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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엄마가 몇 밤만 자고 나면, 다시 돌아와 나를 안아 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났다. 나는 더 이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숨이 차도록 뛰는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알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도 나를 맞아 주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는 것을.
--- p.23 검은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일수록 나는 점점 말수가 적은 과묵한 아이가 되어 갔다. --- p.44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귀도, 손도, 발도 모두 길어지고 커졌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은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p.47 나의 검은 친구. 나에게 넌 어떤 존재일까?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 줄 수 없는 나의 크고 무거운 비밀. 표범. --- p.77 늘 위로받기만을 바랐던 나도, 언젠가 어떤 연약한 누군가를 안아 주는 그런 따뜻한 품이 될 수 있을까? --- p.114 현실의 세계에서 살 것인가. 기억의 세계에서 살 것인가. 결정하는 건 바로 나다. --- p.154 표범이 나의 작은 달 위로, 내 어깨 위로 찾아왔다. 나를 짓누르기 위해서일까, 나를 지켜 주기 위해서일까. --- p.199 심지어 너도 사랑해 버릴 거야. --- p.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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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트라우마를 극복하라고 말합니다. 트라우마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이겨내지 못하면 안 된다고 쉽게 강요합니다.『내 어깨 위 두 친구』는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것보다, 견뎌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얼까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트라우마를 기억 속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영향을 주고,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트라우마를 살아 있는 캐릭터로 만들면 어떨까 고민 끝에, 주인공 토끼와 표범을 만들어 냈고, ‘표범’은 토끼의 유년시절 속 어떤 기억이 만들어낸 트라우마를 나타냅니다. 우리의 삶이 여러 가지 경험들로 만들어지듯, 토끼의 삶도 그러합니다. 열한 살 때부터 함께한 검은 친구도 토끼의 성장만큼 변화합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을 끝없이 억누르는 이 무겁고 버거운 친구에게서 토끼는 벗어나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조금씩 변하듯, 새로운 만남을 반복하고, 작은 새를 돌보며, 토끼는 검은 친구를 점점 다르게 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게 되고, 새를 돌보며 느끼는 감정들은 이제 토끼를 다른 삶으로 안내합니다. 심지어 너를 사랑해 버릴 거라며 안아 주는 토끼의 마지막 모습은, 우리가 이 책에서 얻고 싶었던 바람, ‘위로’일 것입니다. 긴 호흡의 작업이었을 그래픽 노블을 수채화로 그려낸 이 책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노랑이 표현하고 있는 존재와 따뜻함이 담겨 있습니다. 위로가 되기도 하고 힐링이 되기도 합니다. 책장을 넘기다 만나게 되는 한 장면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의 어깨 위 트라우마를 내려놓고 이제는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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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 때는 내가 빛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기 쉽다.
『내 어깨 위 두 친구』는 한밤중 같은 컴컴한 마음에서 달의 기억을 찾아 준다. 당신이 오랫동안 트라우마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책을 읽고 그림을 만지고 그림이 들려주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책 속의 토끼 씨와 함께 은은하게 회복되는 것을 경험한다. 새 한 마리, 선인장 한 그루와 나누는 사랑이 어떻게 사람 하나를 튼튼하게 살려 내는지 보여 준다. 이 책을 읽고 책이 사람을 안아 줄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기대어도 좋다는 말을 이렇게 편안하게 건네 오는 책은 처음이다. -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 추천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