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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큰글자도서)
장강명
글항아리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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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라이브러리

MD 한마디

AI로 대체불가한 벽돌책 읽기
쓰기는 AI에 맡겨도 읽는 건 우리의 몫,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장강명 작가는 벽돌책을 추천한다. 종합건설지성을 키우기 좋은 수단이라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100권 목록만으로 소장할 가치는 충분하다.
2026.03.17. 손민규 인문 PD

책소개

목차

머리말 어슬렁어슬렁 걷는 기분으로

1장 벽돌책을 읽은 사람은 전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첫 도전용으로 좋은, 술술 넘어가는 벽돌책들

001 『핑거스미스』 | 002 『재난, 그 이후』 | 003 『폭격기의 달이 뜨면』 | 004 『사람을 위한 경제학』 | 005 『눈먼 자들의 경제』 | 006 『꿈꾸는 책들의 도시』 | 007 『끝없는 이야기』 | 008 메리와 메리『메리와 메리』

2장 AI 시대에 벽돌책 독서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
-사유의 과정을 보여주는 벽돌책

009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010 『생각에 관한 생각』 | 011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 012 『도도의 노래』 | 013 『용과 독수리의 제국』 | 014 『사고의 본질』 | 015 『도덕의 궤적』 | 016 『통제 불능』 | 017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 018 『문명과 전쟁』 | 019 『나이듦에 관하여』

3장 어떤 생각들은 그에 걸맞은 분량을 요구한다
-크고 촘촘한 생각이 담긴 벽돌책들

020 『축의 시대』 | 021 『행동』 | 022, 023 『부모와 다른 아이들』 1, 2 | 024 『열정과 기질』 | 025, 026 『생각의 역사』 1, 2 | 027 『경제학자의 시대』 | 028 『진화심리학』 | 029 『사회심리학』 | 030 『한낮의 우울』 | 031 『세계 철학사』 | 032 『중세의 가을』 | 033 『현대의 탄생』 | 034 『과학을 만든 사람들』 | 035 『인간 본성의 법칙』

4장 지적 지구력이라는 ‘정신의 기초 체력’
-도발적이거나 논쟁적이거나 불편한 벽돌책들

036 『특이점이 온다』 | 037 『루시퍼 이펙트』 | 038 『안티프래질』 | 039 『빈 서판』 | 040 『권력과 진보』 | 041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 042 『문명의 붕괴』 | 043 『무신론자의 시대』 | 044, 045 『모던 타임스』 1, 2 | 046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047 『조현병의 모든 것』 | 048 『마오주의』 | 049 『신의 전쟁』 | 050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051 『잿더미의 유산』

5장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감각
-삶을 체험하게 하는 벽돌책들

052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053 『권력의 조건』 | 054 『레이먼드 카버』 | 055 『조지프 앤턴』 | 056 『레닌』 | 057 『레오나르도 다빈치』 | 058 『히치콕』 | 059 『스티브 잡스』 | 060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 061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 062 『메디치 가문 이야기』 | 063, 064 『4 3 2 1』 1, 2 | 065, 066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067, 068 『일리움』, 『올림포스』 | 069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070 『크로스로드』 | 071 『순수』 | 072 『굶주린 길』 | 073 『다윈 영의 악의 기원』 | 074 『게스트』 | 075 『최악』 | 076 『망내인』 | 077 『화석맨』

6장 모듈형 벽돌책들의 매력
-곁에 두고 심심할 때 읽으면 좋은 모듈형 벽돌책들

078 『일』 | 079 『교양』 | 080 『죽이는 책』 | 081 『기 드 모파상』 | 082 『작가란 무엇인가』 | 083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 | 084 『지독하게 인간적인 하루들』 | 085 『오리지널 마인드』 | 086 『뉴욕타임스 과학』 | 087 『진리의 발견』 | 088 『시간의 탄생』 | 089 『촘스키, 사상의 향연』 | 090 『안 그러면 아비규환』 | 091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 092 『THE 좀비스』 | 093, 094 『한국추리소설 걸작선』 1, 2

7장 버거운 책을 읽는 것도 좋은 경험
-심오하거나 다소 딱딱한 벽돌책들

095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096 『컨버전스』 | 097 『보수의 정신』 | 098 『붕괴』 | 099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 | 100 『호라이즌』

저자 소개1

신문기자로 일하다 2011년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아내 김새섬 대표와 함께 온라인독서모임 플랫폼 ‘그믐’(www.gmeum.com)을 운영한다. 한겨레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작가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심훈문학대상, SF어워드 우수상 등을 받았다. 장편소설 『열광금지, 에바로드』 『호모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댓글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재수사』(전2권)와 연작소설, 소설집, 르포 등 다양한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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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175*260*28mm
ISBN13
9791169095488

책 속으로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한번은 체험해봐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산다는 것 자체가 그렇지요.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무생물 상태로 돌아가는 게 우리 삶의 결론입니다. 삶의 진수는 무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덤으로 가는 길에 있습니다.
--- p.19~20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합니다. 제게는 사람보다 책이 편해서, 책에 대한 책을 읽을 때면 마음이 배로 편안해집니다. 책 이야기하는 책 중에서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책 두 권은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와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입니다.
--- p.40~41

이 책에서 두 메리의 삶은 하나의 이야기로 단단하게 이어집니다. 어떤 정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같은 정신을 지닌 어머니와 딸이 시간을 넘어 손을 잡고 온갖 부조리한 인습과 차별에 맞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가끔은 두 사람이 껴안고 함께 우는 것 같습니다. 열정적이고도 섬세한 두 영혼이 분투하다 상처 입는 모습을 저자가 생생하게 그릴 때 독자도 울고 싶어집니다. 저자는 두 메리를 무오류의 전사로 그리는 함정에 빠지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딸은 질투에 휩싸이고, 히스테리에 빠지며, 헛웃음을 참기 어려울 정도로 유치해지기도 합니다. 고매한 이상과 결연한 의지에 그런 인간적 흠결들이 섞여, 저자가 그린 두 인물의 초상은 숨소리를 느낄 수 있을 것처럼 생기를 뿜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방대한 사료 취재가 있는데, ‘기록의 재구성과 역사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읽어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 평전 자체도 그 전쟁의 최전선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p.47~48

그런 종합건설지성을 키우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앞선 종합건설지성들이 일하는 방식을 보고 흉내 내는 것 외에 달리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자신이 복잡한 사고의 건축물을 만든 방식을 친절하게 책으로 풀어 쓴 저자들이 있습니다. 그런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책은 벽돌책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 p.57

빅뱅에서 시작하는 이른바 ‘빅 히스토리’ 도서들이 우주에서 굽어보는 지구를 보여주려 한다면, 이 책이 그리는 풍경은 대략 성층권 정도에서 내려다본 인간 사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높이에서만 포착되는 진실도 있습니다. 같은 이스라엘의 전쟁사 전문가인 유발 하라리의 책들과 비교하면 약간 더 딱딱하고, 전쟁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좀더 깊이 파고드는 편입니다.
--- p.88~89

어쩌면 벽돌책 독서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이 단순하고 명쾌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 인터넷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한 쪽짜리 지식은 대개 엉성하거나 의미가 훼손된 상태임을 아는 것. 지적으로 겸손해지고 신중해지는 것.
--- p.100

무엇보다 시선이 참으로 불경합니다. 인간이 왜 이 모양이냐고요? 그렇게 진화해서 그렇습니다. 이러저러한 폭력적, 성차별적, 기회주의적 본능이 그러저러한 경로로 수만 년에 걸쳐 우리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이 관점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이 달리 보입니다. ‘야, 말 된다, 그래서 이런 거였구나’ 하는 시원함도 맛보지만 ‘차별과 범죄행위에 과학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 같네’ 싶은 찜찜함도 따라옵니다.
--- p.122

그럼에도 이 책은 ‘암흑의 핵심’에 있는 것을 언어로 최대한 붙잡고자 할 때 가장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목적의식이 없는 상태, 관점 자체가 없어지는 기분, 부식되어가는 자신에 대한 증오와 환멸, 그 상황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감. 그리고 놀랍게도 암흑을 파헤치는 작업을 따라가다보면 반대편에 무엇이 있는지를 점점 더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우리는 “서툴지만 열정적인 저글링 곡예사”가 되어 “스트레스가 많고 매혹적인 삶”을 쫓아야 합니다.
--- p.127~128

벽돌책을 읽는 독자는 저자가 논리를 전개하는 동안 꾹 참고 들어야 합니다. 지적 지구력을 훈련하는 일은 지적 예의를 배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독자는 저자가 왜 그런 전제를 세웠는지, 왜 이 증거를 선택했는지를 수백 페이지에 걸쳐 경청한 뒤에야 온전한 반론을 제기할 자격을 얻습니다. 얇은 책을 읽거나 발췌독을 할 때는 경험하지 못하는 일이지요.
--- p.152~153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세계적 권위자가 매우 유려하게 펼치는 주장이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곱절로 위험하다 하겠습니다. 일반 교양 독자들은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읽어야 할 물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핑커의 비판 대상에는 엘리트 예술이나 포스트모더니즘도 있는데,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현대 예술을 살피는 대목이 무척 흥미롭고 때로는 통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술은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전제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 p.164~165

책 속 인물들 중에는 제가 끝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좋아하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혐오스럽기만 한 사람은 없더라고요. 한 개인뿐 아니라 그런 개인들의 집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감정을 품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쉽게 말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벽돌책 독서로 얻는 교훈이라 생각합니다.
--- p.206

솔직히 말하자면 무척 괴로운 책입니다. 960쪽에 이르는 분량이 아니라 우상의 추락 때문에 그렇습니다. (…) 문학의 이름으로 그 범죄를 옹호할 생각은 눈곱 부스러기만큼도 없습니다. 카버가 단 한 줄도 못 쓰는 대신 그의 아내가 얻어맞지 않는 것이 그 두 사람에게도, 인류 전체에게도 더 나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버가 엉망진창인 정신 상태로 쓴 작품들에 많은 사람이 사로잡히고, 저도 종종 그렇습니다.
--- p.215~216

모듈형 벽돌책 독서를 선승으로부터 화두를 받고, 그 화두에 관한 가르침을 수십 일에 걸쳐 조금씩 듣는 일에 빗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기간에 독자는 자신이 받은 화두를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하게 되지요. 같은 질문을 다른 방향으로 여러 차례 마주하면서, 생각이 흩어지는 게 아니라 천천히 넓어집니다. 야생동물조차 인간에게 복잡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치고, 이른 은퇴의 장단점을 고찰해보고, 세상에 과연 잔혹한 이야기가 필요한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 p.282

출판사 리뷰

벽돌책을 읽는 사람은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벽돌책을 읽는 사람은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두꺼운 책을 읽는 경험은 ‘나’ 안에 갇혀 있지 않고 타인과 최대한 넓고 깊게 접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작가에게 빠져들면 독자는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허물며 조정할 필요를 느낀다. 저자는 이것을 청년기의 사랑이나 혼자 하는 첫 해외여행에 빗댄다. 이 둘은 대체로 실연과 실패를 안기지만 견뎌낸 후에는 더 좋은 삶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장에서 소개하는 8권은 처음 도전하기 알맞은 가독성 뛰어난 책들로, 독자는 이것들을 읽고 나서 관점이나 내면의 변화를 겪을 것이다. 벽돌책은 사실상 ‘과정’이 전부라 할 수 있다. 저자가 논의를 이끄는 과정을 좇으면서 저자와 직접 논쟁을 벌이거나 혹은 등장인물과 친해지게 된다. 예컨대 752쪽 분량의 『폭격기의 달이 뜨면』을 읽으면 건조한 사료 더미에서 피 끓는 드라마를 접하게 되고, 그 결과 치명적 약점이 넘치는 처칠을 사랑하기까지 하게 된다. 또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읽고는 전반부의 동화풍 상상력과 유머에서 점점 진중한 문제의식으로 옮겨가 ‘문학의 감동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하게 된다.

장강명 작가는 전작 『먼저 온 미래』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글 쓰는 작가의 존재 가치 하락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실마리를 찾으려 시도했다. 이때 그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장 많이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벽돌책 읽기’였다. 그는 AI 시대에는 인간에게 새로운 성격의 앎이 요구되며, 이는 바로 여러 논리를 검토해서 종합하고 책임지는 능력, 커다란 견해를 설계하는 복잡한 사고력이라고 본다. 이런 작업은 거대한 현실을 분석하고, 이를 추상화하며, 여러 논리를 견디는 거대 건축물을 짓는 것과 같다. 그는 이런 지적 능력을 ‘종합건설지성’이라 부르는데, 많은 벽돌책 작가가 일찍이 종합건설지성을 보여주었다.

2장은 이처럼 커다란 지적 설계를 하도록 북돋우는 책 11권을 소개한다. 여기서 핵심은 저자의 생각에 대한 동의/반대보다 논리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힘, 새로운 틈을 파고드는 질문의 방식 등이다. 가령 이런 책들을 읽으면 인간의 비이성을 우리가 마침내 다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희망이 생기고(대니얼 카너먼), 익히 알던 사실을 재구성하는 탁월한 관점을 배우기도 하며(이언 모리스), 슬프고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지적인 현실감을 느끼고(데이비드 쾀멘), 범주화와 유추를 통해 사고의 도약을 이루게(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외) 된다.

복잡하고 거대한 사고는 벽돌책에 담겨 있을 확률이 높다

양이 질을 담보할 수 있을까. 책에 관한 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예’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생각들은 그에 걸맞은 분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진실, 깊은 사유의 과정은 얇은 책에 담을 수 없다”는 도발적인 견해를 드러낸다. 내용이 새롭고 도전적일수록 설명과 논증 과정은 길어지며, 하나의 사유가 중단 없이 이루어지는 생각의 영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대한 규모의 저술을 한 저자들은 자신이 처음 던진 질문을 수정하기도 하고, 반대쪽 주장들을 아우르면서 확장하는 방식을 취한다.

3장에서는 크고 촘촘한 생각을 고해상도로 전해주는 책 16권을 소개한다. 가령 피터 왓슨의 『생각의 역사』는 머릿속에 단단하고 거대한 규모의 서가를 설치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 서가는 ‘형이상학적 책장’이라 할 수 있는데, 당신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수많은 책이 그곳에서 가지런히 정렬될 것이다. 앤드루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을 읽으면서는 ‘암흑의 핵심’에 있는 것들이 얼마만큼 언어화될 수 있는지 그 능력의 최대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습성은 사실 21세기 들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공론장 붕괴를 가속화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있다. 온라인 논쟁에서는 한 문장으로 단칼에 승부를 봐야 하며, 참여자들 모두 점점 더 조급해지면서 집중력과 주의력은 이전 같지 않다. 지적 지구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복잡한 사유를 견디지 못하는데, 이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큰 비극이다. 주변 세계가 뿌옇고 모호해질 때 자기 삶을 설계하는 능력이나 최선의 선택을 하는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데 가장 밑바탕이 되는 힘은 ‘지적 지구력’이라고 말한다. 현란한 주변 세계를 높은 해상도로 이해하거나 복잡한 사유를 견디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도발적이거나 불편한 주장을 펼치는 벽돌책을 읽으며 저자와 긴 논쟁을 펼쳐보라. 이때 자신의 판단은 보류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해본다. 벽돌책을 읽는 것은 지적 예의를 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독자는 저자가 세운 전제, 채택한 증거를 수백 페이지에 걸쳐 따라간 뒤에야 비로소 반론할 자격을 얻는다. 4장에서는 그런 도발적인 책 16권을 소개한다. 기술문명, 기후위기, 문명의 붕괴 등 거대한 주제들을 다룬 책들인데, 이것이 과연 위기인지 아닌지, 주범은 누구인지를 판단할 때 독자는 대립의 날을 세우게 될 것이다. 이때 선취한 지식 속에서 체득한 논쟁의 방식을 활용해 자기 입장을 수정·정립하는 것은 단단한 기초 체력이 되어줄 것이다.

미세한 체험이 쌓여 일으키는 거대한 정서적 충격

벽돌책 읽기는 한 권의 책과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독자는 등장인물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감각까지 얻게 된다. 장강명 작가는 이때 독자의 내면에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고 말하는데, 즉 “그 인물을 평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가령 에릭 라슨의 『폭격기의 달이 뜨면』을 읽으면서 처칠의 고민에 함께 붙들려 마침내 그를 애정하게 되었다고까지 말한다. 처칠은 역사적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은 후 처칠을 높이 평가하게 됐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 저자는 책을 읽기 전보다 답하기 더 어려워졌다는데, 타인이 겪은 고통을 오랜 시간 들여다보면 그를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주제와 관련된 책 26권을 5장에서 소개한다. 처음에는 책 속 인물들이 낯설 수 있지만, 점점 더 몰입도와 감흥이 높아지는 책들이다.

저자는 “벽돌책이 만든 공간에서 독자는 인물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경험을 미세하게 하다보면 절정에 이르러 독자가 받는 정서적 충격은 거대해진다. 우리는 책 속 인물들을 반드시 좋아하게 될까? 꼭 그렇지는 않지만, 단언컨대 “혐오스럽기만 한 사람은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오펜하이머, 레이먼드 카버, 살만 루슈디, 레닌…… 혼란에 빠지고 자책하는 인물이든, 자신을 잘 포장하는 야심가든, 교활하고 조급한 인물이든 독서 후에는 그들을 단면적으로 평가하지 않게 된다.

이어서 각 챕터가 독립적이고 병렬적이어서 하나로 꿰어지기보다는 풍성한 사례가 이어지는 종류를 저자는 ‘모듈형 벽돌책’이라 부르는데, 이들 책은 크고 복잡한 생각을 담고 있진 않더라도 벽돌책의 고유한 경험을 고스란히 안겨준다. 모듈형 벽돌책 읽기는 “주의력 결핍 시대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정보 과잉, 정보 파편화 시대에 두꺼운 책의 성취감과 얇은 책의 경쾌함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읽을거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책 17권이 6장에서 소개된다.

벽돌책 읽기는 자칫 억지로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과연 그렇게라도 읽어야만 할까? 억지로 읽는 것은 가장 안 좋은 독서 방법이다. 하지만 지루해서 책장이 안 넘어가는 책을 완독하는 데서 오는 깨달음과 이익도 있다. 첫째, 자신의 지적 한계를 가늠할 수 있다. 둘째, 어떤 사안을 다 이해하지 못한 채로 파고드는 훈련을 하게 된다. 셋째, 벽돌책을 읽으면 지적으로 겸손해진다. 나는 겨우 읽어가는데 누군가는 이미 이 책을 써냈다는 점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런 겸손함은 문해력 부족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모르는 게 많다’고 여기는 사람은 더 많이 배우면서 세상을 정확하게 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미를 장식하는 7장에서는 딱딱하지만 심오한 벽돌책 6권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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