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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증명서 / 11
낙타사막 / 21 마린7/ 38 디지털 아내들 / 49 아내의 부활 / 60 이경의 다이어리 / 72 햇살방 / 86 재판 / 101 그림자들 / 110 추모공원 / 120 40일의 셰에라자드 / 137 결혼은 연애의 시작 / 154 영정사진 / 172 고백 / 183 ‘11월’의 시 / 194 이경의 분신들 / 205 아내를 데려가겠습니다 / 212 몽마르트르로 가세요 / 220 판결 / 226 유서 / 239 화장 / 254 0.7캐럿의 영혼 / 266 라흐마니노프와 울다 / 271 마중 가는 길 / 290 작가의 말 / 290 |
한지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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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에도 특허를 받아낼 수 있다면 마린의 미소에 특허를 내고 싶을 정도였다. --- p.32
이미 주어버린 마음은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마음을 가져간 상대방의 선처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 p.33 어디에서 만나든 간에 남녀의 만남은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려운 곳은 주로 팔딱이는 심장일 테니까. --- p.40 나는 조금 더, 오래 살아야겠다. 그래, 이번 생에서는 죽음을 유예시키고 싶다. 그래서 꼭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남들이 말하는 그 불운한 운명이라는 존재에게 이렇게 당하고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 그 운명이라는 후광을 입고서 비로소 제 값을 할 때까지 버틸 것이다. --- p.128 버림받은 사람의 심장은 특별하게 뛴다. 그 사람의 눈과 귀는 기능이 뛰어난 청진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상처 입은 다른 가슴을 아주 쉽게 알아본다. 오늘 내가 그 사람을 알아보았듯…… --- p.137 ‘평화’와 ‘행복’이라는 단어를 바라보고 있자니, 명치 아래로 스윽 바람이 지나갔다. 신체 기관 중에도 바람길이 있는 모양이다. --- p.163 여섯 번째 아내의 무덤은, 어느새 내 가슴으로 이장돼 있었다. --- p.171 그리움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그립다는 생각 자체가 나를 더 부추겨서 아예 미치광이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주 사소한 장면 하나가 느닷없이 떠오르면 그 장면이 하루 종일 재생되어서 나는 바닥을 기어 다녔다. --- p.189 새들이 울 때 온몸을 움직인다는 걸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단지 목이나 입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꽁지까지 동원해서 온몸을 흔들더군요. 그것이 구애를 하는 것이든 위험 신호든 간에, 나도 온 마음과 온몸으로 말합니다. 당신이 내 첫사랑입니다. --- p.209 가슴이 찢어질듯 아플 때는 몸에서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질긴 천이 찢어질 때처럼 비명이 몸 전체에 진동하는 느낌이 들어요. 참 이상하지. 그건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찾아오고, 그 사랑을 놓친 순간에도 똑같이 찾아오니 말입니다. --- p.2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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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아내’의 유품 중 하나였던 핸드폰을 복구한 윤선재는 시간 순서가 엉망으로 뒤섞인 그녀의 일기를 읽으며 그녀가 보여준 사랑과 희생, 그리고 배려를 알게 된다.
윤선재의 아버지는 간첩 혐의로 19년을 감옥에서 보냈고, 그는 온갖 고초를 겪으며 간첩의 자식으로 살았다. 어른이 된 윤선재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재판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경의 일기를 읽는 도중, 그는 이경의 아버지가 윤선재의 아버지를 고문한 고문관이었다는 것과 이경이 그로 인해 자신을 향한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구구절절 사랑이라 믿어왔던 그녀의 행동들이 싸구려 보상심리에서 나온 것이었다니! 참담한 기분에 사로잡힌 그는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게 자신을 뒤흔들어놓고 그렇게 죽어버린 이경에게 배신과도 같은 감정을 느끼고 만다. 정말일까? 우리가 느꼈던 그 모든 것이 다 거짓이었을까? 영원히 젊고 영원히 뜨거우며 가장 자애롭고 가장 낙천적인 그녀들이 보여준 그 모든 사랑은 정말로 한여름 밤의 꿈같은 것이었을까? 그는 결혼을 하고서야 시작된 연애를 통해, 가상세계에서 만나 현실로 돌아오게 해준 그녀들을 향한 추억을 곱씹으며 자신의 생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단호하고 잔인하며 그 자체로 힘이 넘치는 ‘추억’이란 그런 것이므로. 그렇게 그는 영원한 사랑을 위해 영혼석을 만나러 간다. 나는 ‘사랑’을 보고 싶었다. 이 소설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이자 동시에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이다. 나는 ‘사랑’을 보고 싶었다. 죽은 사람마저도 지독히 사랑할 수 있는 듬직한 감정이 그리웠다. 그것이 애정이든 우정이든 전우애든 간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두 맛보고 싶었다. 나는 궁금했다. 죽은 연인을 언제까지 어떤 식으로, 진심을 다해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독하고 듬직한 사랑이 보고 싶었던 내 열망은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던져지게 되었다. 바람이 있다면, 사랑을 노래하고 그리는 이 책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그리하여 사랑이 없다 탄식하는 세상에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믿겠노라 다시 한 번 결심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를…… ― ‘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