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연의 시는 반복을 통해 언어의 외피 속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그 언어의 속은 이미 ‘너’가 빠져나간 너의 세계. 없음의 세계. ‘나’는 이 텅 빈 세계가 처한 궁지를 디디고 다시 반복으로 도약한다. 같은 수렁으로 다시 떨어진다 하더라도, 되돌아오고 되돌아오며 최초의 너에게서 멀어진다 하더라도. 이 도약과 추락이라는 동어반복의 운동은 없음을 있게 할 수는 없으나, 없음의 둘레를 끝없이 공전한다. 너에게서 네가 빠져나가고서야 네가 되고 마는 역설, 내가 내가 아니게 되고서야 다시 내가 될 수 있다는 역설, 이 이중의 역설 가운데서 우리는 잠시 침묵의 문장으로 만나 우리가 된다. 현실의 비실감과 꿈의 실감이 교차하는 이 몰락한 세계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몰락했으므로 완전하다. 비로소 어둠이 어둠으로 밝아 온다.