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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렇게 외롭다는 말을 편하게 내뱉을 수 없다.
그 말은 한숨 쉬듯 쉽게 내뱉어 버리면 안 될 것 같다. 무엇을, 왜 그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니. 곰은 적어도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구나. 나는 언젠가부터 왜 회사에 나가는지. 이 일이 나에게 어떤 것인지. 그런 질문은 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매일매일 관성대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 p.8~9 자전거를 탔던 그날 오후는 유난히 피곤하고 나른했다. 집으로 돌아와 수돗가에서 급하게 상처를 씻고 반창고를 붙였다. 긴장이 완전히 풀려서 차가운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온전하고 충만한 기분이 가슴에서부터 온몸으로, 손끝에서 발끝까지 번진다. 다디단 잠이 천천히 밀려왔다. 어린 시절에는 한숨 자고 일어나면 마치 새것 같은 아침이 시작되었다. 눈가가 시원하고 온몸의 감각이 생생하고 가뿐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뜨거운 여름날을 절대 잊지 않는다.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충만함을 온전히 느끼는 하루는 자주 오지 않았다. 눈꺼풀도 어깨도 천근만근인 요즘의 익숙한 아침들. 그런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잠에서 깬 것이 언제였더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p.35 그거 알아요? 이 나무요. ‘간지럼 나무’라고도 부른대요. 간지럼을 탄다던데요? 이 나무가요? 말도 안 돼요. 그럴 리가요. 한번 간지럽혀 볼까요? 설마 그 말을 진짜 믿으시는 건 아니죠? 흠. 궁금하지 않아요? 진짜 간지럼 타는지, 안 타는지. 안 해 볼 이유가 없잖아요. 지금 눈앞에 바로 있는데,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이면 작은 진실을 바로 알 수 있는데. --- p.55~57 개야, 무겁니? 많이? 아부지, 무거워요. 많이. 다들 어떻게 길을 잘도 찾아가는 건지. 나는 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아직도 이렇게 무서운데. 걱정하지 마. 무서워하지 마. 이 돌이 너를 오히려 지켜준다. 돌이 무거워서 물결에 흔들리거나 휘말리지 않아. 물결이 세차게 몰려와도 휩쓸리지 않아. 너의 돌을 들고 너의 걸음으로 걸어. 눈을 똑바로 뜨고 가슴을 펴고 단단하게 걸어라. 너는 너의 강을 무사히 건너게 될 테니까. --- p.98~101 뒤돌아보지 않아서 얼굴은 모르지만. 그리고 보는 것 자체가 무례인 것 같아서 가만히 서 있었지만. 대부분은 누군가와 말한다고 그 고독이 메워지지 않아요. 안 그런 척하면서 사는 거지. 당신하고 똑같은 생각, 다들 하며 살아요. 그렇게 크게 외칠 용기가 없을 뿐. --- p.122~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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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몇 년 전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 내내 울지 않았다. 감정이 메말랐던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 내가 보인 행동들이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장례식 며칠 후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아빠가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식사를 했다. 꿈속에서 나는 걱정이 됐다. ‘저렇게 기력이 다 회복되면 어떡하지? 아빠는 이미 화장했는데, 돌아갈 몸이 없을텐데….’ 깨어나면서 나는 깨달았다. 나는 아직 현실로 아빠가 진짜 세상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작년에 버스에서 아빠가 자주 입던 주머니 많은 나일론 조끼를 입은 어르신이 내 앞에 섰을 때, 나도 모르게 그 넓적한 어깨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뒤태가 너무 닮아 있었다. 그 어르신이 내 앞에서 문으로 내려가는 뒷모습을 쫓다가 갑자기 눈물이 난 것이 시작이었다. ‘아빠가 보고 싶다’라는 말이 이따금씩 생각도 하기 전에 무심코 혼잣말로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아빠의 돌 이야기를 나이가 들고 다시 생각해 보니 안쓰러웠다. 그 강물 속에서 어린 아빠는 앞이 잘 보이기는 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지만 그 무거운 돌 덕분일 것이다. 그 돌 덕분에 아빠도 나도 강물에 휩쓸리지 않았다. 내 어깨를 짓누르는 어떤 것들이 결국은 나를 단단하게 땅에 서 있도록 지탱해 주고 있다. 한없이 크고 강해 보이는 사람도 단단한 바윗돌 사이에 숨겨져 있는 부드러운 흙처럼, 마음속에 여리고 반짝거리는 어린아이를 숨겨 둔다. 아버지가 말보다 삶으로 보여주신 것처럼, 내 마음속에 굳어 가는 땅이 있다면 솎아 내고 그 자리에 부지런히 물을 줄 것이다. 그렇게 오래오래 천천히 자라나는 나무로 살고 싶다. 왜 쓰는지 모르는 채, 지난해 용기에 관한 글을 짤막하게 계속 쓰고 있는 나를 보았다. 아빠와 나눈 대화들이 돌아가시고 난 후 이렇게 글에서 책으로 엮어질 줄은 몰랐다. 그 글들이 모여서 무엇이 되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어떤 날은 조금은 덜 무겁기를. 마치 새것 같은 아침을 더 자주 맞이할 수 있기를. 교과 연계 5-1 국어 2. 작품을 감상해요 6-2 국어 1. 작품 속 인물과 나 매너리즘에 빠진 개 사원의 아주 특별한 일주일 더 이상 “왜”라고 묻지 않는 당신에게 성실한 개 사원은 언제부턴가 삶에 “왜”라는 질문은 뒤로한 채 무감각한 하루하루를 지냅니다. 한껏 기대에 찬 신입이 후배로 들어오자 '선배답게 잘 해내야 한다'라는 부담감을 느끼며 도움을 주면서도, 후배의 반짝이는 열정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후배를 위해 늦게까지 회사에 남은 개 사원에게 늑대 사원이 뜻밖의 동행을 제안하고, 둘은 퇴근길 공원에서 간지럼 나무의 신비를 마주하며 일상 속 작은 탈출을 경험합니다. 내가 먼저 도움을 구하는 것도 타인의 고단함을 먼저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늑대 사원이 혼자 애쓰는 개 사원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 『용기가 없을 뿐』은 “다 혼자서 해내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고단한 우리의 어깨를 다독입니다.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이면 알 수 있는 삶의 작은 신비를 보지 못할 정도로 지친 우리에게, 가슴 쪽에 움켜쥔 주먹을 펴게 하는 싱그러운 초록 향기가 되어 우리의 굳은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다시 뛰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너의 돌을 들고 너의 걸음으로 걷다 보면 무사히 강을 건너게 될 거야!” 하지만 평온함도 잠시, 다음 날 후배와 예기치 못한 갈등은 개 사원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듭니다. 자신을 걱정하는 늑대 사원에게조차 날 선 말을 뱉어 버리고, 이전보다 더 외로운 마음으로 집에 온 개 사원은 그날 밤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현실의 압박과 무너진 관계 속에서 지쳐버린 개 사원은,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가 들려준 ‘무거운 돌’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어린 시절, 키가 작고 수영을 못하던 아버지를 괴롭히며 강을 건너보라던 아이들 앞에서 보란 듯이 무거운 바위를 안고 거센 강물로 뛰어들었던 아버지는 바위의 묵직한 무게 덕분에 거친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강을 건널 수 있었습니다. 개 사원은 아버지와 나눈 내면의 대화를 통해 실적과 승진, 계약직이라는 불안, 그리고 전세 대출까지 세상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무거운 돌을 이고 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걱정하지 마. 무서워하지 마. 이 돌이 너를 오히려 지켜준다. 눈을 똑바로 뜨고 가슴을 펴고 단단하게 걸어라. 너는 너의 강을 무사히 건너게 될 테니까.” 마음이 시들어 버린 개 사원을 향한 아버지의 따듯한 격려로 그는 다시 한 번 낙심한 마음을 일으켜 세웁니다. “다만, 어떤 날은 조금은 덜 무겁기를. 마치 새것 같은 아침을 더 자주 맞이할 수 있기를.” 이수연 작가가 글과 그림으로 써 내려간 한 편의 드라마 『용기가 없을 뿐』은 가슴을 울리는 단단한 문장이 환상적인 그림 연출과 만나 한층 더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불완전한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며 이야기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이수연 작가는 지하철 안에서 모르는 사람들을 향해 "사람하고 말하는 게 진짜 좋아요. 너무 외로워요!"라고 외치는 한 청년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모두가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외로움이 얼마나 컸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주고, 곳곳의 환상적인 장면 연출로 평소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타인의 내면 상태'를 그림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개 사원의 손길에 천사상이 환하게 웃어 보이는 장면은, 늑대 사원의 다정한 제안으로 마침내 마음을 여는 개 사원의 내면이 투영되어 읽는 이의 마음까지 환하게 밝혀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나약함과 외로움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마침내 타인을 향해 용기를 내는 개 사원의 변화는 앞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커다란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서로를 향해 기꺼이 희망을 품는 아름다움을 회복할 때, 우리는 비로소 매일 '새것 같은 아침'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