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집에는 ‘우리 안에 이미 자리잡은 폐허’를 모른 척하고 싶지만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쉬운 위로와 공허한 냉소를 모두 경계하며 더듬더듬 나아가는 사람들. 사방에서 팔다리를 잡아당기는 것만 같은 팽팽한 질문들을 온몸으로 껴안으면서도 부서지지 않기를 고요히 소망하는 사람들. 이서수는 우리 앞에 인물들의 우주를 하나하나 열어젖힘으로써 우리의 이 갈팡질팡한 삶이 곧 불가사의하고 아름다운 춤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비록 ‘가련하고 씩씩한’ 막춤일지라도.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예감하게 된다. 각자의 막춤을 추다가 어느 순간 눈이 마주친다면, 우린 분명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표정을 짓게 될 거라고. 그러나 우리는 눈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의 춤을 끝까지 지켜봐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