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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달리는 몸에 담긴 삶을 읽으며
김홍 • 인생은 그라운드 이수정 • 숨이 차오를 때 김기태 • 무겁고 높은 최아현 • 충분한 실수 김유담 • 핀 캐리(pin carry) 장류진 • 동계올림픽 김혜나 • 가만히 바라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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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계십니까. 들리십니까. 당신이 뛰었던 꿈의 구장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러나 당신과 함께했던 추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도 나는 야구를 할 것이다.
--- 김홍, 「인생은 그라운드」 중에서 사방에서 몸을 조여 오는 느낌….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몸이 스스로 밀어 올려지는 느낌…. 그 느낌은 내 안에서 어떤 의지를 솟게 했다. 그래서 날개를 펴듯 양팔을 벌릴 수 있었다. 팔로 물을 긁어내리자 발이 저절로 물을 찼다. --- 이수정, 「숨이 차오를 때」 중에서 어떤 비유도 아니고 상징도 아닌, 말하자면 그냥 100킬로그램의 손때 묻은 쇳덩이. 나도 몰라. 어쨌든 들 거야. 송희는 바벨을 쥐었다. 딱딱하고 차갑다. 하지만 내 손안에 있는 내 것. 내 몫의 약속. --- 김기태, 「무겁고 높은」 중에서 실은 이런 취미 활동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을 경멸해 왔다. 너무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인생이 얼마나 재미가 없으면 취미 생활에 목숨을 걸까. 연습 게임이든 아마추어 대회든 성적을 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 --- 최아현, 「충분한 실수」 중에서 아무리 최선을 다해 힘껏 굴려도 결국 같은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이 볼링공처럼, 매일 새벽 수백 상자의 막걸리를 싣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낯선 도시까지 가 닿았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오빠의 삶이 이제야 묵직하게 다가왔다. --- 김유담, 「핀 캐리」 중에서 “이 멍청아, 거기 애들 다 그쪽으로 갈 거 아냐. 눈치껏 따라가. 최나현이가 용인시청 소속인데 야이씨, 금메달 딸 줄 아무도 몰랐어 가지고 이거 큰일 났다. 지금 우리 대응이 하나도 안 돼 있어. 오늘 설이라 다들 지방 가 있고 연락도 안 되고 현장 대응 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 네가 책임지고 꼭 찍어 와야 돼. 알겠어?” --- 장류진, 「동계올림픽」 중에서 요가를 수련하고 가르치는 이유는 오직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함일 뿐이었다. 자신의 인생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적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안 좋은 일을 맞이하게 될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김혜나, 「가만히 바라보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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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15번째 『달려가는 소설』 출간
승패와 기록 너머, 달리고 버티며 살아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스포츠를 테마로 한 단편 소설 7편을 엮은 『달려가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소설집에는 김홍, 이수정, 김기태, 최아현, 김유담, 장류진, 김혜나 작가가 그려 낸 야구, 수영, 역도, 풋살, 볼링, 쇼트트랙, 요가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바야흐로 1,000만 러너 시대가 도래했다. 공원과 강변은 물론 도심 한복판에서도 저마다의 호흡으로 달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참가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손흥민, 김연아, 안세영처럼 세계 무대를 누비는 스포츠 스타들이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꿈의 좌표가 되면서 학교 스포츠 클럽이 더욱 활성화되고, 스포츠 에이전트·운동치료사 등 스포츠 관련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도 부쩍 많아졌다. 스포츠는 이제 특정 선수들만의 영역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상이자 문화다. 그런데 우리가 스포츠에서 주목해 온 것은 주로 기록이 어떻게 나왔는지, 승자는 누구인지였다. 기록은 숫자로 환산되어 소비되었고, 조명은 승자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그 빛나는 장면들 뒤에는 드러나지 않는 실패와 어려움, 삶의 무게가 있다. 달리고, 헤엄치고, 버티는 행위 하나하나에 깃든 각자의 서사가 있다. 소설은 바로 그 서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기록과 통계로는 포착할 수 없는 내면의 갈등, 타인과의 관계 등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엮은이들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각 종목에 담긴 삶의 서사에 집중하며, 몸을 움직이며 자신과 마주하는 경험을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 작품들을 탐색했다. 오늘도 자신의 삶을 달려가는 이들의 모습 야구 펀드 사기로 프로 야구가 사라진 세계에서 파산한 ‘나’는 아무도 하지 않는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혼자 시작한다(김홍 「인생은 그라운드」). 한편 선수가 금메달을 향해 달리는 시간에 인턴 기자 선진은 선수의 집을 찾기 위해 한파 속 골목을 헤맨다(장류진 「동계올림픽」). 스포츠의 빛 바깥에서 제 길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쇠락해 가는 탄광촌에서 역도부 3학년 송희는 들어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리기 위해 바벨을 쥔다(김기태 「무겁고 높은」). 오랫동안 고립되어 살던 미연은 풋살 코트에서 처음으로 ‘충분했다’고 느끼고(최아현 「충분한 실수」), 익사의 공포를 안고 살아온 ‘나’는 엄마의 수영 강습권으로 처음 수영장에 들어서서 오래 막혀 있던 숨과 눈물을 함께 터트린다.(이수정 「숨이 차오를 때」). 몸을 움직이는 일이 삶의 무언가를 내려놓거나 발견하게 한다는 것을 이 작품들은 보여 준다. 죽은 오빠의 볼링 수첩을 불태운 인숙은 분노로 볼링장을 찾아가 뒤늦게 오빠의 삶을 이해한다(김유담 「핀 캐리」). 요추 부상으로 일을 잃은 요가 강사 역시 태국에서 만난 무용수에게 요가를 가르치며 자신이 해 온 것이 무엇을 향했는지 묻게 된다(김혜나 「가만히 바라보면」). 『달려가는 소설』은 이처럼 달리고 버티고 실수하고 헤맨 끝에,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독자에게 건넨다. 인생길을 달려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화려한 승자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몸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 속에서 무언가를 내려놓거나 터뜨리거나 발견한다. 달려가는 인생길에서 만난 난관을 버텨 내고 극복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상처를 안고 사는 우리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집은 ‘몸으로 살아 내는 이야기,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도록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 소설집은 스포츠가 과도한 경쟁으로 치우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직시하면서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적 연대와 성장의 순간 역시 놓치지 않는다. 몸이 기억하고 몸이 말하는 것들을 이 일곱 편의 작품 속에서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달려가는 소설』은 멈춰 서고 싶은 순간에도 다시 신발 끈을 묶으며 일어서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이다. 청소년뿐 아니라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이 달려가는 이야기들이 삶을 견디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땀 흘리는 소설』, 『숨 쉬는 소설』, 『공존하는 소설』 등으로 이루어진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의 열다섯 번째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