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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 한비자의 현대적 메시지
설림편 내저설 상편 내저설 하편 외저설 좌상편 외저설 좌하편 외저설 우상하편 스케치 & 스케치를 마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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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저항하는 자’가 아니라 ‘지키는 자’이다. 지키기 위해선 알아야 하고, 알기 위해선 공부해야 한다. 국민주권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은, 그러므로 나라의 주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나라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배우고 익혀야 한다.
정치적 인간에 대한 통찰은 요즘 조직 생활을 하는 개인과 리더뿐 아니라 나랏일 하는 정치인 모두에게 필요하다. 현대를 사는 투표권을 가진 한 사람의 국민 입장에서 본다면, 제왕학은 우리가 뽑아야 할 대통령의 정체성에 관해 생각할 단서를 주고, 또 나랏일을 맡겨야 할 정치인들을 고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이다. 드디어 ‘국민주권’을 자각한 우리 시대에 한비자의 통찰, 즉 나라의 주인(옛말로 군주)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해 알리고 싶다. [한비자]는 진화가 멈춘 정치와 정치 주변 인사들의 ‘루틴(routine)’을 다룬다. 우선 자기 잇속부터 챙기고, 모함하고, 모략을 일삼고, 이권을 위해 투쟁하고, 백성을 억울하게 만드는 그들의 ‘평범한 본질’. 한비자의 글은 선진先秦시대의 책사나 왕에게 유세하러 다니던 정치 사상가들의 글과는 다르다. 그런 이들의 글에 깨알같이 박혀있는 미사여구와 은유, 가설이나 자신을 포장하는 홍보성 발언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의 글은 상상이나 가설이 아니라 팩트에 근거해 자기 주장을 강하게 피력한다. 소적매라는 자가 술에 취해 갖옷을 잃었다. 송나라 군주가 말했다. “취해서 갖옷을 잃을 정도였다는 말인가?” 그가 대답했다. “걸왕은 술에 취해서 천하를 잃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옛 경서에도 ‘술을 입에 대지 말라’고 했습니다. 술을 마시는 자가 천자라면 천하를 잃고, 필부는 그 자신을 잃게 됩니다.” 훼라는 뱀이 있다. 몸은 하나인데 입이 둘이어서 음식을 놓고 다투다 서로 물어뜯어 끝내 서로 죽고 만다. 신하들이 권력투쟁을 일삼아 나라를 망치는 것도 모두 훼와 같은 부류이다. 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애벌레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뱀을 보면 깜짝 놀라고 애벌레를 보면 소름이 끼치며 털이 쭈뼛 일어난다. 그러나 어부는 장어를 손에 쥐고, 부인은 누에를 줍는다. 이익이 있는 곳에선 누구나 전설적 용사들인 맹분이나 전저처럼 된다. “사람은 본래 사랑에는 기어오르고, 위협하면 듣는다.” “세상이 어지러운 건 명성만 찬미하고 공적은 재촉하지 않아서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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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도 언변과 용모에 속아 사람을 잘못 썼는데, 사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어찌 실수하지 않겠나.”
역린, 모순, 누란의 위기…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대충 아는 이 말의 연원을 따져 올라가면 모두 한비자로 이어진다. 그런가하면 중국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어 우리나라 사극에서 정사를 논하는 논리들도 듣다 보면 [한비자]의 어느 구석에서 나오는 이야기일 때가 많다. 이처럼 우리는 한비자를 잘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너무 잘 알고 있다. 그가 남긴 옛이야기들을 통해서 말이다. [한비자]의 글은 직관적이고, 통쾌하고, 쉽다. 그의 글은 현대 글의 장르로 따지자면 언론인의 글이다. 한비자 글은 중국 고전에서 흔히 보이는 훈계나 현실적 기술서가 아니라 다양한 팩트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피력하는 칼럼 형식으로 글을 쓴다. 게다가 그 형식이나 전개 기법이 고루하지 않고, 현대 탑 클라스의 칼럼니스트와 맞설 수 있을 정도로 세련되다. 한비자 칼럼의 토대가 된 탄탄한 스토리들, ‘정치적 인간’의 본색 적나라하게 드러낸 우화 이 책은 [한비자]의 설림, 내저설, 외저설에 쌓여 있는 옛날이야기들을 요샛말로 풀어서 다시 쓰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스케치 형식으로 재편집한 것이다. 스케치란 신문 기사 중 실제로 일어난 일을 묘사한 기사를 말한다. 가십, 눈길 스케치, 장마철 스케치처럼 특정한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그 순간을 포착해 글로 옮겨놓은 것이다. [한비자] 속 설화들은 실제로 전형적인 스케치 형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취재해 놓은 스케치들은 그의 글 여기저기에서 활용되는 걸 볼 수 있다. 그는 딱 언론인처럼 글을 썼다. 그리고 그가 스케치한 주제는 한마디로 ‘정치적 인간의 우화’들이다. 인간은 둘 이상만 모이면 정치를 한다. 사실 정치는 인간의 일상이다. 한비자는 오직 이런 ‘정치적 인간’의 측면만을 다룬다. 다른 형태의 인간에 대해선 아예 관심이 없다. 그래서 한비자는 망설임이나 주저함, 다른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적나라하게 정치적 인간의 속내와 수작을 낱낱이 까발린다. 분식되지 않은 날것으로써의 인간에 대한 폭로는 통쾌하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그리고 독자들은 ‘날것’에 직면함으로써 사람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정치적 인간]의 본색을 알아보는 안목. 그거야말로 우리 시대를 사는 사회인으로, 조직인으로, 그리고 특히 국민주권시대의 주권 시민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책의 끝에 이렇게 마무리한다. 지금은 세습 군주가 다스리는 시대가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아 나랏일을 위임하는 시대입니다. 한비자 시대의 ‘군주’가 해야 할 일을 이젠 국민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정치인의 자질을 잘 보는 안목까지 갖춰야 시민으로 실수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혹은 그들이 목청 높여 주장하는 것을 근거로 과연 믿어도 될까요. 이제 정치의 혼란을 바로잡는 것은 국민들이 스스로 안목을 키우는 길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요. 한비자의 유머와 기지가 돋보이는 스케치들 〈주권시민들의 정치교양서〉를 표방하지만, 실제로 이 책은 그렇게 비장하지 않다. 그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옛날에~ 옛날에~’ 같은 스토리들이다. 기본적으로 한비자의 글은 매우 냉철하지만 유머러스하다. 그는 말을 배배 꼬지 않는다. 직설적이고 시원하고 재미있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그가 취재한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가끔씩 시쳇말로 ‘뼈를 때리는’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