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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사람
개정판
강화길
문학동네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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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벌레들-외로운 사람 _ 007
괜찮은 사람 _ 041
호수-다른 사람 _ 075
니꼴라유치원-귀한 사람 _ 117
당신을 닮은 노래 _ 159
눈사람 _ 191
방 _ 225
굴 말리크가 기억하는 것 _ 257

해설 | 황현경(문학평론가) _ 297
모르는 사람

초판 작가의 말 _ 319
개정판 작가의 말 _ 320

저자 소개 1

カン.ファギル

1986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예술종합학교에서 서사창작 석사학위를, 동국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괜찮은 사람』 『화이트 호스』, 장편소설 『다른 사람』 『대불호텔의 유령』, 중편소설 『다정한 유전』 등을 펴냈다. 한겨레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젊은작가상 대상, 백신애문학상, 제45회 이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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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382g | 133*200*17mm
ISBN13
9791141615413

책 속으로

이영은 ‘우리 세 사람’이 가깝게 지내기를 원하는 동시에 그녀 자신이 신아와 나 각자에게 ‘더 친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이영 앞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주고받던 농담이나 장난을 멈추는 건 물론이고, 대화도 삼갔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자 신아가 먼저 짜증을 냈다. 어떻게 해서든 이영의 꼬투리를 잡아보자고 했다. 나는 좋았다. 셋이 함께. 그것도 충분히 좋았지만, 나 역시 그중 어느 누군가에게, 그러니까 신아에게 조금 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 그것만으로 덜 외로웠다. 하지만, 이영의 눈길이 자꾸만 떠올랐다.
---「벌레들-외로운 사람」중에서

나는 남들이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늘 신경이 쓰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실망하거나,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 빈약하고 허름한 트랙에서조차 떨어져나갈 것 같은 불안이 밀려왔다. 나는 이런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불안은 순식간에 번지는 곰팡이와 같아서 쉽게 눈에 띄었고, 그러면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웠다.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느끼는 것과 정말로 함부로 대해도 상관없는 사람이 되는 건, 굉장한 차이였으니까._「괜찮은 사람」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와 같이 걸어가기 싫었다. 나는 혼자 빠르게 걸었다. 그가 뒤처졌다.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나보다 앞세워 걸었어야 했다. 그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고, 내가 그걸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불안했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더 빨리 걸었다.
---「호수-다른 사람」중에서

나는 대답했다.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우습고 질 낮은 괴소문이라고. 원장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실 줄 알았어요.”
착한 일을 한 아이에게 칭찬을 건네는 것 같은 부드럽고 다정한 말투였다. 순간 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내가 유치원을 의심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말처럼 들렸던 것이다. 갑자기 만만하게 보이지 말라던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니꼴라유치원-귀한 사람」중에서

자궁을 적출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던 날, 엄마는 특별히 어떤 반응을 하지 않았다. 내가 많이 당황해 있어서 엄마라도 침착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엄마는 내게 ‘괜찮아’라고 여러 번 이야기해주었다. 너는 젊어, 너는 회복이 빠를 거야. 너는.
내 새끼, 너는 날 닮았으니까.
---「당신을 닮은 노래」중에서

더는 쓰지 않는 물건 사이에서, 고물들 틈에서. 내가 드디어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형은 가버렸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불안과 초조함이 함께 사라졌다. 더는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 편안했다. 나도 이 고물들과 함께 썩어갈 것이며 언젠가 무너질 것이다. 나는 고물들을 둘러보며 확인했고, 확신했다. 이제 정말 괜찮다. 응. 은영에게 대답하고 싶었다. 창문에 달라붙은 벌레떼가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나는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방으로 벌레들이 떼 지어 들어왔다. 돌아보니 방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폭설이었다.
---「눈사람」중에서

나는 머리 위로 자루를 힘껏 던졌다. 공중에서 자루가 꿈틀, 움직이는가 싶더니 구덩이 바깥으로 날아갔다. 내게 욕설이 날아왔고 트럭의 불빛들이 구덩이 근처를 훑었다. 빛이 내게 가까이 오며 발아래를 비추었다. 그 순간 나는 많은 것을 보았다. 셀 수 없이 많은 뼈마디. 다리가 길거나 짧은 기형적인 몸들. 코가 없는 사람과 입이 없는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나는 빠르게 움직이던 눈동자를 바닥 한곳에 고정했다. 한데 엉킨 두 형체가 바닥에 누워 있었다. 사람의 형태였는데 아이처럼 작았다.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 나는 눈을 감았다.
--- 「방」중에서

그들은 서로 해명하지 않았다. 해명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건 지나가는 일에 불과하다고. 단지 지금은 바쁘고, 그래, 우리는 바쁜 시간을 보낼 때이니까.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알아서 추측했고, 마음이 다치지 않을 거라 추측되는 범위 내에서 서로를 대했다. 그러나 추측은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이 아니었다. 서로 더 멀어지게 할 뿐이었다.

---「굴 말리크가 기억하는 것」중에서

출판사 리뷰

언제나처럼 감정에는 실체가 없고,
진정한 전율은 그로 인해 시작된다


강화길만의 또하나의 성취는 여성의 현실을 쓰는 리얼리즘 소설과 장르문학 사이의 교량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강화길이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1인칭 시점은 전지적 시점과 달리 소설의 주인공으로 하여금 누군가 정보를 차단하고 사고를 마비시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려 하는 듯한 불안을 느끼게 한다. 그 불안에는 그의 삶에서 비롯된 납득 가능한 맥락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실체가 없다. 강화길 소설은 이 실체 없고 때로는 비합리적인, 하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감정을 합리적으로 설계된 소설의 함정 속에 빠뜨려 전율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것이 강화길 소설을 (고딕) 스릴러·호러로도 분류하는 이유다.

좋은 집에 얹혀사는 처지인 두 여자와 집주인 여자 간의 은밀한 소외감 및 배척되고 내쫓기지 않으려는 욕망과 파국을 그리는 「벌레들―외로운 사람」, 결혼이라는 인생의 대사건을 앞둔 여성의 불안을 겉보기에 무척 훌륭한 신랑감이지만 미스터리한 구석이 있는 남성에 대한 의구심과 병치하며 증폭하는 「괜찮은 사람」,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어온 폭력의 에피소드를 겹쳐나가며 이에 대한 목소리가 정말로 ‘예민한 여자들의 문제 제기’일 뿐인지 묻는 「호수―다른 사람」, 신분 상승의 욕구를 지닌 여성에게 덧씌워지는 얼룩진 소문과 그럼에도 욕망 실현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여자들의 기이한 에너지가 들끓는 「니꼴라유치원―귀한 사람」은 이른바 ‘사람’ 연작을 이루며 너무나도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포착한 서스펜스를 인물의 심리를 경유하며 강화하는 강화길의 시그니처를 소개한다.

또한 작가의 데뷔작인 「방」을 비롯해 「당신을 닮은 노래」 「눈사람」 「굴 말리크가 잃어버린 것」 등의 단편에서는 강화길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보하기까지 거쳐온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오염된 도시에서 신체를 소모시키며 새로운 삶을 위한 자금을 모으고자 노동하는 두 여성 연인의 모습을 담은 「방」은 시간이 흐를수록 디스토피아 소설로서 핍진성을 더해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모계유전에서 비롯한 여성질환을 매개로 비참함과 애정으로 더욱 끈끈히 얽매이는 모녀를 그린 「당신을 닮은 노래」는 강화길이 주목하는 ‘여성의 몸’이라는 또다른 주제의식이 피어난 씨앗이다. 불행에 무뎌지기 위해 자아를 분열시키는 어린이 화자가 등장하는 「눈사람」, 이미 끝나버린 사랑을 되짚는 두 연인의 정처 없는 경로를 따라가는 「굴 말리크가 잃어버린 것」에서 비극의 풍경을 그리기 위해 풍부하게 쏟아지는 환상적인 이미지는 강화길의 뛰어난 묘사력과 표현력을 상기시킨다.

강화길의 첫 소설집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이번 개정판은 초판과 상당 부분 변화를 주었다. 강화길 소설의 문학적 가치가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새로운 순서로 작품을 재배치했으며, 세 편으로 구성되었던 ‘사람’ 연작에 「벌레들」을 포함시키고 그 일환으로 작품에 ‘외로운 사람’이라는 부제를 새로 달았다. 『화이트 호스』 『대불호텔의 유령』 등 영미 고전소설의 외양을발전시켜 호평받은 표지 디자인을 적용하여 강화길의 초기 단편 또한 한국문학의 새로운 클래식으로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괜찮은 사람』 개정판 출간으로 말미암아 문학동네에서 선보인강화길의 대표작 세 권이 하나의 계열을 이루며 모인 셈이다. 강화길 소설세계로 입장하는 첫 관문인 『괜찮은 사람』 개정판은 작가의 오랜 팬에게는 신선하고도 애틋한 읽기의 즐거움을, 가를 새로이 알게 된 독자에게는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는 젊은 작가의 첫 시도들을 경험하는 기쁨을 줄 것이다.

2016년 이 첫 소설집을 펴낼 때는 ‘작가의 말’을 쓰지 않았다. 패기가 좀 있었다. 허세도 있었고. 이 책에 실린 소설들에 대한 반응 자체가 내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내가 어떤 말을 보태는 것이 사족이 될 것 같았다. 내 목소리보다, 작품이 더 우선으로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셜리 잭슨의 글귀에 기댔다. 그러니까 사실은 꽤나 쫄아 있었던 것 같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게 뒤죽박죽인 채로 살고 있다.

쓰고 있다. _강화길, 「개정판 작가의 말」 중에서

추천평

처음 그녀의 소설 속에서 사람, 사람, 사람……들을 만났을 때 살갗이 가닐거리다 체온이 급강하하던 순간과 불길한 전율을 기억한다. 십 년 만에 다시 보면서도 엊그제인 양 그 감각이 살아나는 까닭은, 작가가 쥔 탐침의 언어가 내장을 찔러 비틀기 때문일 것이다. 범박한 관찰로는 닿기 어려운 인간 이면의 중핵을 긁어내겠다는 듯 깊이 파고드는 한기, 그 치밀하고도 두려운 시추試錐의 시작을 알리는 첫 소설집이다. - 구병모 (소설가)
강화길의 글은 정말 이상하다. 늘 완전히 다른 것들이 동시에 한꺼번에 존재한다. 속삭임과 비명이, 위로와 멸시가, 찢어지면서 통합되는 마음이 한데 뒤섞여 같이 드러난다. 가장 무르고 연약한 이들이 가장 사납고 무자비한 진실을 찾아내고, 그래서 등골이 서늘한데 펄펄 끓는다. 너무 캄캄해서 눈이 아프게 부시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사이를 정처 없이 헤매고 있노라면, 언젠가 한 번쯤 듣고 흘린 온갖 뒤숭숭한 소문들의 출처가 바로 나 자신의 일기장이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젠 정말 괜찮은데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은, 매번 새롭게 아프게 다시 겪고 싶은 당혹스럽고 황홀한 폭로전이다. - 윤가은 (영화감독)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그걸 놓치고 있다는 직감, 불안은 그로부터 시작된다. 놓치고 있는 그걸 잡거나 최소한 그게 무엇인지만이라도 알면 어떻게 될 것도 같은데, 강화길의 인물들에게 그런 일은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다. 끝까지 이들은 모르는 사람일 뿐, 해소되지 못한 불안이 차곡차곡 쌓이다 넘친다. (…) ‘나’처럼 우리도 찾을 수 없는 것을 찾고 있었던 셈이기에 ‘나’가 불안한 그만큼 우리도 불안하다. - 황현경 (문학평론가, 해설 「모르는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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