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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裕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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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출신 조연 배우로 나이 들어가던 신지유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2년 전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신지유는 환경보호 활동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집 안의 쓰레기를 완벽하게 분리배출하는 모습으로 큰 화제를 끌었다. 신지유가 방송에서 사용하던 각종 비건 화장품과 비건 생필품은 방송 직후 주문이 폭주했고, 그녀는 비건 전도사, 에코 셀럽으로 여러 미디어에서 호명되기 시작했다.
--- p.8-9 신지유는 서울숲을 지척에 두고 한강이 보이는 방 세 개짜리 아파트로 이사했다. 대출을 끼기는 했지만 난생처음 제 이름으로 집을 샀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연순은 새집에 첫 출근을 하게 된 것을 기념해 사 온 두루마리 휴지를 본인이 직접 뜯어 화장실에 걸었다. --- p.29 이선호는 재미로 시작한 가상화폐 투자에서 제법 큰돈을 벌었고, 그 돈을 종잣돈 삼아 스타트업 사업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서촌과 강남에 건물을 매입해 독신자들을 위한 공유 공간을 꾸린 후 월세를 받는 사업이라고, 그가 설명했다. 새로 오픈 준비 중인 선릉역 근처의 공유 스페이스는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하는 사회 초년생들을 타깃으로 삼았고, 최근 인테리어에 착수했다는 말을 듣자 신지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p.45-46 하나의 방은 좁고 기다란 사각형 모양이었다. 방이라기보다는 조금 널찍한 관짝처럼 느껴졌다. 구석 자리에 싱글 침대가 놓여 있고, 침대 옆으로 좁은 옷장과 화장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그 사이를 지나기도 쉽지 않았다. 현관 앞에 붙은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침대 위를 걸어 나가는 게 편할 정도였다. --- p.52-53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 단지의 조경을 많이 참고했어요. 이곳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었거든요. 코딱지만 한 방에서 겨우 웅크리고 자다가 깨서 출근하는 삶이 아니라 거실과 방, 화장실이 분리돼 있고 집 앞에 산책로와 조깅 코스도 마련돼 있는 그런 주거 환경이요. 그런 게 꼭 대단한 부자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니길 바랐고요. 어떠세요? 여기, 마음에 드세요?” --- p.99-100 연순은 하루만 자신의 손이 닿지 않아도 엉망진창이 되는 이 집이 지나치게 비싸고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신지유는 이런 집을 깨끗하게 유지할 능력이 없었다. 신지유의 친환경적인 삶을 위해서는 연순의 노동력이 필요했다. 물티슈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삶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연순이었다. 신지유의 텀블러와 식기를 세척하고, 생리컵을 열탕 소독하는 일도 연순의 몫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연순에게 지급하는 신지유의 돈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 p.115 신지유의 브이로그 카메라는 이 집 구석구석에 렌즈를 들이댔다. 하지만 신지유의 유튜브 채널에서 연순의 존재는 지워져 있었다. 빨래 통에 가득 쌓여 있는 신지유의 운동복을 친환경 세제로 세탁하고,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어질러진 신지유의 집을 감탄이 나오도록 말끔하게 치워내도 연순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 p.117-118 연순은 늘상 최소한으로 줄이고, 줄이면서 살아왔다. 없는 형편에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던 것일 뿐인데 이제는 그것이 미덕인 사회가 됐다. --- p.159-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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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싱크대와 변기를 바라보는 원룸을 탈출할 수 있을까?
열심히 벌어 멀쩡한 집이라도 한 채 마련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부동산 SF!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2020년 신동엽문학상, 2021년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한 김유담의 신작 소설 《스페이스 M》이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현실을 고스란히 지면에 옮긴 듯 생생하고 구체적인 묘사로 청년과 여성, 노동자의 불안과 혼란을 비추어온 작가는 《스페이스 M》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비현실을 배경으로 내 한 몸 누일 곳 없는 이들에게 “일터에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과 웃으며 마음 편하게 밥을 지어 먹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는” ‘집’이라는 신기루를 보여준다.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톱스타로 거듭난 배우 ‘신지유’. 야무진 살림 솜씨, 친환경 제품만 고집하는 뚝심에 대중은 열광한다. 그런데 신지유가 출연한 예능에도, 브이로그에도 절대 등장하지 않는 한 사람, 가사도우미 ‘김연순’. 연순은 지유가 원하는 대로 집 안 곳곳을 광내고, 병에 스티커 자국이 조금도 남지 않도록 깔끔하게 떼어내고, 지유가 밤새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아침에 새집처럼 정리해놓는다. 연순은 상냥하고 시급도 잘 쳐주는 지유의 집에서 일하는 것이 그리 불만스럽지는 않지만, 자신이 한 노동이 지유의 것으로 여겨질 때마다 왠지 모를 찜찜함을 느낀다. 그런 연순에겐 “인생은 신지유처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잘생긴 남자랑 즐기고 사는 삶!”이라며 부러워하는 딸 ‘임하나’가 있다. 하나는 연순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 착하고 고마운 딸로, 오랜 꿈을 포기하고 연순이 원하는 대로 간호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가 다니던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가방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성수동으로 떠나고, 심지어 이젠 독립하겠다며 자취방까지 얻는다. 하나와 함께 돈을 모아 서울 변두리의 오래된 전셋집을 떠나 멀쩡한 집 한 채만 마련하고 싶었던 연순의 바람은 유예되고, 속이 타는 연순이 문자로 안부를 묻자 띄엄띄엄 오던 답장도 언젠가부터 끊겨버린다. 하나의 자취방을 찾아간 연순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능범죄 수사팀의 수사관. 하나가 수사에 응하지 않고 하루아침에 증발해버렸다는 말에 연순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침대와 싱크대와 변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좁은 원룸, 집이라기보다는 방에 가깝지만 처음으로 가져본 혼자만의 공간을 두고 하나는 어디로 떠난 것일까? 연순은 딸 하나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경찰은 왜 착하기만 한 딸 하나를 찾아온 걸까? 모든 수수께끼의 답은 ‘스페이스 M’에 있다.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50권의 책으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위픽’을 통해 공개된다.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를 찾아간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한다. 3월 8일 첫 5종을 선보이고, 이후 매월 둘째 수요일에 4종씩 출간하며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또한 책 속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 있다.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이다. 한 장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