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인과 처음 만난 날, 식당에 먼저 도착한 나는 테이블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수년간 증오했던 사람과 통화를 마친 참이었는데 통화 끝에 그를 덜컥 이해하게 되어서. 이 이해를 이고 지고 살아갈 날이 막막해서. 나 자신의 초라한 팔뚝을 움켜쥔 채로 오열 중이었다. 맞은편 의자에 앉은 신이인은 잠자코 기다려주었다. 헐떡대며 우는 인간이 낯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땐 그게 참 신비로웠는데 이번 산문집을 읽으며 신이인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많이도 미워해봤고 이해해봤고 엎드려 울어봤구나.
‘산문 작업은 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 앞에 서는 과정’이라길래, 괜히 팔짱을 끼고 읽었다. 어디 한번 얼마나 못생겼는지 보자! 책이 신이인의 실물보다 나으면 놀릴 셈이었다. 넌 스스로를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반면 책이 신이인의 실물보다 너무 못하면 아쉬워할 셈이었다. 야, 너 이 정도 아니야. 실물을 아예 못 담았네. 놀랍게도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냥 신이인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못 나왔다기보다 단지 ‘꾸밈 정도’가 허술한 사진들을 넘겨보는 기분. 카메라 핑계를 대보지만 피차 아는, 생겨 먹은 대로 생겨버린 이야기들. SNS에는 게시 못 할 ‘인생샷’들. “내가 진짜 이렇게 생겼다고?” 신이인의 음성이 들린다. 나는 답한다. “렌즈 닦고 다시 찍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