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산문집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문지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여름비』, 아니 에르노의 『여자아이 기억』, 프랑수아즈 사강의 『해독 일기』, 시몬 드 보부아르의 『둘도 없는 사이』 등이 있다.
나는 사랑하는 개를 떠나보낸 이후, 동물이 죽는 영화나 책을 읽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 자신의 개를 잃었기 때문에 기꺼이 다른 개들이 처한 참혹한 불행을 직시하고 고발하기로 결심한 사람이 있다. 그런 용기는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운가. 고통을 함께 느끼고 그것을 적확한 언어로 바꾸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나는 사랑이 능동적 행위라는 것을 배웠다. 당신이 개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작가의 첫 반려견 피피가 심은 사랑의 씨앗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해가 바뀌자 기쁨은 조금씩 사그라졌고, 나는 내가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서서히 자각하게 됐다. 언니를 만나도 예전처럼 재미있지 않았고 대화가 자꾸 미끄러졌는데, 언니는 프랑스에 한시적으로 머물다 돌아갈 사람이고 나는 여기에 남을 사람이라는 사실이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금을 그어놓은 듯했다. 언니는 여행에 대해서 자주 말했고, 어떻게 하면 얼마 남지 않은 프랑스 체류 기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것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내게는 이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들이 필요했다.낯선 나라에서의 고립감과언니와의 관계에 미묘한 균열이 생겼다.#리딩런
그건 그 때 다혜가 이십대 후반까지의 삶만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혜에게 그 이후를 사는 사람들은 한 생이 끝나고 다시 태어난 완전히 다른 종의 존재처럼 느껴졌고,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서른 이후의 삶을 사는 자신의 모습은 그려지지 않았다.'눈이 내리네' 편에서
여자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자기 이름을 지워버린 사회의 서사와 결별할 때, 그가 맹렬한 자기 혐오에, 미칠 것만 같은 고통에, 눈물이 멎지 않는 회한에 빠지리 라는 게 사회 통념이다. 이런 것이 여자를 위해 마련된, 그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손에 쥘수 있는 가부장제의 왕관에 박힌 보석들이다. 눈물지을 순간이 넘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 보석들에 손을 뻗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는편이낫다.
우리 어머니들은 이러한 생활 가운데 우리와 살아가고,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모든걸어머니 탓으로 돌린다. 동시에 우리는 어머니의 인품과 삶의 목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신화들과 공모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면서도 어머니가 우리 몫의 불안감마저 떠맡을 것을 요구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삶은 매일매일 불안으로 넘쳐 나기에. 어머니에게 우리의 감정을 털어놓지 않을 때조차 우리는, 불가사의하게도, 우리가 느끼는 바를 어머니가 모조리 이해해 주리라 기대한다. 어머니가 우리에게 헌신하고 우리를 시중하는 자아가 아닌, 우리너머에 있는 당신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자아에 가까워지기라도 하면, 우리의 보호자이자 양육자여야 하는 어머니의 신화적이고 원초적인 사명을 어긴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 어머니가 너무 가까이 다가온다 싶으면 어머니가 우리를 질식시키고, 전염되기 십상인 불안감으로 우리의 섬약한 용기를 감염시키려든다고 여긴다. 아버지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 우리는 그게 아버지가 응당 해야 할 몫이라며 용인한다. 어머니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는 어머니가 우리를 버렸다고 느낀다.
꿈에 젖은 어머니가 우리에게 무슨소용이라고? 우리는 우리 너머를 바라보며 다른 곳에 있기를 갈망하는 어머니를 원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 발 디딘, 활기차고 능력 있고 우리의 필요와 요구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어머니를 필요로 하지.어린 시절의 나는 어머니의 몽상가적인 측면을 조롱하고 돌아서면서 엄마는 어떻게 꿈도 하나 없느냐고 모욕 했으려나?
오늘이 그런날이었어요..익숙했던 풍경이 갑자기 저만치 물러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음에 하루 종일 바람이 불어 뿌리 깊은 나무마저 휘청일 때, 오로지 각자만이 아는 슬픔과 불안이 석류알처럼 영글다가 산산이 흩어지거나 땅거미 진 들판 위에 방향 잃은 여린 짐승처럼 홀로 서 있을 때..그런 때였어요..
감사해요..그대의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