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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65 Ⅲ 85 Ⅳ 145 작가의 말 202 추천의 말 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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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을 떠올릴 때면 박성은에게는 한 가지 물음이 생긴다. 왜 그때 나 혼자여야 했을까. 다른 가족들은 다 어디에 있고, 나 혼자서 그 일을 견뎌야 했나. 도와줄 사람 아무도 없이. 그 뒤로도 박성은은 답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그 물음을 떠올리게 된다.
--- p.11 이정우는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걸 안다. 아주 잘 안다. 그런데도 마음은 자꾸만 위축됐다. 그때마다 소설을 꺼내 읽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정우는 대신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다른 사람의 불행. 이정우가 두리번거리며 찾는 건 그것이었다. --- p.45 “나한테서 혹시 너희 엄마 냄새가 나? 넌 맡아봤으니까 그 악취를 알잖아.” 타는 듯하면서도 시큼한 그 냄새. 윤세진의 말을 듣자마자 박성은은 그 냄새가 다시 자신을 휘감는 것만 같았다. --- p.67 밤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저녁 공기는 아직 선선했다. 맞은편에서 남자 세 명이 걸어왔다. 저 사람은 귀가 없네. 이정우는 습관적으로 그들의 몸을 관찰했다. 나머지 두 사람은 겉보기엔 잃은 게 없어 보였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p.90 정고은은 몰랐지만, 그때 다른 걸 물었어야 했다. 진짜 관건은 윤세진이 무슨 말을 했는지가 아니라 오히려 무슨 말을 들었는지였다. 그게 제대로 된 질문이었다. --- p.116 남성은 느긋하게 자리를 떠났다. 이정우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성이 있던 칸으로 들어가 쓰레기통을 들여다봤다. 휴지 더미 위에 큼직한 엄지손가락이 버려져 있었다. --- p.129 이미 썩기 시작한 몸들에서는 시취가 났다. 시취를 풍기면서 남의 몸을 줍고 다니는 박주용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봤다. “그걸 어디에 쓰려고 모읍니까?” 공원 화장실에서 마주친 중년 남성이 의심 어린 눈초리로 물었다. “예를 갖추는 겁니다. 잘 태워서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주인들도 평안하죠.” --- p.151 마음 같아선 정고은에게 그날 일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기도 했다. 만약 자신이 진실을 말하기만 한다면, 정고은은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삶을 지금처럼 허비하며 다니진 않을 것이다. --- p.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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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타협하는 세계를 그리는 목소리
박소희 첫 장편소설 소설가 윤성희·김지연 추천! 『신체 탈락 현상: 떨어지는 사람들』은 신체 일부가 먼저 죽는 현상을 통해 물리적 쓸모를 잃은 신체 부위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메우거나 상실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김미손'의 종아리가 비명과 함께 뚝 떨어져 나가는 장면을 목격하는 딸 '박성은'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김미손이 응급실로 실려가던 그날, 뉴스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신체 탈락 현상'을 보도한다. 혼란도 잠시, 김미손은 국내 첫 발병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이후 김미손을 이송했던 구급대원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며 정부가 공개한 확진자의 동선을 보며 분개한다. 박소희 작가는 코로나19라는 재난을 통과했던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실재했던 기억을 건드리며, 앞으로 김미손과 그 가족들이 겪게 될 고통을 미리 예감하게 하면서도 완벽히 들어맞게 하지는 않는다. 소설은 신체 일부가 탈락되면서 일상에 큰 타격을 입은 당사자와 그 주변 사람들이 감내해야 하는 아픔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김미손의 딸 박성은은 눈앞에서 엄마의 신체 탈락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안은 채 계속 무너지는 엄마를 지켜보며 그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런 박성은을 지켜보는 '이정우'가 있다. 이정우는 음주운전 사고로 복역 중인 어머니를 둔 사실을 숨긴 채 평범한 학교 생활을 이어간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훔쳐보는 게 언제부턴가 나의 습관이 되어버렸다’(p.37)고 독백하는 이정우는, 가족이 첫 발병자라는 사실이 학교에 퍼진 후 혼자가 된 박성은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타인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자신의 불행을 견디는 것이다. 그리고 박성은이 학교에서 벌어진 큰 사건의 핵심 인물임을 이정우가 목격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상실을 버티는 삶에 대한 이야기 『신체 탈락 현상: 떨어지는 사람들』은 일상의 장면으로 재난을 포착하는 소설이다. 재난을 떠올리면 자연재해, 전쟁, 폭격처럼 거대한 세계가 한번에 무너지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박소희 작가는 이 소설에서 새로운 방식의 디스토피아를 구축한다. 신체 일부가 저절로 떨어져 나가는 기이한 현상 속에서 개개인의 삶은 크게 뒤흔들리지만, 사람들은 점차 현상에 적응하며 각자의 일상을 찾아간다. 떨어진 신체를 수거하기 위한 전용 키트를 챙기는 사람들, 폭발적으로 성장한 보장구 기업, 배송용 드론이 오가는 풍경까지, 소설은 재난이 변화시킨 일상을 담담하게 늘어놓는다. 재난이 일부가 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은 직접적인 공포 묘사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렇듯 박소희 작가는 신체라는 물리적 상실에는 무던해지면서, 자괴감만은 버리지 못하는 인물의 모순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통증이 사라지자 곧 일전의 표정으로 돌아"(p.84)오듯, 소설 속 인물들은 제각각 재난에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사람으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와 의심은 끝내 아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온 나의 일부가 삶의 전반을 떠받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순간부터 진짜 재난이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탈락을 택하는 몸 남겨진 자리를 메우는 사람들 박소희 작가는 이 소설에서 신체의 일부가 악취를 풍기며 고통과 함께 떨어지는 현상을 '탈락'이라고 정의하며 타의도 자의도 아닌, 몸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설정을 통해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자문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떤 재난은 이유도, 통보도 없이 발생한다. 『신체 탈락 현상: 떨어지는 사람들』은 휠체어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보여주며 진작 있어야 했을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한편, 재난이 일어나기 전부터 신체 일부를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담담한 모습을 비춘다. 오히려 재난 앞에서 무던하고 강인한 그들의 모습은 신체 탈락 현상을 멸망의 징조로 여기며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대비를 이룬다. 소설은 신체 상실보다, 이성적으로 살아갈 방법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그럼에도 세상과 계속 타협하려는 사람들을 담아낸다. '비장애', '보통 가족'만이 온전한 삶이라는 편견, 그리고 개인을 향한 과도한 낙인과 의심으로 이어진 추궁은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보다 사회를 더 깊숙이 오염시키는 재난임을 보여준다. 저마다 껴안은 죄책감과 불안, 거듭되는 수난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동시에 그리는 이 소설은, 상실이 주는 모순을 통해 기억하는 한 영원한 마음과 묻어둘수록 더 선명해지는 과거의 치부를 함께 건드린다. 박소희 작가는 모든 존재가 존엄을 지닌다고 친절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혼란과 의심, 불신과 차별이 들끓는 세계를 냉소적으로 그려낸다. 『신체 탈락 현상: 떨어지는 사람들』은 설명할 수 없는 비극 앞에 절망하거나 저항하는 대신, 상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한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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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다. 종아리가 떨어지고. 손가락이 떨어지고, 귀가 떨어지고, 입이 떨어진다. 떨어지는 몸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붙잡고 싶었을까? 나는 사람들의 신체가 탈락할 때마다 질문했다. 떨어져 나간 자리, 사라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자리를 검은 웅덩이라고 상상하면서. 원래 거기는 공포의 자리다. 그런데 작가는 그 자리에 공포 대신 다른 것을 두었다. ‘죄책감’이라는 마음을. 그러자 이 소설은 익숙한 문법을 빗겨나 다른 식으로 흘러간다. 새로운 세상을 설정해서 새로운 주제를 말하겠다는 야망을 가볍게 버린다. 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작가들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소설의 끝에 도달하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책을 덮으며 나는 떨어진 신체를 주우러 다니는 한 남자를 상상했다. 주운 몸을 불태우며 기도하는 한 남자를 상상했다. 그 마음을 가만히 생각하다 보면…… 자기에게 어울리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떨어진 신체는 박소희 작가의 세계로 들어가는 작은 입구이다. 문을 열자. 그리고 기꺼이 그 안으로 걸어가 보자. 그 끝에 어떤 마음이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 윤성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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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의 소설은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첫 문장에서부터 독자들을 이야기의 한복판으로 강하게 끌어당겨서는 ‘신체 탈락 현상’이 점령한 세상에 살게 한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닥칠지 알 수 없는 불행 앞에 선 인간들을 진지하게 해부하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결국은 나의 속내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신체 탈락자’가 될 수 있다는 예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누군가는 미리 절망하고 누군가는 무심히 통과한다. 신체 일부가 떨어져나가는 현상이 질병처럼 퍼져나간다는 기이한 설정의 소설이지만 그에 뒤따르는 격리와 봉쇄, 패닉의 순간들은 우리가 지나온 적 있는 현실과 아주 멀지만은 않아 생생하게 실감되기도 한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악취까지도 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박소희가 그려내는 이 지독한 환상, 악취 나는 세계를 목도하는 것은 순전한 낙관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불가피한 비관을 감당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끝에는 찰나에 불과할지라도 유효한, 이상한 희망이 깃들어 있다 - 김지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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