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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다는 것’
많은 것을 가지고 싶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온전하게 누리지는 못한다. 많은 것을 품고 아끼느라 더 많은 애를 쓴다. ‘마음’은 어떨까? 무언가를 원하고 좋아지게 되는 것은 억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원하는 것을 찾았고 좋아하게 되었다면, 그런 마음이 생긴 그 자체로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영원히 망가뜨리지 않고 소유하기만을 바라기 시작하면 걱정과 불안이 찾아온다. 그런 것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항상 가장 중요한 일들은 아니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 문을 열자. 아끼는 예쁜 옷을 꺼내서 입고 나가 그 옷을 바람에 흔들리게 하고 비에 젖도록 내버려두자. 사랑하는 것을 아끼지 말고 마음껏 온전히 누리고 안아 주는 순간. 그 순간만이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내 안에 깊게 사라지지 않고 머무른다. 어쩌면 그 기억만이 내가 진짜로 가질 수 있는 전부가 아닐까? - 작가 이수연 어린이들이 오늘의 웃음, 오늘의 잠, 오늘의 음식, 오늘의 놀이 그리고 오늘의 사랑을 마음껏 누리기를 소망하며 이 글을 썼어요. - 작가 송미경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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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왜 나와 함께 놀지 않을까요?”
“난 절대 내 코트를 잃고 싶지 않아요.” 유리와 코트가 서로를 아끼는 방법에 대하여 White Ravens, BBCK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등 쓰고 그리는 작품들마다 각종 수상과 선정으로 국내외에서 이름을 떨쳐 온 송미경, 이수연 작가가 글과 그림으로 협업한 『오늘의 코트』가 출간되었다. 『오늘의 코트』는 유리와 코트의 내밀한 독백을 번갈아 들려주는 특별한 이야기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야기는 빼꼼히 열린 옷장 문 틈으로 유리의 모습을 바라보는 코트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코트는 유리를 만난 뒤로 벌써 여러 날, 옷장 안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 왔다. 오늘은 유리가 옷장에서 자신을 꺼내 입고 산책이라도 나가 주길,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한 방울도 맞지 않게 폭 덮어 줄 텐데, 바람 부는 날이면 단추를 꼭 채우고 모자를 씌워 따뜻하게 안아 주고, 힘껏 달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같이 웃을 텐데……. 그렇게 매일 유리와 함께 햇살을 받고 또 지는 해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코트는 컴컴한 옷장 안에서 유리와 함께할 시간들을 꿈꾼다. 유리의 마음은 어떤가. 옷장 문을 열 때마다 코트가 눈에 들어오지만 절대 입지 않을 거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비가 와서 코트가 젖거나 거센 바람에 날아가기라도 하면 어쩌나, 닳거나 구멍 나거나 단추를 잃어 버리거나 얼룩이 묻어 지워지지 않을까 봐 겁이 난다. 누구보다 아끼지만 서로의 바람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유리와 코트.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너무 소중한 나머지 바라보기만 한다면 그건 사랑일까? 옷장에 넣어 두고 입지 않는 코트를 엄마가 사촌 동생에게 물려주자고 말한 날, 코트는 유리가 옷장 문을 열어 둔 틈을 타 집을 떠난다. 유리가 자신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단추 하나를 의자에 고이 남겨 둔 채. 너무 소중한 나머지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코트가 감쪽같이 없어진 걸 알게 된 유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비바람에 젖고 쓸려 뜯기고 너덜거리는 모습으로 집 밖 세상을 배회하는 동안 코트는 또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그토록 찾아 헤맸던 코트가 엉망진창이 되어 앞마당 앵두나무에 내걸린 걸 발견한 순간, 유리는 처음으로, 조심스럽게 코트를 입어 본다. “코트는 내 몸에 꼭 맞았어요.” “유리는 내 몸에 꼭 맞았어요. 나는 오늘을 기다렸어요.” - 본문 중에서 아끼다가 결국은 못 쓰고 버리게 된 물건, 혹은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오히려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어지게 된 사람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오늘의 코트』에 십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진심 다해 표현할 수 있는 용기, 낡고 헤져 처음의 그 모습을 잃을 걸 알지만 기꺼이 입고 쓰며 오롯이 누릴 수 있는 용기. 『오늘의 코트』는 서로 부대끼며 낡아질수록 더욱 아름다운,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 우린 함께 있어요.” 같은 이유로 가까이, 반대로 멀리 있길 원하는 코트와 유리 사이의 거리를 섬세하게 보듬는 글과 그림의 다정한 컬래버 독특한 환상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현실의 보편적 정서로 공감대를 넓혀 가는 송미경 작가는 『오늘의 코트』에서도 유리와 코트에게 각자 자신의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그 이야기를 들은 이들을 단숨에 주제의 한복판에 데려다 놓는다. 유리와 보낼 시간들을 향한 간절함이 내재된 코트의 어조와, 새 코트 그대로를 온전히 보관하고픈 유리의 단호한 어조가 점층적으로 반복되며 쌓이다, 마침내 물리적, 정신적으로 둘이 꼭 맞는 하나가 되는 순간은 일상적인 감동 이상의 짙은 울림을 준다. 『오늘의 코트』가 한층 다정한 이야기를 품을 수 있었던 것은 섬세하면서도 상징적인 이미지도 한 몫을 했다. 유리의 방 안, 다닥다닥 걸려 있는 액자와 구조가 훤히 보이는 인형의 집, 각종 가구들, 벽지의 패턴까지, 이수연 작가는 모든 공간과 상황을 치밀하고 풍성하게 묘사했다. 그 중에서도 작가는 유리가 등장하는 곳곳에 단짝 인형을 그려 넣어, 코트에 대한 유리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를 심어 두었다. 인형을 종종 옷장에 재울 때도 있지만, 유리는 인형이 낡고 헤질까 두려워 옷장 안에 내내 넣어 두는 대신, 테이블에 앉혀 간식 시간을 같이 즐기고, 잠동무가 필요할 땐 언제든 꼭 끌어안고 잠을 청한다. 잃어 버린 줄 알았던 코트를 찾아 처음으로 입어 보는 순간에도 유리는 기꺼이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듯 인형을 벤치에 앉혀 놓았다. 세상을 떠돌던 코트가 유리네 집 앞마당에 닿는 순간을 표현한 장면은 또 어떤가. 코트를 맞잡고 있는 삼삼오오 새들의 모습은 코트가 옷장에 걸려 있는 동안 내내 지켜 봐 온 옷장 안 새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유리는 쑥쑥 자랄 거예요. 나는 점점 낡겠지만 괜찮아요.” “언젠가 코트는 내게 작아질 거예요. 그땐 입을 수 없겠지만 괜찮아요.” - 본문 중에서 코트와 유리가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고백하는 순간을 오직 시공간을 유영하는 공기와 스치는 바람만으로 표현한 감성 또한 『오늘의 코트』를 더욱 빛나게 하는 포인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