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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별의 체크인_ 장강명
· 당신을 기대하는 방_ 정선임 · 맴맴_ 김지연 · 배웅_ 최유안 · 부소니 호텔, 가을_ 기준영 · 웰컴 투 더 시티_ 나푸름 · 이벤트_ 김유담 · 철야_ 양선형 · 체크인 불가합니다_ 황모과 · 체크인_ 박솔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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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절대 죽지 않는다고 말했지. 그래도 계속 딸이 물어보는 거야. 만약에, 아주 아주 만약에 만약에, 내가 죽으면 어떻게 돼, 하고 말이야. 그래서 너는 절대 죽을 일이 없지만, 만약에, 아주 아주 만약에 만약에, 네가 죽는다면, 하고 이야기를 지어냈어.”
---「장강명_ 고양이별의 체크인」중에서 나는 답답하다. 내가 당신을 만나 말랭이가 된 것이 우연에만 기댔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몇 번이나 파양되고 거리에서 살게 되었다. 허피스에 걸려 숨을 몰아쉬며 수풀 속에 숨어 있다가 종종 츄르를 주고 가던 당신 냄새를 맡았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길 한가운데로 나갔다. 당신이 다가오기를 기대하고 기다렸다. ---「정선임_ 당신을 기대하는 방」중에서 내가 갇힌 시간 속에서 맴만 돌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모두가 전진하는데 나만 시간 속에 갇힌 것 같았다. 그걸 알면서도 그 난관을 돌파할 묘책을 궁리하지는 않고 절대 주인공은 아닌 사람처럼 똑같은 일만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지연_ 맴맴」중에서 프런트는 공간을 빌려주고 다시 돌려받는 자리였다. 안쪽의 환한 빛이 바깥의 검은 어둠에게, 바깥에서 몰려 들어온 어둠이 안쪽에 고여 있던 빛에게. 서로의 자리를 빌려주고 있었다. 혜원 자신도 때가 되면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저 자리를 나와야 할 터였다. 해준이 자신의 공간을, 삶을 빌려 쓰다 떠났듯이. 끝이 있는 삶의 속성이 늘 그렇듯이. ---「최유안_ 배웅」중에서 그는 기차 안에서 딸이 제게 한 당부를 잘 염두에 두고 있었다. 꼬치꼬치 캐물으며 선을 넘는 질문은 되도록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쯤이야 어려울 게 없다고 자신했지만 이제 그는 헷갈리고 있었다. 무엇이 선을 넘는 질문일까. 짜릿한 전류가 흐르는 위험한 선이 이 막연한 삼각관계 어디에 매복되어 있단 말인가? ---「기준영_ 부소니 호텔, 가을」중에서 내가 체크아웃한 격리자들을 시내에서 만나지 못한 건,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그들의 손과 목소리뿐이기 때문일 거다. 게다가 그들이 진짜 범죄자일지라도, 혹은 바깥을 견디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실패자라고 해도, 우리 도시는 2주간의 격리 기간을 거친 자들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할 것이다. ---「나푸름_ 웰컴 투 더 시티」중에서 별다른 이벤트만 없다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을 거라는 주치의의 말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선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아이가 건강하게 커나가는 걸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게 이선이 바라는 전부였다. ---「김유담_ 이벤트」중에서 기호들에 의지해 네가 세상에 존재해도 되는 목적과 이유를 마련하는 일은 네게 아주 중요했을 것이다. 네 존재 그대로의 불합리한 언어를 받아쓰면서 혼란이 무서운 식물처럼 자라나는 낱장의 종이로 부유하는 너를 떠받치고자 하는 욕망 또한 네게는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양선형_ 철야」중에서 인생에 쉼이 허락되지 않는 사람이 쉬려면 각오가 필요했다. 다른 쉬지 못하는 사람들을 잊을 수 있는 각오였다. ---「황모과_ 체크인 불가합니다」중에서 나는 아직도 소리가 찾아와서 그 소리를 낸다는 것이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어떻게 다르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위선생은 담담하게 과장하지 않고 이야기를 했고 그러니까 그 태도는 전혀 사기꾼 같지 않았고 생각해본 적 없던 일들이 세상에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재미있는 일이니 호텔로 향해 걸으며 그 이야기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박솔뫼_ 체크인」중에서 |
열 명의 소설가가 호텔 문을 여는 순간,
상상하며 펼쳐지는 ‘체크인’ 이야기 ‘소설가의 방’ 10주년 기념 소설 모음집 『당신을 기대하는 방』 서울 명동에 소재한 호텔 프린스가 2014년부터 주관한 ‘소설가의 방’ 레지던스 사업 10주년을 기념하는 소설 ·에세이 앤솔러지가 아침달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소설가의 방’에 입주한 작가들은 이곳에서 한국문학을 더욱 빛낼 작품들을 집필하였고, 미래에 등장할 작가들에게도 큰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한 달 넘게 무료로 제공되는 숙식을 통해 작가는 세상과 어긋난 마음을 잠시 맞출 수 있는 집필실에 머물러 세상과 불화하지만 기대해볼 수 있을 여러 약속이 담긴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중 이번 책 『당신을 기대하는 방』은 열 명의 소설가가 ‘체크인’을 주제로 입주 작가였을 때의 경험을 동력으로 삼고 상상력을 더해 쓴 소설 모음집이다. 책 제목은 정선임 소설가가 쓴 동명의 제목에서 가져왔다.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인 기대는 호텔 로비에서 가져온 짐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체크인을 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열 편의 소설에는 저마다 호텔에 들어가는 이유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으로 묶이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바깥 삶이 아팠”(황모과, 「체크인 불가합니다」)기 때문일 것이다. 삶이 고통스러울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어딘가에 들어가는 일이므로. 이야기는 각자 복무하는 삶의 양태를 그리는 데 힘을 쏟는다. 장르적 구분 없이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펼쳐내는 머무름은 호텔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웅숭깊은 언어로 그려졌다. 서로의 자리를 빌려주고 있었던 존재들에게 간결하고 매혹적인 서사들의 향연 『당신을 기대하는 방』에 수록된 열 편의 소설은 호텔에 체크인을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내었다. 장강명의 「고양이별의 체크인」은 혈액암을 앓는 9살 소녀가 엄마 H와 함께 ‘나’가 일하는 호텔에서 체크인을 연습한다. 고양이별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지만 어떤 마음은 없는 것을 있다고 해야 믿을 수 있다. 정선임의 「당신을 기대하는 방」은 독특한 인물이 주인공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여행에서 마주치는 인물들과 다정하고도 우연한 만남을 나누는 장면이 애틋하다. 김지연의 「맴맴」은 취업 준비에 실패한 주인공 ‘백송희’가 휴식을 위해 한 호텔에 묵는 이야기다. 읽다 보면 무언가에 자꾸 맴도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유안의 「배웅」은 “잘 훈련된 웃음”을 가진 호텔리어 ‘강혜원’이 어느 날 친구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가기 전 근처 호텔에 체크인을 하면서 함께했던 시절을 추억하고 혜원의 삶에 해준의 삶과 죽음을 포갠다. 방을 빌려주다가 빌리는 이야기를 통해 언제나 변할 수 있는 입장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기준영의 「부소니 호텔, 가을」은 ‘원희지’의 버킷리스트를 같이하기 위해 ‘권보경’이 한 호텔을 예약하고 그의 엄마 ‘염세정’이 동행한다. 꿈은 어떻게 꾸고 이루는 것인지 세 사람의 관계로 다양한 의미를 풀어놓는다. 나푸름의 「웰컴 투 더 시티」는 P 호텔 4층에서 격리 대상자들에게 식사를 챙기는 ‘나’에 관한 이야기다. 여러 사람을 상대하다가 이상한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누구인지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길 바란다. 김유담의 「이벤트」는 임신한 ‘이선’이 장기 투숙 이벤트에 당첨되어 호텔에 체크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호텔에서 만난 ‘경숙’과의 유대 또한 한순간의 이벤트로 기록된다. 양선형의 「철야」는 집이 불타고 나서 호텔에 들어가는 두 사람이 혼재된 자아처럼 “검은 말”과 “검은 개”를 중심으로 시적인 문장을 펼친다. 황모과의 「체크인 불가합니다」는 최고 명당에 입지한 P 호텔에서의 투숙 심사를 다룬 이야기다. 안쪽 사람과 바깥쪽 사람의 구분이 남기는 “비고객”이란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마지막으로 박솔뫼의 「체크인」은 우연히 소리를 한다는 “위선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한밤을 회감한다. “내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일 수 있을지 다 쓰고 남은 것을 헤아리는 동안 특유의 감각적인 문장들이 빗발친다. 소설가는 자신을 매 순간 현실 속에서 이방인의 입장으로 돌려 세계를 바라보는 습관을 지닌 자이다. 내가 겪은 경험은 특수하지만 이것을 한 편의 이야기로 옮기면서 언어는 동류의 감각으로 구성된다. 마치 각자 부여받은 객실 번호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복도를 건너야만 방에 다다를 수 있듯이. 방은 각자 머무르는 방식에 따라 다른 형태를 가지겠지만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비슷해진다. 방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듯 모든 경험이 내 것이 될 수는 없지만, 작은 상상력만으로도 사람들 곁에 이야기를 둘 수 있다. 머무름이 머무름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쓰는 이야기에는 영원이라는 불가능한 시간을 가능한 시간으로 감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