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길과 골목들을 걷다 보면 여기에 어떤 시간들이 존재했을지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될 때가 있다. 계획에도 없이 그러나 이끌리듯 멈춰 서서 들여다보게 만드는 흔적들을 두고 『이미지와 함께 걷기』는 거기에 어떤 목소리와 존재들이 있었는지 여러 시간을 오가며 살피고 귀 기울여 우리에게 전한다. 광주를 만든 것은 여공들의 목소리였고 이제 그 흔적은 개발로 대부분 사라지겠지만 그럼에도 어딘가에 남고 떠돌고 그리하여 이어진다는 것을 김서라의 글은 보여 준다. 모두 김서라의 광주를 함께 걷기를 바란다. 그리고 소리 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모든 것을 다 아는 소녀의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끝까지 읽고 싶고 끝까지 알고 싶다. 그런데 끝까지 읽어도 소녀의 얼굴은 늘 떠오르지 않고 골목 끝까지 걸어도 누군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지는 않고 해가 질 때까지 걷고 걸어도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운명은 나타나지 않는다. 왜 그런 거야? 시간이 흐르고 내가 무엇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그런 기대를 하지 않게 된 지금도 모든 것을 다 아는 소녀, 따로 자라는 소녀의 얼굴은 그려지지 않는다. 아마 나란히 달려가는 마음 뜨거운 숨결 불안하게 움직이는 눈빛 같은 것만 생생하게 다가와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인가 보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아까시나무에 묶인 채 여름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유현을 보았다. 반투명한 유현의 몸을 통과한 햇빛이 꼭 물결에 비친 빛처럼 그 아래쪽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부드럽게 풀린 유현의 얼굴이며 편안하게 허공에 놓인 팔다리가 하늘을 향했다. 몸속의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 보다가, 나는 다시 감
정목이의 아버지 정목이 원준이가 계곡을 향해 걸었다. 정목이의 아버지가 성큼성큼 앞서 걸었고 정목이 아버지의 뒤를 정목이와 원준이가 나란히 따라 걸었다. 그런데 그 뒤를 따르는 것은? 정목이와 원준이가 정목이 아버지를 따르는 것 처럼 정목이와 원준이를 따르는 것이 있었는데. 뒤를 돌아보면 알 수 있겠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햇빛과 선명한 파란색의 하늘은 그대로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