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희의 소설은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첫 문장에서부터 독자들을 이야기의 한복판으로 강하게 끌어당겨서는 ‘신체 탈락 현상’이 점령한 세상에 살게 한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닥칠지 알 수 없는 불행 앞에 선 인간들을 진지하게 해부하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결국은 나의 속내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신체 탈락자’가 될 수 있다는 예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누군가는 미리 절망하고 누군가는 무심히 통과한다. 신체 일부가 떨어져나가는 현상이 질병처럼 퍼져나간다는 기이한 설정의 소설이지만 그에 뒤따르는 격리와 봉쇄, 패닉의 순간들은 우리가 지나온 적 있는 현실과 아주 멀지만은 않아 생생하게 실감되기도 한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악취까지도 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박소희가 그려내는 이 지독한 환상, 악취 나는 세계를 목도하는 것은 순전한 낙관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불가피한 비관을 감당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끝에는 찰나에 불과할지라도 유효한, 이상한 희망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