻게 학교를 땡땡이 치고 나온 걸까? 왜 나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을까? 어째서 무슨 말을 해도, 무슨 짓을 해도 수챗구멍을 향해 빙글빙글 빨려드는 오수처럼 늘 나라는 한 점으로 모여들고 말까?

---「최민우, 힘내는 맛」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안개 속을 거닐듯 이번 《에픽 #10》의 커버스토리 ‘i+i’에서는 이현석 작가가 논픽션과 픽션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어야 하는 ‘의사/작가’로서의 글쓰기를 이야기한다. ‘쓰지 말아야 할 것은 쓰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해 보이는 권고 앞에서 의사의 글쓰기가 당면하는 위험과 어려움이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언어의 옷을 입을 때에야 비로소 세상에 존재하게 되는 사건들이 있기에, 의사이자 작가로서 ‘타인의 이야기 쓰기’를 넘어 ‘얼마만큼 타인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조심스럽게 건너가는 내밀한 이야기가 ‘귀를 기울이는’ 존재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이어지는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에서는 타인의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의 이야기로 치환되는 다양한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김현아 작가가 조선 후기에 하와이로 ‘사진혼인’을 떠나 101세에 눈을 감기까지 파란만장했던 스스로의 삶을 기록한 여성 천연희의 생애를, 사회복지사 서은혜가 제2의 가족이 되어 가정보호가 필요한 청소년들과 생활하는 ‘그룹홈’의 꿈과 현실을, 대구에서 ‘책방이층’을 운영하는 최윤경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 활동가로서 경험하는 지방의 어려움을 밝힌다.

버츄얼 에세이 파트의 ‘if i’에서는 에세이스트 김나리가 사랑스러운 반려견과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알게 되는 강아지의 놀라운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1+1 리뷰’에서는 에세이스트이자 사진작가인 강건모, 편집자 강대건, 해외문학 편집자이자 작가인 이수은이 서로 다른 두 권의 책을 흥미롭게 엮고 소개한다. 픽션 파트에서는 김경욱, 김남숙, 김연수, 윤치규, 임선우, 최민우 여섯 작가의 흥미로운 신작 소설과 그래픽노블 ‘의외의사실’을 만나볼 수 있다.

창간 시점으로부터 열 번의 계절을 지나온 《에픽》은 이번 10호를 기점으로 시즌 1의 문을 닫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마지막은 언제나 또 다른 출발점이 되듯, 우나무노의 소설 ‘안개’와 우리가 보아온 ‘안개’가 그러하듯, 2023년의 불확실한 세계를 헤쳐 나가는 길 위에서 《에픽 #10》이 독자들과 새로운 시작점에 서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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