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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먹는 법
개정판
송미경히히 그림
문학동네 202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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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어떤 아이가 … 07
어른동생 … 25
없는 나 … 49
오렌지 먹는 법 … 67
나는 진짜 마술사가 아니니까 … 87
사람 만들기 … 107
작가의 말 … 129

저자 소개 2

동화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제2회 웅진주니어문학상을, 『어떤 아이가』로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돌 씹어 먹는 아이』로 제5회 창원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 동화 [생쥐 소소 선생] 시리즈, [가정 통신문 소동] 시리즈, 『햄릿과 나』, 『봄날의 곰』, 청소년소설 『광인 수술 보고서』, 『나는 새를 봅니까?』, 그림책 『나는 흐른다』, 『안개 숲을 지날 때』, 소설 『메리 소이 이야기』 등이 있고, 쓰고 그린 책으로 그림책 『토끼가 되었어』, 만화 『오늘의 개, 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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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 영상 디자인을 공부했고 일러스트,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하고 있다. 동시집 『미지의 아이』와 동화 『잠자는 비밀을 얘기해』에 그림을 그렸고, 『도둑 손님』 『녹색 보석』을 쓰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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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306g | 153*220*10mm
ISBN13
9791141603069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책 속으로

이 집은 나름대로 좋은 집이었어요.
간섭도 안 받고 마음껏 쉴 수 있었거든요.
그동안 편히 지내다 갑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 「어떤 아이가」 중에서

“그래, 다음에 올 때 커피 볶은 거 꼭 챙겨 와.
내가 그래도 가끔 너 보는 낙으로 산다.
오늘도 새코미 사 달라고 졸라 대고, 기차놀이 해야 해.
귀찮아 죽겠다, 귀여운 척하기도.”
--- 「어른동생」 중에서

바람이 좋은 날의 내 영혼은 코스모스 한 송이 정도의
무게와 감촉으로 엄마의 얼굴을 쓰다듬어 줄 수 있었어.
바람을 부드럽게 움직여 창가에서 자라는 벤저민 나뭇잎을 흔들거나
커튼을 흔들 수도 있었지.
--- 「없는 나」 중에서

아기가 웃을 때마다 앞으로 자라며 하게 될 말들이
씨앗처럼 아기 입가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아기 옆에 누워 방에서 나올 할머니를 기다리며
고모의 한숨 소리와 고모의 외국말을 들었다.
--- 「오렌지 먹는 법」 중에서

“헨리를 사라지게 한 게 너니까 되돌리는 것도 네 몫이야.”
내가 한숨을 쉬자 형이 내 등을 다독였다.
“걱정 마. 사라지게 한 자는 반드시 나타나게도 할 수 있어.
언제나 힘은 한 짝이거든. 그리고 내가 너와 함께 있을 거고.”
--- 「나는 진짜 마술사가 아니니까」 중에서

빗방울이 쏟아지다 서로 몸을 부딪쳐
잘게 쪼개어지며 내 얼굴에 분사되었어.
메말라 있던 점토 사람들이 촉촉해지는 듯 보였어.
바짝 말라서 일그러진 채 영원히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 「사람 만들기」 중에서

출판사 리뷰

문재야, 네 점퍼 오른쪽 주머니에 구멍이 뚫려서 내가 꿰맸는데
실수로 겉감과 안감 사이에 동전 하나가 갇혔어.
시간이 될 때 네가 다시 꿰매라, 미안.

첫머리에 실린 작품 「어떤 아이가」는 다섯 식구가 사는 문재네 집에 어느 날 아침 나붙은 노란 쪽지로부터 시작된다. 마지막 인사를 남긴 ‘어떤 아이’가 문재의 초콜릿을 몰래 먹고, 정재 형의 방을 환기하고, 아빠의 물 심부름을 하며 머무는 동안 정작 이 집의 주인인 가족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내내 부재한다. 터진 주머니를 꿰매다 실수로 겉감과 안감 사이에 갇혀 버린 동전을 보며 우리가 채 인식하지 못한 중요한 것들이 분명히 더 있을 것만 같은 불편한 감각과 갑갑한 뒷맛을 곱씹게 된다.

「어른동생」은 다섯 살의 몸을 하고 있지만 실은 서른네 살인 동생과, 그런 사정으로 살아가는 여럿의 삶을 다룬다. “펭귄이 가득 그려진 내복에 토실토실하고 작은 뒷모습”을 한 동생이 은밀한 통화를 하는 모습을 목격한 나는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없는 나」는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서술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믿을 때, 무언가를 믿지 않기로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상상하게 한다. 이 세 편은 동화집 『어떤 아이가』(시공주니어, 2013, 절판)에 실렸던 단편들로 “인생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질문을 대단히 전복적인 상상력에 담아내고 있다.” “모든 작품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기묘한 환상성에는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한다.”(김서정)는 평을 받으며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빠, 이 오렌지 작은데 묵직해.”
물방울들이 내 얼굴에 분무기를 뿌렸다.

누구세요? 하는 물음에 이국의 언어로 돌아온 대답의 말, 아무것도 내보이지 않으며 닫혀 버린 할머니 방의 문, 따뜻하고 포근한 아기의 냄새와 작은 옹알이 소리, 빡빡하게 손톱을 파고드는 오렌지 속껍질의 느낌, 툭 하고 터지는 향기와 물방울. 표제작 「오렌지 먹는 법」이 쉴 틈 없이 일깨우는 감각의 연쇄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관계가 어렵사리 열리는 순간의 감동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진짜 마술사가 아니니까」가 다루는 유랑하는 삶의 근원적인 불안감은 그만큼 무수하게 빛나는 연대들로 인해 상쇄된다. 아빠와 마라 형, 노고 캐릭터가 이루는 삼각형은 잘 굴러가는 모양은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탄탄하게 거기 있다.

마지막 작품 「사람 만들기」 역시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발견하는 순간의 기적을 그리고 있다. 뙤약볕과 빗방울이, 전학생과 결석생이, 8시 30분과 8시 31분이, 앞구르기와 제자리뛰기를 하는 점토 인형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콩 자루가 은쟁반 위로 쉼 없이 쏟아지”듯 귀를 시원하게 두드린다.

있지만 없었던, 없지만 분명히 있는
존재의 이름을 호명하는 저마다의 목소리

각 작품에 내재된 감정과 색채를 이미지의 언어로 풀어 낸 화가 히히의 그림은 활기차고 과감한 필치로 이야기에 재미를 더했다. 깨질 듯 날카로운 직각과 온기가 서린 노랑을 겹쳐 표현한 「어떤 아이가」, 정지된 시간 속에 율동감을 불어넣고, 화면을 뚫고 나갈 듯 대담한 구도를 사용한 「사람 만들기」 등에서, 일러스트는 물론 영상과 독립출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그의 개성 있는 시각을 느낄 수 있다.

작가 송미경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내가 상상했던 모든 이야기 중에 가장 작고 작은 이야기”라 말한다. 그러나 그 작고 작은 이야기들은 있지만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존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빼놓지 않고 불러 주는 목소리에 가깝다. “형이 연필을 내려놓자” 깜빡이며 빛나기 시작했던 “밤하늘에 숨어 있던 별빛들”처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보이는 경이로운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오렌지가 하나의 둥근 과일이기도, 몇 조각의 향기이기도, 셀 수 없이 많은 물방울 알갱이이기도 한 것처럼 이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도 하나일 리 없다. 여러분만의 방법과 순서로 『오렌지 먹는 법』을 충만히 맛보시기를 권한다.

“이 단편집의 동화들은 내가 지나쳐 온 날들의 이야기예요. 그리고 나와 여러분의 이야기예요. 내가 마치 세상에 없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닐 때 누군가 나를 믿어 주어 내가 보이게 된 이야기예요. 우리가 보지 못하고 걸어온, 어떤 길가에 분명히 서 있었던 아이의 이야기고요. 우리가 빚어 놓고도 돌보지 않았던 찰흙 인형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라지게 하거나 나타나게 했던 모든 것들의 이야기예요. 눈이 오는 날이었거나 햇살이 펑펑 쏟아졌거나 혹은 조금 남은 달빛이 복숭아나무 가지에 걸리지 않으려고 간신히 버티고 있던 어느 밤에, 그 달빛을 보며 문득 상상했던 모든 이야기 중에 가장 작고 작은 이야기예요.” _송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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