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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한 마음이 들었어요.
숲에서 잃어버린 게 틀림없어요. 혹시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 pp.6-11 초록색 공은 본 적 없어요. 엄마 뒤를 졸졸 따라가는 아기 오리는 봤어요. 친구들과 구슬치기하는 원숭이는 봤죠. 빈자리를 찾고 있는 부엉이는 본 적 있어요. 엉뚱한 얼룩말을 봤어요. “무늬가 없는 말은 어떤 기분일까?”하고 물어보던데요. --- pp.12-19 파도를 타는 물개는 본 적 있어요. 산양은 혼자 있기를 좋아한대요. 작은 새싹을 보면서 어떤 나무가 될지 상상 중이라나 뭐라나. 음…, 이상한 고릴라는 본 적 있어요. 자기 손바닥 위를 쳐다보면서 “꼬마 고릴라….”라고 하던데요. 마치 자기에게 말하는 것처럼요.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반짝거리는 초록색 공을 못 봤을 리 없잖아요.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건 초록색 공이 아니었을까요? --- pp.44-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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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불안과 조각난 감정을 하나씩 마주하며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살다 보면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껏 믿어 왔던 자신을 불신하게 되거나,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숨기면서 진짜 나를 잃어버리기도 하지요.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주인공이 숲을 헤매며 던지는 이 질문은, 이처럼 삶의 여정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 모두를 향한 물음이자, 쉽게 끝나지 않을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며, 그 여정의 끝에서 마주하게 될 깨달음의 문을 열어줄 중요한 열쇠입니다. 화자는 계속해서 초록색 공을 찾고, 그 질문에 누군가가 답합니다. 숲속을 헤매는 동안 화자와 대화하는 이 ‘누군가’는 초록색 공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마주한 동물들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지요. 반복되는 이 문답 속에 작가는 흥미로운 긴장감을 주는 요소를 숨겨두었습니다. 글에서는 초록색 공을 보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그림 속 동물들은 초록색 공을 뒤쫓거나 정면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마치 몸의 일부처럼 초록색 공과 뒤섞여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말과 그림이 서로 어긋나는 구성은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던 독자의 머릿속에 새로운 의문을 남깁니다. 정말, 아무도 초록색 공을 본 적이 없는 걸까요? 책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를 잃어버린 우리가 겪는 혼란과 회복의 과정을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초록색 공만을 찾아 헤매던 화자는 이야기의 후반부에 이르러 묻습니다. “내가 정말로 찾고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요?”라고요.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깨닫습니다. 커다란 고릴라가 초록색 공에 비친 자신을 꼭 닮은 꼬마 고릴라를 만난 것처럼, 애초에 잃어버린 것은 없었다는 것,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며 만났던 모든 모습이, 다름 아닌 ‘진짜 나’였다는 것을요. 가면을 쓴 사슴, 허물을 삼키는 뱀, 자신을 들여다보는 가젤… 숲속을 헤매다 비로소 마주하는 감춰진 자아의 얼굴들 책 속에서 화자가 만나는 동물들은 단순한 숲의 동물이 아니라, 화자의 감정과 내면을 형상화한 존재들입니다. 외로움, 불안, 자의식 과잉, 결핍, 욕망 등 우리 마음속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들이 동물이라는 형상으로 시각화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지요. 빈자리를 찾는 부엉이, 자신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가젤, 허물을 삼키는 뱀, 가면을 쓰고 있는 사슴 등 책 속의 동물들은, 사회적 시선과 기대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자아의 조각들입니다. 그들의 행동은 타인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는 모습 같기도 하고, 그러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하는 모습이기도 하며, 또 무언가를 감추거나 애써 드러내려는 불안한 마음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국, 이 조각들이 모두 모였을 때 비로소 '나 자신'이 된다는 진실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이처럼 감춰졌던 자아의 얼굴들과 마주하는 경험은 ‘진짜 나’를 찾는 과정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때로는 낯설고 어색하며,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힘으로 이어지게 되지요. 책은 그러한 ‘마주함’의 순간을 깊고도 섬세하게 포착해 냅니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배유정이 감각적으로 빚어낸 환상적인 그림과 섬세한 내면의 기록 인간 내면의 고민과 외로움을 독창적인 시선으로 그려 온 배유정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다시 한번 깊이 있는 감수성과 탁월한 표현력을 선보입니다.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는 숲이라는 공간, 초록 공이라는 상징, 낯선 동물이라는 존재를 통해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냈습니다. 말로 담아내기 어려운 고뇌와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화려한 이미지로 펼쳐 보이며 독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지요. 작가의 그림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낯설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로 독자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과감한 구도와 색감, 생동감 있는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모습은 초록색 공을 찾는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특히 글과 그림의 미묘한 어긋남을 통해 독자의 해석을 유도하는 구성은, 화자와 동물의 시선을 오가게 하는 섬세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엄마 오리를 따라가듯, 커다란 공을 졸졸 따라가는 새끼 오리들, 공과 사랑에 빠져 주변을 보지 못하는 분홍빛 홍학, 그리고 작은 공에 집착하며 점점 구석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이구아나 등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는 내밀한 감정을 시각화하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독자가 때로는 화자가 되고, 때로는 그림 속 동물이 되어 다양한 감정에 깊이 빠져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서사, 글과 그림의 조화, 상징의 깊이가 어우러져, 책은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깁니다. 작가의 말 숲과 공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아, 정신없이 찾아 헤매던 때가 있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고, 마음은 늘 산만했다. 그때의 나는 야생동물처럼 불안하고 긴장된 눈빛으로 늘 두리번거리며 살았다. 내면의 숲 어딘가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하나가 이리저리 튕겨 다녔고, 그 공을 따라 낯선 동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공은 작고 사랑스럽다가도, 어떤 날엔 너무 거대해졌다. 나를 사로잡았던 수많은 감정과 욕망이 공의 형상을 바꾸어 놓았다. 동물들은 공을 툭 건드리고, 장난을 치다가 흘려보내고 무심히 밀어내거나, 질겅질겅 씹어 입안에 숨기기도 했다. 공을 따라 내 안의 수많은 동물들과 마주했고 그럴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소란스러워졌다. 나는 문득,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애초에 공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는 것을. 내가 그토록 찾고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내 안의 ‘나’였다는 것을 말이다. ‘나’를 만나면 숲은 고요해진다. 내 안의 불안과 결핍은 여전하지만, 더 이상 초록색 공을 찾아 헤매지 않는다. 초록색 공은 곧 나 자신이며, 늘 내 안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당신은,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교과 연계 국어 4-1-1 깊이 있게 읽어요 국어 4-1-3 자세하게 살펴요 도덕 3학년 1.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도덕 3학년 5. 너와 나의 공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