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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 신춘문예 … 7
김다은 · 큰글 클럽 … 85 김용희 · 적과의 동침(2) … 117 양선희 · 접속 인류 … 157 윤혜령 · 검은 못 … 189 한지수 · 비상대책위원회 … 225 황주리 · 소설, 자서전 … 259 큰글 Vol. 2를 내며 … 284 |
고유, 高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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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철학, 사학 등 인문학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대학교수가 되기 어려워 ‘교포박’(교수가 되기를 포기한 박사)으로 방황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의 둥지를 마련한 것이다.
--- p.40 마지막 원고를 내게 파일로 보냈고 종이 출력본으로도 주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 털은 함함하다’는 속담처럼 문학 문외한인 내 눈으로 보기에도 봄의 작품은 훌륭했다. --- p.57 과거 신문에는 심인尋人 광고라는 게 자주 실렸잖소? 사람을 찾는 광고지요. K형을 찾는 심인 광고를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크게 내볼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오. --- p.81 여객선 창밖의 넘실대는 바닷물에 눈길을 응시하며, 어머니는 나를 잊어버렸고 나는 어머니를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준이 두 단어를 혼동해서 사용한다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사용 가능하다고 느껴졌다. --- p.92 “열심히 쓰는, 혹은 열심히 고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작가 스스로 걸어 들어갈 길이 글 속에 서서히 만들어지느냐 하는 것이죠. 그래야 모세의 지팡이처럼, 독자도 작가의 펜을 따라 글의 바다를 가로지를 수 있을 테니까요.” --- p.113 시간이 지나자 눈송이는 어느새 폭설로 변했다. 중력을 무겁게 누르듯 버티듯 그렇게. 세상의 어떤 공포도 사랑도 두려움도 덮어버릴 듯, 눈은 작은 짐승처럼 그르렁거렸다. 이런 날씨에는 어떤 사랑도 꿈꿀 수 없으리라. --- p.119 매번 똑같이 기억되는 진실은 없다. 오직 감각만이 남아 진실의 돌이킬 수 없는 잔잔한 고통을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 p.135 나도 잊혔고, A양도 묻혔다. 이사하기 전까지 나는 내내 불안감에 시달렸고,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이제 드디어 그 둥지를 폭파하고, 나는 새로운 둥지를 찾아냈다. 다시 예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살아갈 수 있다고 나를 수없이 설득했다. --- p.165 정말 인간관계는 지긋지긋해. 사소한 끈 하나만 있어도 너무 엉겨 붙어. 그 원룸텔에서 설마 내 방문만 두드렸겠어? 다른 방들도 안 열어줬으니 내 방까지 온 거 아닐까? 그녀가 내가 사는 곳을 어떻게 알았겠어. 나도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 몰랐는데. --- p.173 외삼촌의 눈은 아주 먼 곳까지 내다보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보이지 않아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 연결된 줄로 서로를 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된다. --- p.196 외삼촌이 내 밥숟갈 위에 장조림을 얹어준다. 나는 콧잔등을 찡긋 어깨를 치켜올린다. 사랑받고 있다는 것, 가슴이 뻐근하게 아프다. 우리 집에서는 반찬을 올려주는 사람은 없다. --- p.201 물론 나에게 하는 말은 아니지만 듣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할머니는 아버지와 닮은 데가 많다. 조심성이 없지만 반대로 말하는 법이 없다. --- p.219 이 마을에서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동시에 ‘그런 사람을 위해서 법이 필요하다’는 상반된 견해를 끌어내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 p.230 내 나이에 같이 늙어갈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분명 엄마가 내게 심어놓은 것이리라. 열일곱 소녀에게 늙어갈 걱정을 가르치다니… --- p.239 “너는 딱 서양 사람처럼 생겨 미국서 사는 게 더 편할 거야. 늘 살기 위해 먹어야 해. 생존의 비결은 군인처럼 생각하는 거야.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쉴 수 있을 때 쉬는 것이지.” --- p.264 가장 지적인 여자와 사랑에 실패한 아버지는 정반대의 여자와 만나 또 실패했다. 빈털터리가 된 아버지는 나이 든 분들이 주로 오는, 친구가 경영하는 클래식 바의 매니저 일을 맡아 하기 시작했다. --- p.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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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고승철 자신의 활동을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 〈뉴욕타임스〉의 전면광고를 보고 소설 〈신춘문예〉의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랐기 때문입니다. 문학의 힘을 새삼 실감하며 사는 요즘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창작에 몰두하는 소설가 동지들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김다은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수십 번 작품을 퇴고할 뿐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고 말했답니다.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이번 소설 속에 초대해 기존과 다른 해답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어쩌면 미래에 만들어질 새로운 길을 나는 이미 걷기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김용희 분노와 울분 속에 흘리는 눈물은 짜다고 합니다.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은 시고, 기뻐서 흘리는 눈물은 단맛이 난다고 합니다. 이처럼 나는 내 소설이 여러 가지 맛으로 읽히길 바랍니다. 사랑의 방식으로든 혹은 권력투쟁의 방식으로든. 양선희 ‘접속 인류’. 새로운 인간관계 유형으로서의 ‘접속’이라는 말을 들었던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 잠시 멍했습니다. 내내 이 말이 잊히지 않았음은 물론입니다. 그래서 ‘접속 인류’라는 소설 제목을 정하고, 이런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을 참 오래도 했었답니다. 윤혜령 모든 것을 분간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 불가해한 의미로 가득 차 있던 세계로 되돌아가 잃어버린 것을 찾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기억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그곳의 풍경을 다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한지수 삶의 터전인 주거지가 강제로 수용당하면서 벌어지는 인간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소설 속 화자로 17세 소녀를 선택했습니다. 아직 솔직할 수 있는 나이인 소녀를 내세운 건, 소설과 거리를 두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황주리 결국 이 자서전은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문학적 사색입니다. ‘나’를 둘러싼 여러 사람의 기억들이 모여서 다중인격적인 한 사람의 기억이 되어 가는 과정, 혹은 모든 타인의 정체들이 ‘내’ 안의 작은 부분임을 고백하는 우리 모두의 자서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