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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맛 멋 (큰글자도서)
문장과 풍경, 계절로 빚은 우리 술 이야기
김혜나김현종 감수
은행나무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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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1부 시린 계절을 살아내게 하는 술

한 잔 술이 주는 기쁨 ― 동해와 설악을 품은 우리 술
산다는 것은 겨울에 따뜻한 것입디다 ― 겨울에 더욱 빛나는 소주
언제나 어디서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 충남 당진의 상록수
눈길을 걷는 어머니의 심정 ― 한국의 청주 서설
강쇠와 옹녀의 기운이 서린 한 잔 ― 지리산 기운 내린 강쇠
냇가에 내려놓은 마음 ― 한국의 보드카 무심
부드럽게 감싸 안고 위로하는 존재 ― 안동 맹개마을의 진맥소주
바쁘게 일하는 당신에게 건네는 한 잔 ― 여유소주로 가지는 여유
새하얀 도화지에 무엇을 그릴까? ― 지리산에 어린 꽃잠
술 한 잔에 깃든 추억과 사랑과 시 ― 강원도 홍천에서 술 헤는 밤
도자기 길에서 읽는(讀) 독과 독(毒) ― 담을술공방의 주향소주

2부 시인의 눈물방울을 닮은 맛

내가 바라는 손님 ― 264 청포도 와인
달콤 쌉싸름한 막걸리 ― 청년 양조인의 팔팔막걸리
시인의 눈물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 서울의 술 삼해소주
하얗고 깊은 마음 ― 소나기를 닮은 삼양춘 탁주
시인의 마을에서 향수를 읽다 ― 막걸리 향수와 시인의 마을
붉게 물드는 제주의 4월 ― 동백꽃과 함께 피고 지는 마음
이방인이 쉬어가는 맑은바당 ― 제주의 푸른 자연을 담은 술
청귤 밭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 제주산 청귤과 한라산 벌꿀의 조화, 바띠
소중한 이에게 건네고 싶은 술 ― 제주의 땅에서 얻은 오메기 맑은 술
순수한 금을 얻는 과정 ― 인삼 증류주 야수 G

3부 삶의 진실함과 세월의 깊이를 품은 멋

맑고 정한 막걸리 ― 문경 희양산의 흰양이
길들일 수 없는 자유로운 새 ― 다양한 부재료의 향연, C막걸리
세월의 깊이를 품은 시와 술 ― 해와 달이 담긴 해월 약주
술과 문학과 친구를 읽는 밤 ― 지초와 난초의 향기로운 사귐
서촌의 정취와 낭만이 어린 술 ― 옛것을 입혀 새로워지는 서촌막걸리
지치고 외로운 여행자의 삶 ― 지역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오산의 술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나요? ― 한아양조의 일곱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발견한 도시 ― 건축가가 빚은 막걸리
삶의 진실한 보석 ― 보석막걸리와 춤을
보리수 그늘 아래서 ― 존재의 시원始原을 그리며 보리수 헤는 밤
문학과 자연 그리고 우리 술의 어우러짐 ― 연희동 문학창작촌과 양조장

나오며
미주

저자 소개 2

2010년 장편소설 『제리』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청귤』 『깊은숨』, 장편소설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정크』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중편소설 『그랑 주떼』, 산문집 『나를 숨 쉬게 하는 것들』, 인터뷰집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 등을 썼다. 요가를 수련하며 소설을 쓰기 위해 여러 도시에서 체류해 왔고, 현재는 강원도 속초에서 달리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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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김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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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의 술, 삼해주(三亥酒)를 빚는 ‘삼해소주’의 대표. 30여 년 술을 즐기다 삼해주에 매료되어 삼해소주 아카데미에 가입했고, 무형문화재 김택상 명인으로부터 삼해주 주조법을 사사받았다. 현재 마포구에 위치한 공방에서 삼해소주 아카데미와 시음회를 운영하며 삼해소주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coolea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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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150*245*20mm
ISBN13
9791167374974

책 속으로

작가와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난서증에 시달리던 헤밍웨이가 럼주로 만든 칵테일 다이키리를 마시며 《노인과 바다》를 쓰기 시작한 일화는 문학 애호가라면 누구나 알만큼 유명하다. 그뿐 아니라 테네시 윌리엄스, 존 치버, 레이먼드 카버, 찰스 부코스키 등의 작품에도 술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작가들은 왜 이토록 술을 사랑할까?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다 보면 아무래도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마련이라 그것을 흘려 보내줄 술 한 모금이 절실해지는 것은 아닐까? 오로지 홀로 이어가는 글쓰기의 순간에 마시는 한 잔 술은 작가에게 가히 노동주이자 소울메이트라 칭할 법했다.
---p.14 「한 잔 술이 주는 기쁨」중에서

외롭고, 춥고, 고단한 겨울밤. 차게 식은 몸과 마음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상상을 해본다. 아랫목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가 느릿하니 눈을 부비며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하게’ 끓여낸 국수 한 그릇 말아 겨울소주와 함께 반상에 소박하게 올려놓는 모습. 나는 그 상상으로 들어가 술잔에 소주를 찰랑하게 채우고 한 모금 더 들이켜 본다. 입술과 목울대를 농밀하게 감싸다가 이내 가슴 저편에서 아스라이 따뜻해지는, 그것. 우리가 이 맑고 부드럽고 따스한 것을 잃지 않는다면, 아무리 시린 겨울에도 끝내 살아갈 수 있을 게다.
---pp.24~25 「산다는 것은 겨울에 따뜻한 것입디다」중에서

사람의 손으로 직접 빚는 막걸리는 날씨와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봄에 빚은 꽃잠과 가을에 빚은 꽃잠, 어제 빚은 꽃잠과 오늘 빚은 꽃잠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란다. 이토록 다양한 맛을 가진 꽃잠은 마시면 마실수록 빠져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설탕이 귀하던 시절에는 멥쌀에 누룩을 넣어 빚은 단양주만으로 단맛을 충분히 느꼈으리라. 그런 과거의 맛을 재현한 탁주가 바로 꽃잠이 아닐까? 꽃잠을 입안가득 머금고 꿀떡꿀떡 넘기니 쌀이 주는 풍성하고 다양한 맛에 눈이 떠졌다. 이것이 진짜 우리의 술이구나. 오래전 우리 삶을 달래주던 탁주가 이런 맛이었겠구나 싶어 왠지 모르게 아득한 감상에 빠지고 말았다.
---pp.71~72 「새하얀 도화지에 무엇을 그릴까?」중에서

강렬하면서 맑고, 맑으면서 독하고, 독하면서 쓰고, 쓰면서 달고, 달면서 짜고, 짜면서 구수하다. 단 한 방울만으로 깊고 풍부하게 입안에 차올랐다가 뜨거운 기운으로 목울대와 가슴을 쓸고 내려가는 삼해소주는 나라 잃은 시인의 눈물방울을 닮은 듯하다. 그토록 그리던 나라를 되찾았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 없는 시인의 눈물, 그렇다고 현실을 그저 증오하고 절망할 수만도 없는 시인의 얼룩진 눈물이 바로 이런 맛이지 않을까?

시음회를 진행한 김현종 대표는 삼해소주의 풍부한 맛과 깊은 풍미가 바로 108일에 걸친 장기 발효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개량 누룩 혹은 일본식 누룩인 입국이 아닌 우리 전통 누룩의 고유한 특성이 맛을 다채롭게 하는 것이라고. 삼해소주의 재료는 쌀, 물, 누룩 세 가지로 단순하지만 누룩균의 다양한 미생물이 매운맛, 신맛, 짠맛, 쓴맛 등으로 어우러진, 시인의 눈물과 같은 함축적인 맛을 완성하는 것이다.
---p.108 「시인의 눈물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중에서

맑고 푸른 제주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언덕에서 맑은바당’을 꺼냈다. ‘바당’은 ‘바다’의 제주 방언으로, 종성에 오는 이응 받침이 맑은 바다 이미지를 한층 선명하게 전해준다. 제주에는 쌀이 자라지 않으므로, 술도가에서는 해풍을 맞고 자란 해남 찹쌀을 가져다가 술을 빚은 뒤 맑은 부분만 떠내어 맑은바당을 만들었다고 한다. 황금빛이 감도는 맑은 술의 색은 뫼르소를 내리쬐는 한낮의 태양을 닮았다. 눈부실 정도로 맑은 맑은바당을 맛보며 인간은 누구나 바다 위 섬처럼 떠 있는 ‘이방인’에 다름 아님을 투명하게 깨닫는다. 눈앞의 저 비현실적인 바다가 환영이 아닌 실재이듯, 이방인 또한 부조리한 세계에 그저 실제할 뿐이다. 술도, 바다도, 소설도, 뫼르소도, 그리고 ‘나’까지도 그저 실재하고 있음을 맑고 투명하게 감각하며, 맑은바당을 한 모금 더 삼킨다.
---p.137 「이방인이 쉬어가는 맑은바당」중에서

인사동 포장마차 술자리에서 흘린 술이 반이라며 그저 흘러간 인생을 돌아보고 감성 어린 눈물을 떨구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인생 또한 찰나라고 했던가. 살아오는 동안 그 많은 술을 대체 어디서 흘렸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절반의 술이 생명의 술병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시인은 믿고 있다. 현자는 과거와 미래가 아닌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고 했다. 해월 약주를 한 잔 들이켜는 순간이면 하늘의 명을 깨달아가는 지천명 세월이 그저 아쉽거나 두렵지만은 않을 듯하다. 속을 알 수 없는 생명의 술병 속 세월의 잔해와 기품이 서린 맑고 고운 술이 아직은 절반이나 남아 있음을 깨달으며, 우리 앞에 놓인 삶을 오히려 긍정할 수 있다.
사람의 인생과 세월의 깊이를 품은 시와 술이 있는 한, 나에게 남은 생명의 술이 얼마큼이든 관계없이 주어진 시간을 언제나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을 법하다.

---pp.177~178 「세월의 깊이를 품은 시와 술」중에서

출판사 리뷰

우리 술로 선명해지는 생의 감각과
술 빚는 마음이 전하는 위로와 평안

“외롭고, 춥고, 고단한 겨울밤. 차게 식은 몸과 마음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상상을 해본다. 아랫목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가 느릿하니 눈을 부비며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하게’ 끓여낸 국수 한 그릇 말아 겨울소주와 함께 반상에 소박하게 올려놓는 모습. 나는 그 상상으로 들어가 술잔에 소주를 찰랑하게 채우고 한 모금 더 들이켜 본다. 입술과 목울대를 농밀하게 감싸다가 이내 가슴 저편에서 아스라이 따뜻해지는, 그것. 우리가 이 맑고 부드럽고 따스한 것을 잃지 않는다면, 아무리 시린 겨울에도 끝내 살아갈 수 있을 게다.”
_본문 중에서

더없이 친숙한 재료로 빚은 우리 술은 마치 문학이 그러하듯, 생의 감각을 일깨워준다. 작가는 목울대를 덥히는 따스한 소주 한 모금은 시린 계절을 버틸 온기를 준다. 쌀, 물, 누룩이 시간과 빚어낸 함축적인 맛은 꿈에 그리던 광복을 맞이했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시인의 눈물방울을 느끼게 한다. 돌배향을 머금은 막걸리는 유년 시절 어머니가 썰어주던 달큰한 배와 함께 씁쓸했던 유년의 기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약주 한 모금에 매일 밤 장사를 마치고 소주를 홀짝이던 아버지의 마음을 성큼 이해하게 된다. 이렇듯 술은 두터운 일상의 더께로 덮여 내면 깊은 곳에 잠든 소중한 마음을 한순간에 길어 올린다.

작가에게 술은 맛있는 음식, 감각적 기쁨일 뿐 아니라 향기로운 사귐이기도 하다. 우리 술에 푹 빠진 작가는 우리 술을 빚는 방법을 직접 배우고 우리 술 장인들을 찾아다닌다. 밤낮없이 술을 빚으며 고생하는 그들의 얼굴은 어쩐지 행복하기만 하다. 알코올의 매운맛과 쓴 향을 지우기 위해 수년간 옹기를 빚고, 양조 기계의 균일한 맛을 거부하며 고집스럽게 자신의 손으로 술을 내린다. 건축가로, 은행원으로 일하던 이들이 우리 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몇 년을 몰입해 자신의 양조장을 차린다. 그들은 천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전통에 ‘나다움’을 더해 자신만의 술을 내놓는다. 작가는 그들과 술로 마음을 나누며, 그들의 순수한 애정에서 자신의 문학하는 마음을 되새겨본다.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거야”
15년차 소설가의 담백한 음미, 진득한 술 맛 멋

술만 있어서는 맛있게 취할 수 없고, 맛만 있어서는 기분 좋게 취할 수 없다. 맛과 멋이 함께 한 잔 술에 담길 때, 비로소 삶의 피로를 씻어내고 내일을 살아낼 위안을 주는 우리 술이 완성된다. 책을 펼쳐 들고 작가가 이끄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한 모금씩 술을 넘겨보자. 헛헛했던 마음이 술과 문학의 향기로 차오를 것이다.

“사람의 인생과 세월의 깊이를 품은 시와 술이 있는 한, 나에게 남은 생명의 술이 얼마큼이든 관계없이 주어진 시간을 언제나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을 법하다.”
_본문에서

추천평

사람이 만든 가장 치명적인 음료인 술에 바치는 작가의 헌사다. 어디까지나 술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김경주의 독하고 아름다운 시로 시작해서 한창훈과 이청준, 톨스토이와 카뮈, 그리고 윤동주와 술잔을 기울인다. 술 공부를 많이 한 작가의 글이라 다 읽자면 체내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고 만다. 작가에게 술은 결국 아름다운 사람이며 사람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려는 마중물이다. 작가와 대작하며 끝까지 가서 결국은 취한다. 취하지 않으면 술이 아니니. 들판에선 카우보이 말을 듣고, 술집에선 바텐더 말을 들어야 한다. 오늘은 작가가 이끄는 대로 한 잔씩 마셔보시라. 잡으면 취하고, 그래서 놓을 수 없는 책이다. - 박찬일 (셰프, 《밥 먹다가, 울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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