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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경 애완동물 사육 불가 7
작가 노트 : 건강히 잘 지내시나요? 장강명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 51 작가 노트 : 전모를 알 수 없는 붕괴와 분노하지 않는 포도 정명섭 평수의 그림자 109 작가 노트 : 평수는 왜 그림자를 보게 되었을까 정진영 밀어내기 151 작가 노트 : 사다리는 무너졌다 최유안 베이트 볼 203 작가 노트 : 사는 집, 사는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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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야 해.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맞는 말이다. 집주인들은 하나같이 반려동물 키우는 걸 싫어했다. 이사를 자주 다녀보았지만 세입자가 반려동물 키우는 것을 반기는 집주인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심지어 자신이 반려동물을 키우는데도 그랬다. 그들은 자신이 빌려준 집에서 세입자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 p.12 전세사기 피해자가 3천 명이 넘는 것으로, 피해액도 3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자 수도, 피해 규모도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어디까지 늘어날지는 아무도 몰랐다. 속도의 나라답게 여러 국회의원들이 갑자기 전세사기피해지원 특별법 법안을 쏟아냈다. 특별법안이 나왔다, 하고 환호하던 때부터 50번째 법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서로 베꼈는지 내용은 다 엇비슷했다. 그리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 과정을 거치며 피해자들이 원하던 사항들이 빠졌다. 나중에 남은 내용들은 정부에 건물 경매를 맡길 경우 수수료를 깎아주겠다거나, 무이자 대출을 최대 10년까지 해주겠다거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건물을 사려고 할 때 우선권을 주겠다거나 하는 허섭스레기들이었다. --- p.86 어디에서도 그림자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 대리는 쥐고 있던 볼펜을 내동댕이치며 서글프게 웃었다. “우리는, 우리는 그림자일 뿐이야. 크거나 작거나 혹은 없거나.” 김 대리의 혼잣말을 들은 환자 중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멀쩡하게 생겼는데 미친놈이네.” 김 대리, 김평수는 나는 미치지 않고 그림자가 미쳤다고 대꾸하려고 했다. 하지만 웃고 있던 입에서는 웅얼거리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 p.141 “여긴 우리 집이라고요! 석 달 전부터 법적으로 우리 집이라고! 억울하면 법적으로 따져보자고요! 이 집이 누구 집인지!” 악취로 가득한 공간에 겹쳐 들리는 젊은 여자와 늙은 여자의 악다구니. 지옥이 존재한다면 그 안에서 들리는 울부짖음이 이런 소리일 듯싶었다. 나는 조용히 현관문을 닫았다. 내가 살고 있지만 내 것이 아닌 집, 내 집이지만 내가 살 수 없는 집. 과연 어떤 집이 조금 덜 지옥에 가까울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 pp.190-191 본격적으로 계약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이 실장이 집주인에게 요즘은 어떤 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물었다. 사모님이 한 발을 내다보잖아. 그 분양권도 애물단지 될 줄 알았는데 바로 나가고. 부럽다 부러워. 나는 어쩐지 질문하는 자와 답변하는 자가 바뀐 것 같은 그 문답 사이에 우두커니 올려진 계약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이야기를 반응 없이 들었다.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 이 바닥에서는 돈이 스승이야. 아무도 믿지 마. --- pp.232-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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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월급쟁이들의 자산 마련 수단으로 기능했던 전세가 끝나고 월세가 ‘뉴 노멀’이 되는 시기이다. 당대에 직접 눈으로 보거나 당사자로부터 들어야 붙잡을 수 있는 생생한 묘사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설령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더라도, 그리고 전월세라는 좁은 앵글이라더라도, 다섯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많다고 믿으며 앤솔러지를 기획했다. (……) 소설가가 써낼 수 있는 건 정책 대안은 아니다. 시장 진단이나 분석조차 아니다. 전모를 보지 못하고 해답도 모르더라도, 정직하게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편안한 관념 밖에서 살아 있는 인간과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픽션이 현실에 발을 붙인다는 말을 나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 (……) 많은 것이 무너지는 시대에 이런 믿음이라도 붙들고 싶다.-장강명
‘내 집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현실을 말하다! 김의경 : 애완동물 사육 불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방임에 가까운 상태로 키워진 자매는 어른이 된 지금 서로를 의지하며 반지하에서 함께 살고 있다. 강아지를 키우며 캣맘 생활을 하기도 하는 자매는 집주인의 반대로 이사를 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애완동물이 있는 세입자를 반기는 집주인은 없고, 운 좋게 마땅한 집이 나서 이사를 가게 된 자매는 더 이상 캣맘의 생활을 하지 않겠다 선언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자매는 문밖을 나선다. 장강명 :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 루바토빌 입주민들은 자신들이 전세 사기를 당했음을 알게 되나 집주인과 부동산중개업소는 연락두절이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끼리 연합체를 만들고 함께 구제를 요구하나 해결 방법은 요원하다. 지리한 싸움을 이어가는 중 입주민 중 한 명은 자살을 선택하고, 한 가정은 이혼을 한다. 자기 땅을 지키기 위해 장갑차로 개조한 자신의 불도저를 타고 맞섰던 마빈 히메이어를 떠올리며 주인공은 그가 나타나 악몽 같은 자신의 꿈을 부숴주기를 바란다. 장진영 : 밀어내기 결혼을 앞둔 나는 좀 멀더라도 자가 주택을 소유하길 원하나 아내는 세를 살더라도 지금 사는 수준을 유지하길 바란다. 결국 아내의 뜻을 따라 아파트 전세로 입주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나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 위협을 느끼고 집을 다시 알아보다 부동산중개업자의 권유로 신축 복층빌라에 전세로 들어간다. 화려한 내외장재에 흠뻑 빠진 부부는 만족스런 삶을 유지하나, 집주인의 갑작스런 집 매매로 곤란에 처하고 설상가상 새 주인은 그들에게 전세금을 내줄 상황이 못 된다. 절망에 빠진 아내는 여러 날 경매 물건을 살피고, 아파트를 낙찰 받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쓰레기더미가 가득한 아파트와 그 안에 살고 있는 노파이다. 정명섭 : 평수의 그림자 순항은행 대출계에 근무하는 김 대리는 어느 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이 그들의 그림자로 보이는 능력을 갖게 된다. 대출 받으러 오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보며 쉽게 대출을 허가하고 또는 쉽게 대출을 거절하는 그의 속내를 알 수 없는 동료들은 그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호감을 가지고 있던 동료 여직원의 작은 그림자, 자신의 집을 방문한 장모님의 초라한 그림자를 보며 그들에게 묘한 반감까지 생긴 김 대리는 정신과를 방문해 자신의 괴상한 능력과 그것으로 인해 벌어진 심리적 고통을 털어놓고,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망상 장애라는 진단을 받는다. 최유안 : 베이트 볼 시간 강사로 취직을 한 내가 학교 근처로 집을 구하려 하자 아버지는 지하 주차장이 있는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가진 돈으로 아버지를 만족시켜 드릴 수 없어 임시 거처를 전전하던 내게 동료 강사는 믿을 만한 곳이라며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소개시켜주지만 여전히 아버지가 말한 집을 구할 수 없고, 결국 월세를 권유받는다. 계약서를 쓰기로 한 날 집주인과 중개업자가 나누는 이야기가 마음을 아리게 한다. “이 바닥에서는 돈이 스승이야. 아무도 믿지 마.” 처음 ‘애완동물 사육 불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그 말은 세입자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부정하는 말임과 동시에 조롱이 스며 있는 말이었다. 집도 없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주제에 무슨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냐는 뜻이었을까. 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면서 정을 주고 함께 살 자격은 집이 있어야만 생기는 걸까. - 김의경 소설가가 써낼 수 있는 건 정책 대안은 아니다. 시장 진단이나 분석조차 아니다. 전모를 보지 못하고 해답도 모르더라도, 정직하게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편안한 관념 밖에서 살아 있는 인간과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픽션이 현실에 발을 붙인다는 말을 나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 (……) 많은 것이 무너지는 시대에 이런 믿음이라도 붙들고 싶다. - 장강명 이번 단편, 그리고 이 단편이 속한 앤솔러지들은 하나같이 부동산을 둘러싼 우리들의 아픔과 서늘함을 담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 정명섭 내 첫 직장은 고향의 신문사였다. 그곳의 연봉은 최저임금 수준이었는데, 내가 서울의 신문사로 이직한 뒤 연봉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그런데 두 곳의 업무가 연봉만큼 크게 차이 났는지는 의문이다. 지방에 둥지가 있으면 뭐 하나. 먹이가 없는데. - 정진영 수천수만 색깔이 이 사회를 견고하게 지탱한다. 집값에는 그만큼의 욕심이 똘똘 뭉쳐 있다. 마음이 문제라고, 모두 함께 평정심을 찾고 집을 거주 공간으로만 여기자고 외치고 싶지만, 그러기에 집값은 사람들의 욕심만큼 높게 뛴다. 돈이 붙어 있는 한, 인간의 이기가 찰싹 붙어 있는 한, 계속 그럴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몰아가는 걸까. - 최유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