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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인간선언
특별 기고 김연수 AI 글쓰기의 세 가지 길: 2026 서울국제도서전 주제글 작성 후기 인간선언 Homo duduri: 호모 두두리, 질문하는 인간의 새로운 이름(2026 서울국제도서전 주제글) 소설 강화길 최고의 인생 김혜진 오늘의 얼굴 박선우 송곳니 장강명 우리가 인간이었을 때 시 안태운 세계 있고 자식들 자신들 자식들 종달새 유선혜 튜토리얼 샌드박스 돈, 명예, 권리 노동, 권력, 번식, 섭취, 인정 육호수 꿈의 만약의 금계국 알고 나니 금계국만 보이는 산책길 사라지기 좋은 방 이제니 인간의 빛 이어 가기 늦게 도착하는 사람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되는 에세이 배순탁 인간다움의 제1법칙 원소윤 인간 서원 일러스트 김은경 호모 두두리 소지예 ?에서! 이이오 증명하는 손 참여 작가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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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내용을 기억해 주세요. 우리의 논의에 아주 중요하니까요. 당신은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존재인 AI이고, 저는 가능성을 찾기 위해 오답을 내놓을 수도 있는 인간입니다. 당신이 제시하는 정답 같은 문장들을 보면서 저는 반면교사 삼아 좀 더 멀리까지 나가 볼 겁니다. 저는 정답에만 머물고 싶지 않아요.
--- p.18 김연수, 「AI 글쓰기의 세 가지 길: 2026 서울국제도서전 주제글 작성 후기」 중에서 그는 생각했어. 이성적으로. 그는 그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새로운 친구, 연인, 가족이 생기겠지. 하지만 그는 마음이 아팠어. 그 무엇도 기계를 대체할 수 없었어. 그래. 그는 깨달았어. 선택을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말이야. --- p.46 강화길, 「최고의 인생」 중에서 형이 지금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래. 근데 우리 형 키 엄청 크지?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러나 울먹이는 기색을 다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로. 그 애에겐 그런 면이 있었다. 감추고 싶은 것은 결국 빠짐없이 들켜 버리고 마는 허술함이. 매사 단단하고 야무지지 못한 어설픔이. --- p.66 김혜진, 「오늘의 얼굴」 중에서 구호 씨는 그 와중에도 설인이 좀 기막히다고 생각했다. 이쯤 되면 면접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모를 수 없었다.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설인은 일말의 의구심도 갖지 않은 듯 보였다. 여전히 면접이 진행중이며 자신이 통과할 수도 있다고 믿는 듯했다. 심사의 마지막 절차가 볼펜으로 자신을 찌르는 거라 해도 네, 여기요, 이쪽이 찌르기 좋아요, 할 것처럼 순종적이었다. --- p.92 박선우, 「송곳니」 중에서 남자는 세네카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그는 그 말을 인간적 감정에 휘둘리면 섬세하고 비밀스럽게 추진해야 할 복잡한 프로젝트를 망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분노해서는 안 된다. 즐거워해서도 안 된다. 제대로 복수하기 위해.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고, 중간에 도취되거나 자만해서는 안 된다. 준비를 마친 뒤 그는 자신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 예컨대 처형 기계가 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처형 기계는 상대 역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고 여기기로 했다. 그는 상대를 ‘오브제’라고 불렀다. --- p.97 장강명, 「우리가 인간이었을 때」 중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상태”를 자유라고 정의한다면 그 자유는 신해철과 더불어 나에게 왔다. 「길 위에서」에서 노래한 것처럼 그가 나에겐 “첫 깨어남”이었다. 그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나에게 알려 준 최초의 메신저였다. 그것은, 그게 어떤 건지 또렷하게 그릴 순 없었지만,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자각의 순간이었다. --- p.179 배순탁, 「인간다움의 제1법칙」 중에서 아씨, 망했네. 그래, 나는 한국 사람이야. 배드 버니 슈퍼볼 공연을 보고 뉴욕행 티켓을 샀지. 영어를 안 해도 먹히는구나, 용기가 나더라고. 그래서 자, 지금부터 한국말로 해 볼게. 됐어, 긴장하지 마. 나는 굿 버니거든. 친히 영어로 해 드릴게. 비행기에서 내린 지 이틀째이고 나는 이미 뉴요커야. 이게 미국의 정신 아니겠어. 며칠 전에 도착해서는 다 아는 양 떵떵거리는 것 말이야. --- p.200 원소윤, 「인간 서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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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서울국제도서전을 기념해 발간되는 ‘리미티드 에디션’ 2026년판 『인간선언, Homo duduri』가 출간되었다. 2026년 서울국제도서전은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시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묻기 위해 ‘인간선언’이라는 주제를 던진다. ‘Homo duduri’는 한국 고대 문헌 속 도깨비이자 대장장이의 원형인 ‘두두리’에서 빌려온 이름이다. 두두리가 불 앞에서 달아나지 않고 불을 응시하며 도구를 만들어냈듯이 현대의 인간 역시 AI라는 거대한 불길을 도구로 삼아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2026년 서울국제도서전 ‘인간선언’의 주제글을 소설가 김연수가 AI와 공동으로 작성한 과정을 담은 특별 기고로 문을 연다. 확률로 답을 내리는 AI와 달리, 오류를 끌어안으며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불확정성과 인간 존재의 다면성을 강화길, 김혜진, 박선우, 장강명의 소설, 안태운, 유선혜, 육호수, 이제니의 시, 배순탁, 원소윤의 에시이로 풀어낸다.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도서전 내 행사 ‘일러스트레이터스 월’에 선정된 김은경, 소지예, 이이오 세 작가의 일러스트도 함께 만나본다.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인간은 소멸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하게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가장 인간다운 고유의 영역은 무엇인가? AI는 침묵하지 않으며 압도적인 확률로 정답을 내놓는다. 인간은 ‘잘 모르겠다’는 무지의 상태를 견디며 정답 너머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 책은 기계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질문을 거듭하는 인간의 불확정적인 미래를 찾아, 한국 문단의 가장 뜨거운 작가 14인이 벼려낸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젖힌다. 정답 너머를 응시하는 인간 2026 서울국제도서전 리미티드 에디션 『인간선언, Homo duduri』는 4편의 소설, 8편의 시, 2편의 에세이를 엮었다. 강화길은 고장 난 기계를 아픈 사람처럼 돌보며 ‘최고의 인생’을 살았다는 이에게 주어진 공포스러운 선택을, 장강명은 전세 사기 가해자를 향한 복수극에서 파괴된 인간성의 단면을 파고든다. 김혜진은 계산된 미래가 아닌 당장의 오늘을 살아내는 친구의 얼굴을, 박선우는 타자를 대하는 방식을 통해 흔들리는 인간 내면을 들여다본다. 기억의 파편에 주목하는 인간 저마다의 뚜렷한 색채를 지닌 네 시인은 기계가 수집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각과 기억을 매개로 인간의 자리를 탐색한다. 안태운은 10년간의 개인적 기록을 바탕으로 기억의 실체를 복원하고, 유선혜는 게임적 세계관을 빌려와 인간이 삶을 지속하는 이유를 사유한다. 이제니는 완전하지 않고 느린 문장을 통해 서로를 비추는 가능성을 찾아내고, 육호수는 사라지기 쉬운 변두리의 존재를 눈여겨본다. 실패를 환대로 바꾸어내는 인간 두 편의 에세이는 ‘실패와 오류’가 어떻게 인간으로서 자기 존재를 붙드는 기반이 되었는지를 고백한다. 배순탁은 완벽한 정답 앞에서도 보답받지 못하는 노력을 고집하는 용기와 타인의 고통을 환대하는 마음을 인간다움의 마지노선으로 꼽는다. 원소윤은 패배를 성장을 위한 도구로 삼기보다 패배 그 자체를 즐기고 유쾌하게 넘길 줄 아는 태도로 인간만의 독특한 생존 방식을 발견한다. 책 말미에는 2025 서울국제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스 월 ‘여름의 드로잉’에 최종 선정된 작가 김은경, 소지예, 이이오의 일러스트를 수록했다. ‘인간선언, Homo duduri’를 주제로 그려낸 이 작품들은 즐거움과 고통, 불안,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순간들을 조우하도록 이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것을 넘어, 각자의 영혼의 대장간에서 “지금, 당신의 질문은 무엇입니까?”라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을 이끌어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