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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
신이인
위즈덤하우스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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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_ 이런 게 왜 사랑이야?

외계인의 변 | 컨셉을 잘못 잡은 날 | 자기애가 뭐 어때서 | 뒤주에 갇힌 이야기 1 | 뒤주에 갇힌 이야기 2 | 도마뱀 기르기 | 누에 기르기 | 편식 | 빌런 이해하기 | 작은 마음 | 에쮸드 | 시작노트를 폐기하는 상상 | 실타래에 관한 단상 | 겁먹지 말고 사랑하세요 | 얼마나 줄 수 있어요? | 고백 | 쓸 만한 옷 | 공포만화에 관한 단상 | 선라이즈 익스프레스 | 이렇게 평생을 살 자신 | 땀 흘리는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주었던 여름 | 미래의 나는

에필로그_ 돌아온 이야기

저자 소개 1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시집 『검은 머리 짐승 사전』(2023, 민음사), 에세이집 『이듬해 봄』(2024, 난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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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32g | 115*190*15mm
ISBN13
9791175911123

책 속으로

산문을 쓰는 작업은 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 앞에 나를 들이미는 과정과 다를 것이 없다. 어떻게 꾸며본들 그 꾸밈조차 우스워지기 딱 좋은 기제 앞에서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려놓는 기분이다. 물러날 곳이 없다. 그러나 심각할 것은 없다. 모든 장면은 순간을 포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은 변해갈 것이다. 그런 믿음 속에서 촌스러움은 자연스러움처럼 보인다. 거친 부분, 일그러진 부분을 감출 필요도 잊게 된다.
---p.11 「이런 게 왜 사랑이야?」 중에서

교회를 그만두는 것처럼 간단히 삶을 그만둘 수는 없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어떻게든 발붙일 곳을 마련해서 지키고 살아야 하는데,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텐데, 왜 전혀 맞아 들어가지도 않는 자물쇠에 열쇠를 쑤시는 기분이 반복되는 것일까. 사람들과 한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가는데, 어째서 석연치 않은 기분을 느끼고 그 감각을 낱낱이 기억해버리고 마는 걸까. 내 머리와 마음은 왜 그런가. 마치 어떻게 해도 용해되지 않는 물질로 이루어진 것 같다. 한데 섞이지 못하고 뚜렷하게 남아 결국은 고립감을 떠안아야 한다.
---p.25 「외계인의 변」 중에서

그리하여 해냈다.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다. 발품을 팔아가며 내 돈으로 내가 고른 내 집이 생겼다는 것이다. 전입신고를 하며 깨달았다. 비록 임차인에 불과할지라도 이제 나는 한 집의 주인이다. 여기서 나의 마음은 마음대로 펼쳐질 수 있다. 마음으로 인한 갈등과 화해를 주거니 받거니 하지 않아도 된다. 집의 애칭은 뒤주로 지었다.
---p.53 「뒤주에 갇힌 이야기 2」 중에서

첫째 도마뱀 인파는 살이 잘 붙는 통통한 체형인 데 반해 둘째 도마뱀 인재는 나뭇가지처럼 여리여리하다. 사람이었다면 무용을 해도 좋았을 거라고, 타고나길 길쭉하고 유연했던 인재를 보며 생각하기도 했다. 이 아이는 왜 비쩍 말라서 사료도 조금밖에 먹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다리뼈가 보이지 않는 몸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보고 있으면 시골 할머니가 된 것처럼 잘 먹여 살찌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파충류 애호가 커뮤니티를 뒤져보다 도마뱀에게 누에가 보양식이라는 정보를 얻고, 그러니까 도마뱀에게 밥으로 내주기 위해 누에를 키우기 시작한 거였다.
---p.69 「누에 기르기」 중에서

가끔은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사건들이 다른 차원에서 온 야생동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교통사고, 복권 당첨, 천재지변, 뭐 그런 거.
이 모든 사건으로 비유된다는 점에서 사랑은 외계의 짐승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찾아와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나와 순탄하게 어울려줄지, 호되게 물어뜯을지 모르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삶을 바꾸어놓은 뒤 불쑥 떠나버리기도 하는.
---pp.117-118 「겁먹지 말고 사랑하세요」 중에서

사랑하는 힘은 아직까지 내 자랑이다. 뭘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지킬 수 있는 힘 같기도 하다. 여기에 계속 장작을 넣고 있는 첫 번째 나무꾼은 시인으로서의 나다. 시인들은 세상사에 자주 어둡고, 그렇기에 세상 반대편의 무언가에 종종 밝아지곤 한다.
---p.175 「미래의 나는」 중에서

언젠가부터 사랑은 사치재 같다. 그런 건 여유 있는 이들에게나 가능하다는 듯 우러러보고, 실속 없는 우아함에 지나지 않는다는 듯 얕잡아보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나는 그들을 글과 삶으로 설득시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크고 다양한 사랑 자본이 필요하겠다.
그래서 고민을 멈출 수 없다. 나를 어디로 던질 것인가. 어떻게 던질 것인가. 던지긴 할 것인가. 과감하게 투자하지 않으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그러나 투자하겠다면 신중해야 한다. 가장 큰 밑천인 쓰는 마음을 잃을 수는 없다.

---p.177 「미래의 나는」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사랑은 외계의 짐승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찾아와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시집 『검은 머리 짐승 사전』(민음사, 2023),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문학동네, 2025)를 통해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단단한 지지를 받으며 여러 매체에서 ‘미래가 기대되는 시인’으로 꼽혀온 신이인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세상에 한데 섞이지 못하고 그 감각을 낱낱이 기억하며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부르는 것에 망설임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기저에 흐르는 것은 불시착한 세계를 향한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다.

이번에 출간된 두 번째 산문집 『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에는 바깥으로 향하는 그 사랑의 시선과 형태를 물러날 곳이 없다는 마음으로 보다 솔직하게 담아냈다. “어떻게 꾸며본들 그 꾸밈조차 우스워지기 딱 좋은 기제”이기에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려놓고 카메라 앞에 자신을 들이미는 심정으로 썼음을 표제에서부터 밝히고 있는 저자는 사랑하지만 떠날 수밖에 없는 가족, 그렇게 오직 나를 위한 보금자리인 ‘뒤주’를 마련해 살게 된 과정, 반려 도마뱀과 같이 새로이 맞닥뜨린 존재들과 더불어 엇갈리고 이어지는 주변의 관계들, 그리고 그로 인해 드러나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포착해낸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삶을 침범해 들어오고 있는 투명한 동물을 상상해보자”고 권한다. 사랑은 갑자기 찾아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에, 마치 “다른 차원에서 온 야생동물”과 같다는 것이다. “나와 순탄하게 어울려줄지, 호되게 물어뜯을지” 모르지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삶을 바꾸어놓고 말기에, 결코 얕잡아볼 수 없는 무언가다.

한데 섞이지 못하는
외계인으로서의 소임을 다해
느끼고 고민하고 쓰기를 멈추지 않기

사랑을 여유 있는 자나 누릴 수 있는 사치재로 여기거나 그 가치를 한없이 얕잡아 보는 요즘 같은 시대에 저자는 당당하게 외친다. “사랑하는 힘은 아직까지 내 자랑이다”라고. 시인이 되기 전 회사를 다니던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누군가를 그다지 좋아하지 못했다. 그러나 퇴사를 하고 시를 쓰기 시작하자 회사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하고, 안쓰럽기까지 했다. 저자의 말마따나 “시인들은 세상사에 자주 어둡지만, 그렇기에 세상 반대편의 무언가에 종종 밝아지곤”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음껏 사랑하고 싶은 욕심은 세상을 보다 살 만하게 바꾸어보고 싶은 야심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신이인 시인은 다짐한다. “다투는 일, 실망하는 일, 분노하는 일이 많았는데도 이 연극을 나쁜 이야기로 받아들인 적 없다. 나는 마지막까지 주어진 배역에 충실할 것”이라며, 외계인으로서의 소임을 다해 세상을 사랑하고 느끼고 고민하고 쓰기를 멈추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런 그에게 사랑은 무엇보다 큰 자본일 것이다.

책은 집을 뛰쳐나와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다시 잠시 그 집으로 돌아가 과거를 돌이켜보는 장면으로 마친다. 평온과 무결함을 깨기로 마음먹었기에 지금의 나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고 더는 도망칠 필요가 없다. 그 과정에서 다투고 실망하고 분노할 일도 많았지만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음을 그의 글이 대신 말해준다. 그리고 그 덕분에 책을 읽고 나면 우리도 어느 순간 세상에 채워진 자물쇠에 철컥 하고 맞아 들어가는 열쇠 하나 정도는 갖게 될지도 모른다.

추천평

신이인과 처음 만난 날, 식당에 먼저 도착한 나는 테이블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수년간 증오했던 사람과 통화를 마친 참이었는데 통화 끝에 그를 덜컥 이해하게 되어서. 이 이해를 이고 지고 살아갈 날이 막막해서. 나 자신의 초라한 팔뚝을 움켜쥔 채로 오열 중이었다. 맞은편 의자에 앉은 신이인은 잠자코 기다려주었다. 헐떡대며 우는 인간이 낯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땐 그게 참 신비로웠는데 이번 산문집을 읽으며 신이인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많이도 미워해봤고 이해해봤고 엎드려 울어봤구나.

‘산문 작업은 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 앞에 서는 과정’이라길래, 괜히 팔짱을 끼고 읽었다. 어디 한번 얼마나 못생겼는지 보자! 책이 신이인의 실물보다 나으면 놀릴 셈이었다. 넌 스스로를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반면 책이 신이인의 실물보다 너무 못하면 아쉬워할 셈이었다. 야, 너 이 정도 아니야. 실물을 아예 못 담았네. 놀랍게도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냥 신이인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못 나왔다기보다 단지 ‘꾸밈 정도’가 허술한 사진들을 넘겨보는 기분. 카메라 핑계를 대보지만 피차 아는, 생겨 먹은 대로 생겨버린 이야기들. SNS에는 게시 못 할 ‘인생샷’들. “내가 진짜 이렇게 생겼다고?” 신이인의 음성이 들린다. 나는 답한다. “렌즈 닦고 다시 찍어볼까?” - 원소윤 (소설가, 스탠드업 코미디언)
주제가 용감하게도 ‘사랑’이라는데 다 읽고서도 그 정의는 도무지 꼬리가 안 잡히는 ‘도마뱀’이었다. 그래서 답답했나 그러니 약이 올랐나 하면 아니…… 귀여웠다. 뭐, 귀여우면 다 이기는 거 아닌가. 승부가 없는 게 문학이라 할 적에 이 기특한 이야기를 어떻게 당신에게 전할까 하면 제 사는 집의 애칭을 ‘뒤주’로 짓는 이가 있다고, 비유컨대 세상으로 향하는 그 나무 궤짝 문을 활짝 열고서는 “사랑하는 힘은 아직까지 내 자랑이다” 작은 웅변가처럼 외치는 그는 시인이라고, 그이에게 왜 이렇게 붙들렸는가 하면 솔직한 어린이만큼 힘이 센 사랑꾼을 본 적이 없노라고, 거칠고 일그러지고 촌스러운 그 어떤 경험도 감추지 않는 한 자연이 된다는 걸 글쎄 모르면서 알아버린 이 자의 이름은 ‘신이인’이라고, 거두절미하고 그 석 자만이라도 꼭 기억하라고 똑똑히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앞서 꼬리를 내비쳐서 하는 말인데 신이인 시인과 함께 사는 도마뱀 친구가 둘 있으니 하나는 인파고 하나는 인재다. 다른 삶을 궁금해 하는 버릇 말이다, 찌르르 오는 느낌 말이다, 곰곰 고심해서 이름을 지어주는 일 말이다, 그거 근데 사랑 아닌가. -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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