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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림 찾기 7
위드걸스 37 사랑은 하루도 사랑 67 월요 휴무 113 복숭아 심기 145 너구리 온다 177 내일의 날씨 205 여름이 없는 나라 233 다이빙 267 해설 | 안서현(문학평론가) 우리는 살아남을 거야-어떤 연속체(continuum)를 상상하기 2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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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지는 230킬로미터의 직선 도로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양팔을 옆으로 벌리고, 이만큼이 몇 개 있어야 되는지도 헤아려보았다. 눈을 감고 그 도로 위를 달리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왠지 경이로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앞집 가족이 요일마다 보는 방송 프로그램을 외울 정도로 모든 것이 가까운 세상에 사는데, 길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세상도 있다니. 그 세상이 같은 행성에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그래서 더더욱 세상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싶어졌다.
---「숨은 그림 찾기」중에서 순찌는 자기가 또 한번 버려졌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정말 좋은 가족을 만났다고 생각할까. 내가 잠든 사이 선주가 입양 신청서를 고쳐썼듯이, 사력을 다해 사랑을 하고 서로를 구원하고자 하는 고군분투가 어떤 경계 앞에서는 너무나 쉽게 흐려지곤 했다. ---「위드걸스」중에서 구원은 필요 없어. 우리는 살아남을 거야. 살아남는다는 건 어제로 가지 않는다는 뜻이야. 집으로 돌아가면 선주에게 그런 말을 꼭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예감은 때로 결심에 가깝기 때문에. ---「위드걸스」중에서 “치치는 괜찮아지겠지?” 규리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몸을 굴려 엎드려 누웠다. 두 팔을 포개놓고 얼굴을 묻었는데 아마 눈물이 나올까봐 그러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도 규리 옆에 엎드려 누웠다. 그리고 말했다. “안 괜찮아져도 괜찮아질 거야.” 그런 게 살아가는 용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하루도 사랑」중에서 쪽지 맨 아래에 작은 글씨로 택배비는 착불입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희지는 그런 사소한 친절에도 감동할 만큼 선한 사람이었으며 하루하루가 고된 사람이었다. ---「월요 휴무」중에서 은정은 다시 눈을 감았다. 현비와 나눈 모든 이야기들이 한데 뭉쳐 노래처럼 들려왔다. 복숭아가 알알이 빛나는 밤, 은정은 아주 오랜만에 울기 시작했다. 울음을 참기에는 너무 밝은 밤이었다. ---「복숭아 심기」중에서 곰팡이 가득한 퀴퀴한 공기가 아니라 삼천 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혜성이 오는 밤에 나무들이 뿜어낸 공기를 담은 물이잖아. 꼭 무슨 엑기스처럼. 그래서 갖고 있던 박카스를 다 마셔버리고 그 병에다가 물을 담았어. 그게 내 부적이야. 그거 덕분에 내가 널 만난 게 아닐까. 그날 그렇게 했던 덕분에 연지를 만난 거지. ---「너구리 온다」중에서 나는 도리질을 했다. 세상은 망하지 않아요. 망하는 사람들만 있지. 끝은 언제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역사는 끝의 연속이다. 의미는 인간이 부여하는 것일 뿐이다. 지구의 시간은 언제나 멸종의 멸종을 거듭하며 이어져오지 않았는가. 인류는 어차피 언젠가 멸종할 거라는 식의 냉소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나는 모든 의미가 사라져버린 세계에 대해 언제나 깊은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으니까. ---「내일의 날씨」중에서 “혼자 사는 게 더 편하지 않냐고.” 덕희가 답을 하지 않자 미주가 재차 물었다. “나 혼자 잘 못 살아.” 덕희는 딸기를 반으로 가르며 답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사계절이 특별히 아름다운 건 아니었으나 철마다 나오는 과일만은 좋았다. 미주와 덕희는 좀 덜 피곤한 날에는 제철 과일을 사다가 담금주를 만들었다. 딸기가 세 통에 만원일 때는 딸기주를, 참외 열 개를 오천원에 팔 때는 참외주를, 추석 연휴가 끝나 사과를 떨이할 때는 사과주를 담갔다. ---「여름이 없는 나라」중에서 해주는 물가에 섰다. 민지를 꽉 안았다. 수영장 타일의 요철이 맨발에 그대로 느껴졌다. 그리고 있는 힘껏 점프를 했다. 붕 떠오르는 두 사람의 몸이 7월의 볕 아래 아주 잠시, 반짝거렸다. 수면에 한껏 부딪히며 물속으로 들어가자 따뜻한 젤리에 파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해주는 물 아래서 눈을 떠보았다. 민지의 손톱이 푸른빛을 내며 깜빡, 하고 일렁였다. 말랑한 빙하를 닮은 빛이었다. ---「다이빙」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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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하루도 사랑』은 벽지 뒤의 습기, 떠난 반려동물의 체온, 끝내 사라지지 않을 추억 같은 쓸쓸하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차 있다. 첫 소설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과 활력 있는 에피소드들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은 물론, 돌봄과 애도, 애정과 미움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온도를 포착하는 서고운만의 감수성은 덤이다. 『사랑은 하루도 사랑』을 읽으며 오래 웃었고, 오래 아팠으며, 마침내 더 오래 사랑할 자신이 생겼다. - 박상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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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운 소설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우리는 시간을 가로질러 살아남을 거야. 결국 이 비좁은 유토피아에 가득찬 것은 꿈이 아닌 현실의 시간, 구원 대신 생존을 보장하는 삶의 원소들이다. 그들은 그 안에서 호흡하며 서로 곡진하게 이렇게 약속한다. 우리는 연속체로서 살아남을 거야. 낭만을 거부하는, 과장하지 않는 냉정함은 때로는 다정함과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 안서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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